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칼로 물 베기가 맞나요?[이제학의 힐링카페]

사단법인 힐링산업협회장 2024. 1. 2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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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여기서 새우는 곧 자녀다.

싸우지 않고 사는 부부가 어디 있겠는가. 현명하게 싸울 수는 없나? 부부 싸움 도중, 특히 한국인들끼리는 “우리가 남이야?” 종류의 말이 오가기도 하는데, 부부는 당연히 남이다. 그동안 몇 번 주례를 본 적이 있다. 그 때마다 신랑신부에게 당부했던 말이 있다.

부부는 천칭저울과 같으니 한쪽이 기울면 안 된다. 늘 균형을 이루어야 된다는 당부와 함께 싸울 때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건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아킬레스건은 상대의 집안을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 앞에서 싸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제학 힐링산업협회장



부부싸움은 부부 간에 갈등이 표출되는 일로 그 갈등이 위법에 이르면 가정폭력이 된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처럼 부부 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가볍게 말다툼을 하다가 끝나는 것부터 각자 리모컨, 접시, 밥상, 냄비, 의자, 프라이팬, 대걸레, 가위, 식칼 등의 생활용품을 들고 난투극을 벌이고, 결국 폭행, 방화, 살인 등으로 이어지는 형태까지 다양하다.

사람이 집착하면, 바늘 끝도 꽂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좁아지고 그 집착을 탁 놔버리면, 마음속에 온 우주가 들어와도 어디 있는지 못 찾을 정도로 넓어진다. 사람이 만든 제일 두텁고 높은 장벽은 무엇일까? 중국의 만리장성일까? 부부가 싸우고 한 침대에 누워서 토라진 남편이나 아내의 돌아누운 등을 보는 게 제일 높은 벽이라고 한다. 이렇게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 가장 높은 장벽이다.

부부 싸움은 고대부터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와 가정의 여신 헤라의 부부싸움에서 볼 수 있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다. 아울러 예부터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알려져 있다. ‘부부는 아무리 해봐야 물처럼 칼로 갈라놓을 수 없다는 의미이니 어차피 결국은 하나니까 싸워도 하나 손해, 싸우지 않아도 하나 손해’와 같은 의미다. 하지만 지금은 현재의 이혼율을 볼 때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인기 연재만화 비빔툰 2권에서도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 하지만 베는 것도 잘 베야지, 잘못 베면 속에는 깊은 상처가 남는다.’는 말로 부부 싸움이 심해지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아이 앞에서 싸울 경우 아이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린다.

부모가 부부 싸움하는 것을 본 아이들의 충격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부모의 싸움을 본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뭔가 큰일이 난 것 같아서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해서 부모가 싸우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반응은 공포영화를 보았을 때 우리 몸의 변화와 비슷하다. 식은땀이 나고, 자꾸 무서운 장면이 생각나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음에도 괜히 귀신이 나타날까 겁이 난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부모의 싸움이 이 세상 어떤 공포영화보다 더한 무서움을 준다. 이런 부부싸움을 본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의 큰 목소리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란다.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 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잘 이겨내느냐이다. 늘 행복한 부부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좋지만, 어렵다면 슬기롭게 그 과정을 극복해내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는 바로 따라한다. 아이를 원숭이 우리에서 키우면 원숭이가 되고 좋은 가정에서 키우면 훌륭한 인물로 성장한다.

싸움이 끝난 다음에는 아이 앞에서 화해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서로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의 불안한 마음이 없어지고, 편안한 상태에서 정서가 안정될 수 있다. 아이 앞에서 하는 부부싸움은 결코 칼로 물 베기가 아닐 수 있다.

하늘에 사는 선녀가 천 년에 한 번씩 지상으로 내려와 집채만한 바위를 옷깃으로 한번 스치고 다시 천상으로 올라가는데, 이렇게 스치고 닳기를 반복해서 이 커다란 바위가 모래알이 되는 시간이 1겁(劫)이란다. 1겁이 아닌 천겁 만겁을 지나서 신(神)도 셀 수 없는 영겁의 세월 속에 한 번 만나지는 끈끈한 관계가 바로 부부의 인연이란다. 이렇게 소중한 인연 잘 가꾸어 가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새우등 터지는 일을 만들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사단법인 힐링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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