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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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도움은 중국이 주고 있다."
이달 초 대만 총통선거 취재 중 만난 한 30대 회사원의 말이다.
이런 모습에 실망한 대만의 청년과 중도층은 최근 총통선거에서 불과 5년 전 만들어진 민중당 커원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4년, 8년 뒤 총통선거는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지만, 중국의 대만 통일 의지가 커질수록 결과를 예측하기는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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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최현준ㅣ베이징 특파원
“가장 큰 도움은 중국이 주고 있다.”
이달 초 대만 총통선거 취재 중 만난 한 30대 회사원의 말이다. 민주진보당(민진당)을 지지한다는 그는 중국의 대만정책이 지금과 같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중국국민당(국민당)이 집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진당은 친미·독립을 내세우며 민주주의 체제 유지를 강조하고, 국민당은 중국공산당과 대화·협력을 통해 대만해협의 위기감을 낮추고 경제적 이득을 얻자는 쪽이다.
대화·협력하자는 국민당이 합리적일 수 있지만, 중국에 대한 대만인들의 이미지가 워낙 부정적이라 이런 주장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랜 투쟁을 통해 권위주의 체제를 몰아낸 대만인들에게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현재의 중국은 함께하기 어려운 대상이 돼버렸다. 중국이 자유와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사회 안정을 위해 국가 통제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대만인들은 세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2019년 발생한 홍콩 사태는 대만 정치인들에게 ‘친중세력’이 아님을 증명하는 게 주요 과제가 되도록 했다. 이번 총통선거에서도 민진당은 국민당 후보 허우유이가 친중세력이라고 집중 공략했고, 허우 후보는 그렇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결국 허우 후보는 친중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맥없이 패했다.
시 주석은 취임 이후 대만 통일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틈날 때마다 이를 강조하고 있다. 2022년 10월 3연임을 확정한 뒤 “무력 사용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고, 지난해 11월 미국을 방문해서는 “대만 통일은 필연”이라고 말했다. 이전 중국 지도자는 대만 통일을 교류·협력에 따른 결과물로 여겼는데, 시 주석은 쟁취해야 할 목표물로 설정하고 당과 군에 달성을 독려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관례를 깨고 3연임 한 시 주석에게 대만 통일은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는 핵심 성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대만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대만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통일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며 맹렬히 달려가지만, 그 맹렬함이 대만인의 마음을 얼어붙게 한다. 14억명을 이끄는 군사·경제 세계 2위 국가 지도자의 이런 야심 찬 행동에 2400만 대만 국민은 걱정과 분노를 함께 느낀다.
대만에 퍼진 ‘중국 거부감’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치인들이 합리적인 정책을 놓고 토론하는 대신 친중 꼬리표 붙이기 또는 떼기에 몰두하는 것이다. 특히 국가 지도자를 뽑는 총통선거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재선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를 받았던 차이잉원 총통은 홍콩 사태 직후 진행된 2020년 1월 총통선거에서 무려 57%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당시 선거에서 차이 총통의 가장 주된 선거운동은 상대 후보의 친중 성향을 부각하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에 실망한 대만의 청년과 중도층은 최근 총통선거에서 불과 5년 전 만들어진 민중당 커원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도, 전쟁 위기감을 부추기는 국민당도 싫고 내 월급과 주택, 생활 환경 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4년, 8년 뒤 총통선거는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지만, 중국의 대만 통일 의지가 커질수록 결과를 예측하기는 쉬워질 것이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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