[피치 피플] 고향 떠나면 고생했던 김승대의 세 번째 도전, "대전하나 이적, 이번엔 다를 겁니다"

김태석 기자 2024. 1. 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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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거제)

▲ 피치 피플

대전하나 시티즌
FW
김승대

대전하나 시티즌에 입단한 골잡이 김승대의 클럽 커리어는 묘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의 검붉은 유니폼을 입었을 때 김승대는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다. K리그1 우승과 FA컵 우승, 2014년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휩쓸었고, 이즈음에는 국가대표에도 올랐다. 수치로 보는 기록만 봐도 명확하게 이를 확인할 수 있다. K리그 기준 포항 소속으로 통산 216경기 43득점 39도움, 가히 정상급 선수의 스탯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북 현대나 강원 FC 소속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전북에서는 통산 32경기 1득점 2도움, 강원에서는 22경기 2득점 6도움에 그쳤다.

2022년 포항에 돌아왔을 때 몸과 감각이 많이 무너져 있었던 김승대였지만 2023시즌에는 3골 7도움으로 2019년 이후 4년 만에 공격 포인트 열 개를 달성하기도 했다. 다소 부침이 있긴 해도 고향팀에서는 귀신 같이 부활한 김승대였다.

그런 김승대가 고향집을 떠나 다시금 이적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노린다. K리그1 상위권을 넘어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까지 넘보는 대전하나의 유니폼을 입은 김승대가 집 떠나면 고생했던 과거의 기억을 청산할까? 1월 초 <베스트 일레븐>과 거제에서 만났던 김승대는 이번에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전하나 이적은 모두에게 좋은 결정

Q. 대전하나에 입단하게 됐다. 소감부터 듣고 싶다.
"아직 마음이 좀 싱숭생숭해요. 주변에서는 도전이라는데, 제가 하기 나름이죠. 이제는 제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고, 제가 잘해서 대전하나 시티즌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가 우선 잘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목표인 것 같아요."

Q. 지난 시즌 후 FA가 됐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을텐데 대전의 제안에 응한 이유는?
"타 팀에서는 (김)승대는 포항에 당연히 남는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제의하거나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저 역시 가족들도 포항에 있고, 무엇보다 고향이 포항이니까 다른 생각 없이 무조건 포항에 남는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대전하나에서 저를 조금 더 대우해주고 좋게 평가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진 못하겠지만 저 역시 사람인지라 주변 얘기를 많이 들어보니 양쪽 모두에게 좋은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프로 선수라 선수에게 제일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을 선택하는 게 당연한 것이고, 대전하나가 K리그1 팀이라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이제는 나이가 있는 선수라 마지막을 향해 가는 과정인데, 정말 좋은 성적을 내거나 그런 상황이 됐을 때 가장 재미있을 팀이 어딘가 싶었던 팀 역시 대전하나였어요. 팀과 제가 잘 되어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돌아오는 혜택도 많을 것이고요. 게다가 팬들도 열정적이잖아요? 그래서 대전하나를 선택했습니다."

"2023시즌 도움왕이 정말 욕심이 났었다"

Q. 과거에는 '라인 브레이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뒷 공간을 잘 공략하는 공격수로 통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도움 순위 2위에 오를 정도로 찬스 창출 능력을 많이 보여줬다. 스타일이 변했다고 봐야할까?
"일단 제가 상대 수비라인을 가장 잘 괴롭힐 수 있는 위치가 측면이었어요. 다만 도움왕(백성동 8도움)이 제 것이었던 것 같다고 주변에서 그러는데 저도 좀 아쉽죠. 솔직히 동료들에게 조금 섭섭한 게 있다면, 제가 정말 골대 앞에서 누구나 넣을 수 있게 한 대여섯 개 해주었는데 거기서 두 개만 해줬더라도 하는 게 아쉬웠어요. 베스트 일레븐도 말도 안 되는 차이로 역전당했다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은퇴하기 전에 타이틀도 얻고 또 한 번 시상식에 가서 상받는 게 목표였어요. 그래야 저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두 개(도움왕과 베스트 일레븐)을 놓친 게 아쉬워요."

Q. 보통 선수들이 개인 타이틀 얘기를 할 때 최선을 다하면 따라온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드러내놓고 욕심이 났었다고 하니 흥미롭다. 꼭 받아야겠다며 작정했다고 봐도 되나?
"그렇습니다. 욕심이 났어요. 신인 때야 그때 해야 할 역할이 있으니까 열심히 하다 보면 정말 좋은 퍼포먼스가 나와서 좋은 상을 받거나 조언이나 혜택을 많이 받았죠. 그런데 노련미가 나름 생긴 지금은 상황을 읽게 되더라고요. 어지간한 상황은 대충 읽으면서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도 판단이 되고요. 그래서 가능할 법한 상황이 무너지면 아쉬움이 자꾸 들었어요."

"작년에 포항에 있으면서 주변에서 포항하면 저라고 얘기를 많이 얘기해주셨는데, 거기에 제가 팬들 앞에 당당하게 서려면 그에 걸맞은 뭔가를 보여줘야하잖아요. 물론 태클을 천번만번하며 희생해야겠지만, 그래도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고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안 된 게 조금 아쉽습니다. 다만 그래도 지난해 축구적인 측면에서는 제일 재미있는 한 해를 보냈던 시즌이었어요."

Q. 밖에서 바라본 대전하나는 어떤 팀이었나?
"팀에 합류한 지 며칠 안 됐지만 이 팀 선수들과 얘기해보니 포항과 할 때 진짜 무섭고 힘들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포항에 있을 땐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잘한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저 감독님과 선수들을 위해 열심히 뛰려고만 했죠. 동료 중 몸이 안 좋은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를 위해 한발 더 뛰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죠. 그게 엄청난 힘이 되어서 나왔던 겁니다."

"그런데 대전하나 선수들이 우리가 그렇게 강해 보였다면, 대전하나 선수들은 조직적인 면에서 아직은 아쉬운 수준이었다는 얘기겠죠. 제가 볼 때 대전하나는 개인 능력이나 실력은 월등했는데 그게 좀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전하나도 단단하게 뭉치면 우리보다 더 잘할 텐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팀이 3-0으로 앞서 있다가 세 골을 따라오는 경기를 해봐서 그렇게 더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딴 길로 새겠습니까?"

Q. 꼭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다. 지난 2022년 전북에서 포항으로 돌아왔을 때는 많이 안 좋았다. 그러다 1~2년 만에 점점 옛 모습을 찾아갔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전북과 강원에서 제가 처음 겪어보는 일들이 많아서 그걸 헤쳐 나오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많은 걸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그런 상황이 생기면서 힘들었어요. 축구에 대한 생각마저 없어질 정도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몸 관리도 하지 못하고 그러던 차에 주변에서 '아직은 한창이다'라는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포항으로 갔죠. 김기동 감독님도 계셨고, 저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포기하면 제 축구가 다시 올라갈 거라는 믿음도 있었고요."

"몸 만드는 데만 한 1년은 걸렸던 것 같아요. 팀에서도 제 역할을 인정해주는 선수들과 정말 재미있고 즐겁게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다시 이적하게 됐는데 아쉬움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 나름의 인생이 걸은 그런 처지라서 이번 이적을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이번이 포항에서 나온 세 번째 이적이다. 이번 이적은 정말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이 클 듯한데
"그렇죠. 그런데 어디 가서도 선수들과 훈련할 때 제가 팬들이 생각했던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순간적으로 감독님이나 서로 의견 충돌로 그랬던 거고, 그런 충돌이 일어났을 때 저는 그냥 내려놓아버렸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죠. 지금은 제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확실히 알고 느끼고 왔습니다. (이적해서 좋은 경험이 없다는 건) 저도 당연히 걱정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제가 잘한다면 괜찮을 거라 봐요."

"제가 안 되는 데 그걸로 불만을 가지면 당연히 제가 나쁜 선수가 되겠지만, 이제는 그럴 때가 아니고 제 자신을 위해 무조건 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렇게 주저앉는 모습은 안 보여드릴 것 같아요. 저 역시 책임감이라는 게 있고, 제일 중요한 시기에 이적했으니까요. 정말 중요한 길에 놓였는데, 제가 딴 길로 새겠습니까?"

Q. 굉장히 결연해 보인다. 
"이번 이적을 통해 제가 더 인정받고 싶고 팀도 좋은 모습을 보여리면 제가 잘해야 하니까요. 솔직히 더 잘하고 싶습니다."

Q. 기대가 클 대전하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직 감독님과 대화를 나눈 시기도 아니고 팬들도 만난 적이 없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크게 말씀을 못 드리겠는데, 저의 스타일은 늘 한 경기 한 경기만 봅니다. 제가 잘 되는 것보다 팀이 잘 되는 걸 우선으로 생각하고, 공격 포인트가 안 나오더라도 동료들이 편할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뛰고 있어요. 응원 많이 해주시면 그 응원에 맞게 골이나 도움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감독님과 구단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원하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하고 싶어요. 그 위치에 간다면 또 혜택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목표에 도달하는 데 제 역할이 충분히 있었다는 걸 인정받는 시즌이 되고 싶습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대전하나 시티즌 소셜 미디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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