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내가 투자한 회사가 '무늬만 신사업'인지 궁금하다면
자금 조달하며 발행한 CB,BW 물량 부메랑도 주의해야
최근 금융감독원이 '무늬만 신사업' 추진 기업의 불공정거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알렸어요. 대주주나 경영진이 2차전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유망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주가 조작' 행위가 포착됐다는 건데요.
금감원은 "신규사업 추진내역, 향후계획 등을 꼼꼼히 확인해 투자 의사 결정에 참고해야 한다"며 "정기보고서를 통해 조달자금의 사용내역, 신규사업의 세부 추진현황 또는 미추진 사유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공시 확인의 필요성을 강조했어요.
투자하고 있는 회사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 이처럼 '무늬만' 신사업을 추진한 건지, 진짜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는건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건데요. 그럼 금감원이 확인하라고 한 내용들은 대체 어디서 확인하는 걸까요? 지금부터 공시줍줍이 회사의 신사업 추진현황을 보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정기보고서를 보면 신사업 현황 확인 가능
상장사는 사업내용, 재무상황 등 회사의 주요 내용을 담은 사업·반기·분기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공시하고 있어요. 투자자에게 합리적인 투자판단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선데요. 신규사업과 관련한 내용도 사업·반기·분기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보고서를 열었다면 첫번째 목차인 회사의 개요 중 정관에 관한 사항에서 신사업 관련 내용을 모두 확인할 수 있어요. 이곳에서 △회사가 언제 새로운 사업목적을 추가했는지 △왜 사업목적을 추가했는지 △새 사업의 투자금 조달 원천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모두 파악할 수 있어요.
데이터 컨설팅 전문기업 비투엔의 공시를 예시로 볼까요.
비투엔은 지난해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AI 기반 제품의 개발, AI 기반 의료솔루션 개발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어요. AI,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실버케어 사업에 진출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목적을 밝혔네요. 전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실버산업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 거죠.
신사업에 필요한 투자금은 어떻게 확보했을까요. 투자자금 조달원천을 확인해보면 지난 2022년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투자금을 확보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현재 추진현황은 디바이스 개발을 제외한 주요 개발영역을 완료한 상태이고, 2023년 중 공식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있다고 해요.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6월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11월에 정정한 것으로 현재 시점과 시차가 있는데요. 회사 측은 지난해말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어요.
조달한 자금의 사용처도 확인해 봐야 겠죠. CB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설명했으니 재무에 관한 사항 중 증권의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면 돼요.
비투엔은 2022년 2월 25일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CB를 통해 9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어요. 실제 자금사용 내역을 보면 인건비 등이라고 적혀있는데요. 상세한 내용까지 확인하긴 어렵지만 운영자금으로 활용했다고 하네요.
이처럼 기존 회사가 진행하던 사업과 비슷한 유형의 신사업을 추가하는 회사도 있지만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회사도 있어요.
금감원이 지난해 불공정거래 기업을 조사한 결과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거의 없는 새로운 분야의 사업을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기계 제조사가 갑자기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선언하거나, 유통회사가 2차전지를 개발한다는 식이죠. 이런 경우에는 더 꼼꼼한 확인이 필요해요.
리튬포어스의 공시를 볼까요. 리튬포어스는 휴대폰 액세서리 매출액이 100%인 휴대폰 액세서리 제조기업이에요. 이 회사는 지난 2022년 11월 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2차전지 관련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어요.
공시를 확인해 보죠.
리튬포어스가 작년 8월에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2차전지 사업이 미래사업으로 떠오름에 따라 '혁신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어요.
바탕이 되는 혁신 기술력과 노하우가 갑자기 생겨난 셈인데요. 임시주총 이전 리튬포어스는 '리튬플러스'라는 2차전지소재 기업의 CB를 취득했어요. 해당 회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기술력을 리튬포어스에도 적용하려는 것이었죠. 임시주총에서는 리튬플러스 임직원을 이사로 신규선임했어요. 지난해에는 전웅 리튬플러스 대표이사를 회사의 대표로 선임하기도 했죠.
다른 공시로 찾아보지 않으면 이런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친절하지 않았는데요. 사업의 진척도를 알리는 공시는 아예 작성도 하지 않았어요. 영업비밀을 이유로 들어 기재를 생략한건데요.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현황을 생략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죠.
일단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르면 회사의 영업비밀이거나 경쟁력에 불이익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기재를 생략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요. 아무런 내용도 없이 죄다 생략해 놓은 것은 회사가 작성기준을 착각한 것으로 보여요. 금감원도 이는 잘못된 공시라고 설명했어요.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의 영업비밀이 있는 경우 사유를 명시하고 해당 내용에 한정해 기재를 생략할 수 있다는 공시지침이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을 생략하는 것으로 기재 자체를 생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어요.
리튬포어스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기재를 생략했지만, 보고서의 다른 항목을 살펴보면 간접적으로 추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탄산리튬 제조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새만금 국가산단 토지를 매입했고, 지난해 7월 착공식을 개최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약 6억원의 리튬관련 원재료도 매입한 내역도 있어요.
신사업 추진을 밝히면서 조달한 자금도 한번 살펴봤어요.
증권 발행내역을 확인해보니 신사업 목적 추가를 전후로 405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350억원의 CB를 발행해 약 75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네요. 그리고 이 자금은 주로 타법인 증권을 취득하는데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당시 리튬포어스는 유상증자를 진행해 확보한 자금을 운영자금과 타법인 증권을 취득하는데 사용한다고 밝혔어요. 자금은 엘리노어앤케이라는 법인과 전웅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리튬인사이트가 조달해 줬어요.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하이드로리튬이 발행한 CB를 인수하는데 사용됐어요.
또 CB 발행으로 조달한 350억원 중 250억원도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활용했다고 쓰여있죠. 이는 리튬플러스가 발행한 CB를 추가로 사들이는데 사용했어요. 남은 100억원은 활용하지 않고 예금한 상황이네요.
자금확보용 CB…물량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어
이렇게 복잡한 자금 조달구조를 보니까 금감원이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회사의 공시를 '꼼꼼히' 확인하라고 한 이유를 알 것만 같죠?
신사업을 추진한다면 자금조달은 필연적이죠. 이때 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관련사채로 자금을 조달했다면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시 물량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신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매도물량까지 나오게 된다면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겠죠.
앞서 살펴본 리튬포어스도 조만간 대량의 물량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에요.
리튬포어스는 지난 18, 19, 23일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어요. 이에따라 다음달 5일 상장주식수(2886만7125주)의 17.34%에 달하는 500만5446주가 새로 발행돼요. 2월 8일에는 18만5790주도 추가로 나오고요.
문제는 전환가격이 4575원으로 현재 거래되고 있는 주가(5500원대)보다 낮다는 점이에요. 따라서 권리매도가 가능해지는 오는 2월 1일 이후 매도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에요.
리튬포어스와 지분관계가 얽혀있는 하이드로리튬이 지난해 연이은 전환청구권으로 주가가 반토막났던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 유의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지난해 11월 29일부터 하이드로리튬에서 신주인수권과 전환청구권이 연이어 행사됐는데요. 이에따라 12월 22일 발행 예정 주식수가 1277만주에 달했어요. 이는 당시 상장주식수(2233만3351주)의 절반을 넘는 엄청난 물량이었는데요. 신주의 권리매도가 가능해진 12월 20일 전후부터 주가가 급락한 흐름을 볼 수 있죠.
최성준 (csj@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