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 출연료 회당 10억도…제작비 상승 악순환"

신진아 2024. 1. 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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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최근 몇 년 사이 광고수입은 줄어들고 제작비는 수직상승하여 제작비 회수가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 플랫폼 관계자들이 합리적인 출연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5일 사단법인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최근의 드라마 산업 위기 상황을 절감하며,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협회 사무실에서 드라마 산업 위기 문제와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최근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 인상으로 인한 총제작비 상승 문제와 그로 인한 제작 완성도 저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 캐스팅에 기댈수 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언급하며 드라마 제작 위축이 한국방송영상산업의 위기로 이어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 방송사 참석자는 "주연은 이젠 억소리가 아니라 회당 10억 소리가 현실이고, 이젠 어떠한 자구책을 찾아야만 할 때가 왔다"면서 “더욱이나 줄어든 편성을 놓고, 제작사들이 그나마 편성이 용이하게 담보되는 연기자들의 요구대로 회당 수억 원을 지불해가며 제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으며, 이는 또다시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현 드라마 제작 실태를 전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최근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우들의 캐스팅을 진행했는데 회당 출연료를 4억원, 6.5억원, 7억원을 불렀다. 요즘 출연료 헤게모니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는 언론이나 기사들에서 보는 수치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급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높은 출연료를 받아도 스타가 있는 작품은 2배 이상의 구입 제의가 오는 것을 보면서 무작정 출연료가 적은 배우를 쓸 수도 없다는 게 뼈아픈 현실이지만, 방송 플랫폼 관계자들이 이런 부분들을 감안하여 스타 배우가 없어도 좋은 작품이라면 편성에 힘을 실어주어 업계가 깊은 악순환 고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도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도 2년간의 오디션을 통해 훌륭한 연기자를 찾아내고 기용하였으나 시사회 후,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단지 스타 배우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마케팅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구매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추는 너무나 큰 현실의 벽이 존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회당 아닌 작품당, 촬영 일수 지급 방안” 나오기도

출연료를 제작 편수와 상관없이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도 거론됐다. 회당 출연료를 회차로 지급할 게 아니라 총 촬영 일수, 촬영 시간 등으로 출연료를 지급하자는 것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톱 급 배우 못지않게 중간 단계 배우들의 출연료가 크게 뛰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저는 계약을 할 때, 회당보단 8~16부에 얼마를 받았으면 그냥 턴키처럼 한 작품의 촬영 기간 단위로 계약하자고 주장한다"면서 "출연료도 작품당 통 금액에서 상승분을 따지는 게 낫다. 회당 단위로 출연료를 올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출연료 협의를 하다 보면 방송과 OTT의 출연료 차이가 크게 난다. 방송에선 400만원 받는 배우가 OTT에선 1500만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출연료 구조를 볼 때 5,000만원 이하의 배우가 10% 인상을 한다 해도 500만원으로 심히 부담되지는 않겠지만, OTT로 넘어가면서 배로 뛰고, 다시 줄어들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캐스팅할 때, 우리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의 작품 제작비가 크게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준을 우리에게 적용하고 있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 이 출연료 적정선을 어떻게 측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중국은 배우 출연료가 총 제작비의 40%를 넘길 수 없고 출연료 중 주연급의 출연료는 70%를 넘길 수 없다고 들었다"며 우리나라 역시 합리적이고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출연료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스타 배우들의 인기에만 편승하지 말고, 철저한 오디션을 통해 검증된 연기자들을 과감하게 기용하고, 연출과 촬영, 미술 등에 제작비를 더 많이 할애하여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하며, 이러한 작품에 방송사나 채널에서도 과감하게 편성을 해주는 건강한 환경이 시급하게 조성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밖에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스태프 비용 역시 많이 늘어났으며, 미술비와 CG 용역비 또한 많이 늘어난 점이 거론됐다.

한편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정부의 IP 보유 권장 정책 하에 선제작하는 작품의 편수가 과거 2년 동안 크게 늘었으나 방송사의 상황 악화로 인해 제작을 다 마치고도 표류하고 있는 작품이 20편 가까이 된다"며 "이에 약 3,000억원 정도가 잠겨있다고 하는데 이는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정부 유관기관의 관심을 촉구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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