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경기였다고? 감독님, 남의 나라 축구 보신겁니까
“양 팀 합해 6골이 나온 상당히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very exciting)경기였다.”
25일 FIFA 랭킹 130위의 말레이시아와 3대3으로 비긴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한국 대표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치 다른 나라 경기를 감상한 듯 한 어투였다. 표정은 웃고 있었다.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국내 축구 팬들은 부글부글하다.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세계 최정상급 리그를 주름잡는 유럽파가 총출동한 경기에서 약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3골을 허용한 사령탑이 꺼낸 얘기치곤 무책임한 태도라는 해석이다.
앞선 1·2차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던 말레이시아는 이날 3골을 몰아넣으며 신바람을 냈다. 클린스만은 말레이시아를 칭찬했다. “수비도 잘했고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이날 개인기에 의존한 전술에 문제점이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래도 이전 경기와 달리 경고(옐로 카드)를 안 받은 건 다행”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어떻게 보면 동문서답 같은 답변이었다.
한국은 이날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완성된 전술이 보이지 않았다. 81% 점유율을 가져가며 패스(840-198)와 크로스(41-4), 슈팅(19-7)에서도 상대를 압도했지만, 필드골 하나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강인의 프리킥 골은 철저한 개인 기량에서 나온 득점이었고, 손흥민은 페널티킥으로 골망을 갈랐다.
크로스 남발에 결정적 패스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측면에서 동료 선수가 돌아 뛰며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빈 공간으로 패스를 찔러 넣는 패턴이 반복됐다. 상대가 강한 전방 압박으로 나올 때 전술적인 대처도 미흡했다. 밀집 수비를 뚫을 만한 뾰족한 해결책도 내놓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중원을 생략한 전술 탓에 너무 쉽게 상대에게 기회를 내줬다. 그라운드 경합 성공률은 47%-53%, 공중볼 경합 성공률은 42%-58%로 오히려 말레이시아에 밀렸다.
준우승을 한 2015년(6경기)과 8강에서 탈락한 2019년 아시안컵(5경기)에서 한국은 대회를 통틀어 2실점을 했는데 이번엔 3경기에서 벌써 6실점이다. 역대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다 실점이기도 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도 4골을 허용한 걸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결과. 팬들은 불과 1년여 만에 아시아의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며 자조하고 있다. 외신들은 ‘종이 호랑이’를 넘어 ‘티슈 호랑이’라는 식으로까지 표현한다. 그동안 외유 논란에 시달렸던 클린스만은 아시안컵 결과로 말하겠다 했지만, 역대급 멤버가 꾸려졌다는 이번 대회에서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확실한 전략과 전술을 보여주지 못하먼서 “선수들을 믿는다”는 말만 하고 있다.
클린스만은 실점 장면에 대해 “화가 나고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상대 페널티킥 득점 때 그 상황은 페널티킥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상대가 파울을 가한 과정에서 득점이 인정된 것도 아쉽다”며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별리그에서 6실점한 팀이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절대적으로 믿는다”며 “수비를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진지하게 분석하고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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