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애플의 ‘철옹성’ 무너뜨렸다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4. 1. 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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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제3의 앱장터 및 결제수단 허용
더이상 폐쇄적 생태계 유지 어려워
“수익성 타격 불가피”
애플 로고. / AP 연합뉴스

애플이 오는 3월부터 유럽 지역에서 아이폰용 앱을 자사 앱장터인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장터에서도 다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앱 내부 결제 수단도 애플이 아닌 제3의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유럽의 강력한 빅테크 반독점 규제법인 디지털시장법(DMA)가 시행되는데 따라 애플이 더 이상 폐쇄적인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 CNBC방송은 “벽으로 둘러싸였던 애플의 정원에 균열이 생겼다”고 했다.

25일(현지 시각) 애플은 유럽에서 시행될 자사 운영체제 iOS 및 앱스토어 운영에 대한 개편 계획을 밝혔다. 이날부터 iOS용 앱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자신의 앱을 앱스토어에서 배포할지, 제3의 앱장터에서 배포할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애플은 보안성이 취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앱의 배포를 방지하기 위해서 제3의 앱장터에서 배포되는 앱도 사전에 직접 검토하는 ‘공증’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멀웨어 공격에서 사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지, 앱의 내용이 적절한지 등 기존 앱스토어에 적용하던 테스트를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앱이 외부 장터에 배포된 이후에도 해당 앱이 실제로 설명한 것과 똑 같은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추가적으로 리뷰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편에서 개발자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변화는 결제 시스템 다각화에 따른 수수료 변경이다. 그 동안 iOS용 앱의 결제 수단은 애플의 결제 시스템 한가지만 적용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앱에서 결제가 발생할때마다 15%~30%의 결제 수수료를 받아왔고, 이는 애플의 막대한 수익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부터 개발자는 애플 외에 구글페이·페이팔 등 타사 결제 시스템을 여러 개 추가할 수 있게됐다. 아예 다른 결제 수단을 사용할 경우, 애플이 이 사이에서 걷는 수수료는 아예 없게된다. 테크 업계에서는 “개발자들이 부담해야하는 결제 수수료가 낮아지면 소비자들에 부과되는 서비스 사용료도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다수의 앱 개발자들은 수수료를 지불해야하는 iOS용 앱과 수수료 지불이 필요없는 웹(web)용 앱의 비용을 다르게 받아왔다.

한편 애플은 그 동안 높은 수수료에 불만을 가졌던 개발자들이 제3의 앱장터로 몰려갈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럽에서 자사 앱스토어의 결제 수수료를 기존 15%~30%에서 10%~17%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외부 앱장터에서 배포되어도 애플의 결제 시스템과 보안 서비스 등을 적용하고자 할 경우엔 3%의 결제 처리 수수료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100만 번 이상 설치되는 일부 인기 앱에 대해선 해당 수치를 넘었을 때 설치 건당 0.5유로(약 725원)의 수수료를 따로 부과한다고도 밝혔다. 애플은 이처럼 앱 설치 수수료를 내야하는 개발자는 전체의 1%도 안될 것이며, 나머지 유럽 내 99% 이상의 개발자들은 애플에 내야하는 수수료가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수수료 인하는 유럽 지역에만 한정된다. 다른 지역 개발자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애플은 이는 지역에 차이를 두기 위함이 아닌 유럽의 법을 준수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이며, 유럽 개발자 뿐 아닌 글로벌 개발자들이 유럽에서 앱을 배포하고 있는 만큼 이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개발자들은 모두 동일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애플은 자사 기기에서 기본 브라우저로 제공하던 사파리 대신 다양한 브라우저를 기본 브라우저로 설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용자가 아이폰의 설정 메뉴에서 기본 브라우저를 설정하려고 하면, 아이폰이 다양한 브라우저 선택지를 보여주고 평가 등 정보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애플이 앱스토어 수수료를 인하하며 ‘개발자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영향은 피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앱스토어 수수료는 최근들어 애플의 수익성을 지탱해주는 서비스 부문의 중요한 수입원”이라며 “이 분야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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