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형 로봇’이 BMW 자동차공장에 투입된다

곽노필 기자 2024. 1. 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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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 시범배치 목표
미국의 로봇 제조업체 피규어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1’. 피규어는 이 로봇을 베엠베 자동차 공장에 투입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피규어 제공

2022년 말 현재 전 세계 공장에 배치된 산업용 로봇은 390만대에 이른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이 가운데 산업용 로봇이 가장 많이 배치된 분야는 자동차공장으로, 전체의 30%에 이른다.

로봇 밀도 세계 1위인 한국의 경우 2021년 말 기준으로 자동차공장 노동자 1만명당 2867대가 배치돼 있다. 세계 산업용 로봇 평균 밀도의 3배로, 노동자 4명당 로봇 1대꼴이다.

산업용 로봇의 주된 형태는 컨베이어벨트의 특정 위치에 고정된 채 조립이나 도장 등 손으로 하는 일을 대신하는 로봇팔이다. 그런데 머지않아 자동차공장에 새로운 형태의 로봇이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두 다리와 두 팔을 이용해 사람처럼 일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신생 로봇기업 피규어 에이아이(이하 피규어)는 최근 독일 자동차제조업체 베엠베(BMW)와 미국 자동차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인간형 로봇의 자동차공장 배치를 공식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휴머노이드의 등장은 로봇이 지금의 로봇팔처럼 특정 작업을 단순 반복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람처럼 팔과 다리를 이용해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일종의 기계 노동자가 등장하는 셈이다.

피규어 대변인은 ‘퍼퓰러사이언스’에 “목표는 올해 안에 베엠베 제조 시설에서 로봇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 브렛 애드콕(Brett Adcock)은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에 “24개월 안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현장에서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규어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1’의 어깨관절. 피규어 제공

“처음엔 공장에서 물건 옮기는 일 할 것”

피규어가 지난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1’은 키 160cm, 몸무게 60kg에 초속 1.2m의 속도로 걸을 수 있고, 두 팔에 장착된 다섯 손가락을 모두 움직일 수 있다. 두 팔로 20kg의 물건을 들 수 있고, 한 번 충전에 5시간 일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공장에서 당장 무슨 일을 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두 회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의미를 두고 단계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우선 자동차 생산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시험을 해보고, 이 단계가 완료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턴버그에 있는 베엠베 자동차공장에 소규모로 현장 배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애드콕 대표는 ‘로봇리포트’에 “처음엔 차체 공장 안에서 상자 따위를 옮기는 일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스파턴버그 공장에선 1만1천명의 노동자가 매일 1500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 대변인은 ‘퍼퓰러사이언스’ 인터뷰에서 “현재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며 “물체를 잡기 위해 두 손이 필요한 상황에 유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로봇 피규어가 커피머신을 작동하는 모습. 올해 초 공개한 영상의 한 장면이다. 피규어 제공

인간형 로봇을 공장에 투입하려는 이유

피규어의 로봇이 기대한 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피규어의 구상이 허언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이 회사 기술진의 구성이 화려하기 때문이다.

항공택시 개발업체 ‘아처 에이비에이션’을 창업했던 기술기업가 브렛 애드콕은 2022년 피규어를 설립하면서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 비영리 로봇 연구기관 IHMC(인간과 기계 인지 연구소), 구글 엑스, 지엠 크루즈, 애플 출신의 로봇 및 인공지능 전문가 수십명을 영입했다. 이들은 불과 1년만에 첫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였다.

자동차업체와 로봇업체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자동차공장 투입에 의기투합한 데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인건비 상승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 특히 인건비 상승에 장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로봇팔보다 더욱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자동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자동차 3사는 6주간의 파업 사태 끝에 지난해 10월 4년간 25% 임금 인상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역사적인 노사협약을 체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새롭게 증가한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이냐는 질문에 포드 재무책임자는 자동화 기회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시간의 한 컨설팅업체 대표는 “인건비 상승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자동화 기술 채택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공장의 자동화를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자동화를 통해 향후 몇 년 안에 자동차 제조 비용을 50%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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