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행동’ 경고에 개인정보 조사한 정부…“압박”vs“소통”

강윤서 기자 2024. 1. 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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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총파업 최대 동력 전공의 반발 커지자 개인정보 파악 나선 복지부
의료계 “수집 사유 밝혀라” 반발…복지부 ”정책 소통 위한 것” 해명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보건복지부는 1월23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전공의의 86%가 의대 정원 확대 시 단체 행동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단체행동' 카드를 만지작 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 보건복지부가 각 병원 전공의 대표의 개인정보를 취합하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파열음이 커지는 양상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23일 복지부 직속 심의기구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를 통해 전국 수련병원에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은 24일 오후 5시까지 수련병원(기관)별 전공의협의회 구성 여부와 전공의 대표 이름, 연락처, 이메일 등을 작성해 회신하라는 내용이다. 전공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아우르는 말로, 전문의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병원(기관)에서 수련 중인 의사를 뜻한다. 

전공의 "민감한 시기에 개인정보 요구…압박 목적"

의료계는 이번 현황 파악이 단순한 조사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의사 수 확대와 관련해 반발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에 복지부가 전공의 개인정보를 취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이 같은 조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전공의의 86%가 의대정원 확대시 단체행동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날 이뤄졌다. 그간 전공의 단체는 성명과 내부 회의 결과를 통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표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할 조짐을 보이자 구체적인 수치를 들며 대한의사협회 등과 마찬가지로 '총력 저지'에 돌입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의료계에 따르면, 수평위가 수련병원 전공의협의회 현황과 대표 개인정보 등을 수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각 수련병원의 정보는 모든 병원을 대상으로 일괄 수집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에 시행해 왔다. 수평위가 수련병원 전체에 공문을 발송한 것 자체로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1월23일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이 각 수련병원(기관)장에게 전달한 공문서 ⓒ대한전공의협의회 제공

박단 대전협 회장은 "전공의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공의 권익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수평위를 이용해 전공의 대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회장은 "복지부는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의 개인정보 수집 사유와 활용 범위를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며 "(공문 담당과인)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와 수평위에 공식적으로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복지부 측은 현장과의 유기적 소통을 위해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전공의 수련제도 운영 및 정책 추진과 관련된 공문"이라며 "현장과의 원활한 소통 및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수평위에 수련병원의 병원장, 수련부장, 전공의협의회 현황 등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3년에도 수련병원 관계자 현황을 파악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2020년 8월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안에 대해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0년 총파업' 최대 동력된 전공의, 이번에도?

정부가 전공의들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것은 4년 전 의료계 총파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마지막 의사 총파업이 있었던 2020년 당시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거부'는 대정부 투쟁의 최대 동력이 됐다. 이들은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의 급여화, 원격 의료 추진을 "4대악 의료정책"으로 통칭하며 문재인 정부에 정책 철회를 압박했다.

당시 대전협과 의대생 1만여 명이 모인 '젊은 의사 집단행동'을 중심으로 구심점이 형성됐다. 이후 전임의와 교수, 봉직의·의협 소속 개원의까지 대거 진료거부에 동참했다. 대전협이 무기한 진료거부에 나서면서 전국 43개 전공의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의사 가운을 벗어던졌고 의대생들은 국시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정책을 유보하며 한 발 물러섰다.

박민숙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부위원장은 "2020년 총파업 주력부대는 전공의들이었고 개의원들 참여율은 30~40%도 되지 않았다"며 "정부로서는 이런 전공의들이 굉장히 위협적인 존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현장에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직접적으로 돌보는 수련의인 인턴과 레진던트의 움직임은 현재까지도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위원장은 "그러나 대전협이 최근 발표한 전공의들의 단체행동 참여 의사 관련 설문조사는 국민을 협박하는 조사에 불과하다"며 "현재 전공의의 진료거부(파업)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대전협 설문조사가 22일 동안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다면서도 "전체 전공의 수 1만5000여 명 중 설문조사 참여 전공의는 28%(4200명), 전국 200개 전공의 수련병원 중 설문조사를 실시한 기관은 27.5%(55곳)에 불과하다"며 대표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단체행동이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 상흔을 남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공의 과정을 앞두고 있는 한 의과대학 소속 4학년 A씨(24)는 "의료계 큰 축을 맡는 전공의가 의료 정책 결정과정에서 존중을 못 받는다면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의료계 단체행동은 사회 전반에 치명적인 충격을 안긴다"며 "전공의들은 (단체행동보다) 더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대화의 장을 넓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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