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시장 '판' 바뀔까
자기자본 갖춰야 사업…금융권, 깐깐한 자금공급
자본력 떨어지는 건설사·시행사 도태될듯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판'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의 부동산PF 위기를 계기로 부동산PF 시장을 구조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서다.
부동산PF 자금줄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들도 종전보다 까다롭게 시장에 접근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변화와 함께 부동산PF의 핵심인 자금조달에 변화가 생기면 자본력이 떨어지는 시행사와 건설사는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돈' 없으면 사업하지 마라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PF 위기가 일단락된 이후 부동산 PF 시장 구조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부동산PF 시장이 계획되는 단계부터 잘못됐다는 데 인식을 두고있다. 자기자본이 없더라도 금융권에 손을 빌려 사업을 하는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KBS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선진국 PF는 기본적으로 땅은 자기자본으로 사고 건물을 짓거나 사업을 한 때 금융을 일으키나 우리나라는 대출을 일으켜 땅부터 사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동산PF 시행자가 사업에 투입되는 금액의 최소 20% 이상은 자기가 직접 돈을 대야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예를 들어 현재는 5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에 최초 시행자는 25억원만 있어도 사업을 펼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100억원 이상은 최초 시행자가 사업에 직접 투자해야 된다는 얘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획재정부가 (PF 시행자의 사업자금 중 자기자본비율)20%를 이야기했는데 감독원도 방향성은 같다"며 "오히려 100% 가까이 자기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빚'에 의존하는 갭투자와 부동산PF
현재 부동산PF 시장의 자금조달 구조는 소위 '갭투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자본이 적더라도 레버리지(대출)을 통해 쉽게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갭투자는 3억5000만원짜리 주택을 살때 5000만원만 자기자본으로 하고 나머지는 전세보증금(3억원)으로 조달하는 것이다. 전세보증금이라는 사실상의 레버리지를 활용한다. 혹은 3억원을 대출받은 후 전세보증금으로 상환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PF도 50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장이 있다면 사업을 계획한 건설사 혹은 시행사 등은 통상 총 사업에 필요한 금액 중 5% 정도인 25억원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금융회사 등에서 빌려 사업을 진행한다. 이후 사업이 완료되면 분양 등을 통해 채무를 상환하는 등 최종 수익을 실현하는 구조다.
문제는 '빚'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하다. 당장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이자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해 집을 매각하거나(갭투자), 건설사 등의 부도(부동산PF)가 발생한다. 최근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 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것도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빚을 상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깐깐해진 금융, 건설 시장 재편될까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의 방안이 나오면 부동산 및 건설 시장도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행사 등에 높은 자본비율을 요구하는 것은 추가로 필요한 자금을 대는 금융회사들의 행태에도 변화를 줄 수 밖에 없다.
부동산 PF 여신을 담당하는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부동산PF 위기로 연체 채권 규모 상승, 대규모 충당금 적립 등 금융회사도 손해를 크게 본 상황"이라며 "본부 차원에서 부동산PF와 관련한 여신 심사를 더욱 깐깐하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 은행 등에서는 보증이 확실하지 않으면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방침까지 세웠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류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는 사업성이 보장되더라도 시행사의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금을 내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자연스레 자본력이 떨어지는 시행사와 건설사는 도태되는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재 예상되는 방안과 금융권의 반응 등을 종합하면 중소형 건설사 등을 중심으로 직접 사업에 나서는 규모가 크게 줄어들거나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을 개시하는 형태가 일반화 될 것"이라면서도 "결국 자본력 확장이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연스레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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