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개발 보상금에 대한 부제소 합의, 신중해야 하는 이유[차효진의 지식재산권 산책]

2024. 1. 2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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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권 산책]



산업이 고도화되고 관련된 기술이 복잡해짐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연구비와 고가의 연구시설이 필수적인 조건이 됐다. 새로운 기술은 대부분 개인이 아닌 회사 주도 아래 개발되고 있다. 실제 각 회사가 주도한 발명은 그 소속 종업원(연구원)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이에 따라 발명을 위한 연구시설 및 연구비를 지원하고 직무발명을 사용하는 회사와 스스로의 노력으로 발명을 완성한 종업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종업원이 행한 직무발명을 기업이 승계하도록 하고, 종업원에게는 직무발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직무발명제도가 마련됐다.

직무발명제도는 발명진흥법을 통해 규율되고 있다. 발명진흥법 제15조는 “종업원 등은 직무발명에 대하여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나 특허권 등을 계약이나 근무규정에 따라 사용자 등에게 승계하게 하거나 전용실시권을 설정한 경우에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종업원에게 정당한 보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보상금이 회사가 얻을 이익과 그 발명의 완성에 회사와 직원이 공헌한 정도가 반영돼야 한다.

직무발명자인 종업원과 회사 사이에는 종업원의 퇴사 시 혹은 회사와 종업원의 직무발명보상금 협상 과정에서, 향후 직무발명과 관련하여 별도의 지급 청구 등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부제소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종업원과 회사 사이의 직무발명 보상금에 대한 부제소합의는 그 효력이 인정될까?

판례는 발명진흥법 제15조를 강행규정으로 보면서도 그 의미에 대해 “이미 직무발명이 완료돼 구체적으로 발생한 보상금 지급청구권의 액수를 당사자가 사후에 합의한 경우마저도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볼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직무발명보상금청구권이 회사에 승계돼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권리관계에 대해 양 당사자 사이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부제소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그 합의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일 회사가 종업원에게 퇴직 시 직무발명 보상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나 각서 등을 미리 마련해 두고 종업원 등의 퇴직 시에 그 서약서 등을 일괄 청구한 경우와 같이 직무발명보상금청구권 발생 전에 양 당사자의 협의 없이 부제소 합의가 이뤄진 경우라면 이와 같은 합의의 효력은 무효가 될 수 있다.

반면 종업원의 직무발명보상금청구권이 이미 발생해 이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상태에서, 회사와 종업원 사이에 직무발명보상금과 관련해 협의를 거쳐 직무발명보상액수 등을 결정하고 향후 별도의 직무발명 보상금 지급 청구 등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부제소합의를 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당시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금원이 정당한 보상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그와 같은 개별적인 합의의 효력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LG전자의 스마트폰 특허와 관련된 직무 발명에 대해 퇴사한 종업원이 회사를 상대로 1억원의 직무발명보상금을 청구한 사안이 있다. 종업원이 퇴사 후 300만원을 지급받고 일부 특허에 대해 부제소합의를 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 부제소합의의 효력을 인정해 해당 부분 소를 각하한 바 있다(현재 항소심 진행 중).

이처럼 부제소합의의 효력이 인정된다면 종업원은 더 이상 회사를 상대로 소송상 직무발명보상금 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직무발명자인 종업원은 자신의 직무발명과 관련된 보상이 그 직무발명을 통해 회사가 얻은 이익과 발명자 자신의 공헌도를 반영한 ‘정당한 보상’에 해당하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고, 직무발명보상과 관련해 회사와 부제소합의를 하는 것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차효진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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