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노릇 간병인에 기죽어 살기도”…독거노인 급증할 미래는 더 심각
‘중노동’ 간병인 구하기 난망에 “맘에 안들어도 참아야”
월 수백만원 간병비 부담, 미래세대에 더 커질 것
정부, 값싼 외노자 도입 해결책으로 제시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경기도 수원에 사는 50대 이 모씨는 최근 근처 재활병원에 모신 엄마로부터 “샤인머스킷을 사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평소 샤인머스킷을 찾은 적이 없던 엄마가 왜 갑자기 그 과일을 원하는지 캐묻자 작은 목소리로 “간병인이 먹고 싶어한다”고 속삭였다고 한다.
#80대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신 60대 김 모씨는 병문안을 갈 때마다 기저귀를 찬 모습에 안타깝다. 아버지는 김 씨에게 “화장실을 가자고 하면 간병인이 한숨을 쉬어 말을 꺼내기가 부담스럽다”고 귀띔했다. 특히 밤에 볼일을 보면 아침까지 기저귀를 찬 채로 기다려 엉덩이 피부가 짓물렀다. 하지만 키가 있는 남자 노인을 맡으려는 간병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오히려 용돈을 주며 아버지를 잘 좀 챙겨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하루 15만원이 넘는 간병비를 부담하면서도 환자와 가족들이 간병인의 눈치를 보게되는 사례는 흔하다. 내국인은 물론 중국 동포들까지 중노동인 간병 일자리를 기피하면서 수요에 공급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발간한 ‘의료현장 사례조사’에서 간병비는 하루 10만~17만원, 월 300만~500만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간병비는 1년새 두자릿수 상승해 가족들의 부담이 점점 더 커지는 추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지난해 11월 간병도우미료지수는 129.48(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1.57% 증가했다.
의료비 부담에 더해 간병비까지 치솟으면서 ‘간병 파산’이란 말까지 나오게 됐다.
노모(老母)의 유일한 재산인 집 한 채를 팔아 종합병원 수술비와 입원비로 쓰고, 돌아가실 때까지 요양병원에 간병비 등으로 4000만원 이상을 썼다는 한 50대 주부는 “돌아가셨을 때 몇년 간 누워계시지 않아 다행이라는 주변의 위로를 받았다”며 “스스로도 병원비 걱정이 앞섰기에 죄책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이 돌보지 않고 간병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2022년 기준 48.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가족 구성원이 생업을 포기하거나, 한 사람~두 사람분의 월급을 고스란히 간병인에게 지급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현재 7080 전후 세대는 자녀를 평균 5명씩 두고 있다. 현재 5060이 이들의 자녀인 베이비붐 세대다. 실제로 이 씨와 김 씨 모두 형제자매가 각각 5명, 3명이다. 간병비를 나누어서 내고 있어서 한 달에 들어가는 돈은 한 사람 당 90만~100만원 선이다.
문제는 베이비붐세대의 자녀세대인 2030은 대부분 형제자매가 2명이거나 외동인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간병비 분담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자식이 아예 없는 독신인 경우에는 노후에 스스로 간병인을 고용할 돈이 필수다.
환자와 가족은 간병비가 비싸다고 호소하지만, 24시간 환자 옆에서 숙식하며 수발을 들어야 하는 간병인 일자리는 점점 더 외면받고 있다. 거의 ‘멸종’ 수준인 한국인 간병인 대신 중국 동포(F-4비자)들이 간병인 인력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이들 역시 조금이라도 편한 일자리(경증 환자)를 제안받으면 곧바로 옮길 정도로 공급이 귀하다.
이에 정부는 중국 동포외에 동남아시아 등에서의 해외 인력 도입에 나섰다.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D-10 비자)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에 취업하면 E-7 비자(전문숙련인력 비자)로 바꿔주고 이들이 일정 기간(2년 또는 3년) 이상 근무하면 영주권·거주권 비자를 취득하는 데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마다 값싼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와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대응에 대해 비판 역시 나온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앞으로 간병이 필요한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점점 더 늘어날텐데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을 제3세계 노동자들을 이용해서 해결하겠다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무엇보다 결국은 개인에게만 간병을 맡기지말고 사회적 돌봄을 이뤄야 한다”며 “간병일 자체를 별도의 직군으로 만들거나, 간병비를 보험 수가 체계 안으로 들어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think@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용림, 며느리 김지영 자랑… “한번도 속상한 적이 없다”
- "다시 표적이 될 아버지"…문재인 생일날 딸이 남긴 글
- 배현진 공격범, 17차례 돌로 머리 내리쳐…배현진, 필사의 몸부림 [범행 영상 보니]
- 김태희, 172㎝ 신혜선 보더니 “남자 배우와 이야기하는 것 같아”
- “아들 걸고 정치 안한다” 강력표명 백종원에…與野영입경쟁 또 나섰다
- 전남친 황산테러에 얼굴 녹은 女…“추한 얼굴, 이게 나” 세상에 외쳤다
- '충격의 무승부' 축구 대표팀 "130위 말레이시아랑 비기다니"
- 백종원의 '더본코리아' 코스닥 상장 나선다…역대 최고 매출
- “아이유랑 동거했던 사이” 전청조, 이런 말까지?…또 드러난 사기 정황
- 나문희 "내가 운동 권했는데…남편, 넘어져 뇌수술 후 세상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