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사회 풍요롭게 만들려면… 나는 어떤 人文을 해야할까[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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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플라톤은 자신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생전 이런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묻는 '철학 하는 것'이야 말로, 메마른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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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 지음│북루덴스
“나는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플라톤은 자신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생전 이런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생각하는 힘이 가치 있는 삶을 만든단 얘기다.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는 왜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사유(思惟)하라 했을까. 트로트 황제가 목 놓아 외쳤던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이란 가사가 절로 되뇌어진다. 이리저리 치이는 바쁜 현대사회에선 생각하는 것마저 사치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왜?”라는 질문이 모습을 감춘 오늘날, ‘인간다움’에 몰두해 온 인문학자 김헌이 소크라테스를 불러내 사유의 힘을 논한다. 책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는 여러 위기의 진원을 사유의 빈곤과 인문학의 부재로 진단한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와 인류사를 살찌운 고대 서양 철학자가 완성한 삶의 태도를 담은 ‘철학 엑기스’를 처방으로 내놓는다.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묻는 ‘철학 하는 것’이야 말로, 메마른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란 것이다.
책은 따분한 철학 교양서가 아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을 늘어놓고선 막연하게 이해하라는 철학책의 흔한 클리셰도 없다. 대신 명확하게 왜 까마득한 옛날 플라톤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논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진리야말로 가장 소중한 벗이자 스승”이라고 말했는지를 알아야 하는지부터 설득한다. 인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부터 깊은 사유를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는 ‘인문’(人文)이 곧 인간의 모든 것을 새겨 넣는 행위라고 밝힌다. 밭을 갈며 농작물을 수확하는 건 자연에 무늬를 새기는 농부의 인문이고, 문득 떠오른 영감을 캔버스에 옮겨 담는 건 화가의 인문이다. 만약 이 세상에 무엇을 새겨 넣을지 고민하지 않는 행위가 만연한다면 사회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저자는 “내가 어떤 인문을 내 안에 새길 것인가, 그리고 어떤 인문을 내 바깥의 사람들과 세상에 새길 것인가란 통찰이 약할 때, 세상을 위협하는 인문학의 위기가 개인의 차원에서도, 사회적 차원에서도 찾아옵니다”라고 말한다.
인문학에 대한 저자와의 대화를 마친 후부턴 문제를 인식하고 진지하게 답을 구했던 철학자들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모든 순간마다 ‘○○○는 무엇인가’라고 끝없이 묻고 답을 구했던 지성인들의 삶의 태도에 저절로 동화될 수 있다.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소크라테스의 말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직시하란 뜻임을 알아채는 게 어렵지 않고,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에트나산의 분화구에 스스로 뛰어든 엠페도클레스의 선택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미 모두가 철학자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336쪽, 1만9000원.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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