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이번에도 승진 누락 '만년 과장', "다음 구조조정엔 제가 1순위일까요?"

심영구 기자 2024. 1. 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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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제보] 구조조정 불안감에 시달리는, 40대 직장인의 고민 제보 (글 : 윤단비 작가)

<복면제보>, 이번에는 사회적 고민을 제보합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40대 직장인입니다.

한 달 전, 인사 발표가 났는데요.
동기들은 하나씩 중간 관리자로 올라섰는데
저만 이번에도 승진에서 미끄러졌습니다.

만년 과장, 그게 바로 접니다.

밑에 있는 후배들도 일을 잘해서
저보다 먼저 승진하더라고요.

개중에는 이미 중간 관리자가 된
후배도 있습니다.

동기들한테 밀려서 서러운 건 둘째치고
후배들 보기가 참 쪽팔립니다.

그리고 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회사가 비상 경영에 들어간 상태인데요..

그다음 단계는 구조조정일 것 같고,
그땐 이번에 승진 못 한 제가
1순위 대상자가 되지 않을까요?
 

이 궁금증을 황준철 응용심리학자와 인사 분야 전문가인 황성현 대표와 함께 고민해 봤습니다.

구조조정 폭풍전야, 불안에 떠는 직장인들

황성현|인사 분야 전문가
직장인들한테 '구조조정'만큼 저승사자 같은 말이 없을 것 같아요. 두려운 얘기죠. 30년 동안 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제가 구조조정 상황을 많이 보기도 하고 어떨 때는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보니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직장인 45.3%,
올해 구조조정, 해고, 임금 삭감 예상"

- 출처 : 직장갑질119, '2024년 경기 및 직장 내 고용관계 변화'
"올해 회사 경영에
'발전 없을 것 같다'는 기업 82.3%"

- 출처 : 한국경영자총협회, '2024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
황성현|인사 분야 전문가
한계 기업들이 많이 좀 발생하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 경제가 한 10년 가까이 호황이었는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터지면서 한 2년 정도를 어려운 상황에 들어가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거죠.

중견기업 이상이나 대기업들은 그나마 좀 나은 상황이고요, 스타트업들은 지금 삼중고를 겪고 있어요. 요즘에 구조조정 얘기도 나오지만, 스타트업들은 아예 없어져 버리는, 스타트업 회사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당장 다음 달 월급을 걱정해야 하죠. 생존이 바로 위협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이슈가 되고 있고 앞으로는 불안감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구조조정의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40대 직장인들

황준철|응용심리학자
모든 직장인이 생존의 이슈를 가지고 회사 안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IMF 때 모 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직원들의 심리 상담을 해봤더니 나가는 분들은 경제적인 문제, 가족적인 문제, 양육의 문제, 이런 것들로 괴로워했고요. 남아있던 분들도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황준철|응용심리학자
남아있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심리학적으로 '서바이벌 신드롬, 생존자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조조정에서 생존해서 아직 내가 회사에 있다는 것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것들을 겪는 거죠. '나도 언젠가는 그 대상이 될 수밖에 없겠구나. 그래서 지금은 네가 나가지만 그다음 차례는 내가 될 수 있고 언제 경제 상황이 좋을지 모르는데 난 어떡하지?'라는 심리인 거죠.
황성현|인사 분야 전문가
불안이라는 거는 뭔가 공격을 당한다는 건데 공격이 경제적인 공격이든 경쟁 회사로부터의 공격이든 또는 내 회사 내에서 경쟁자로부터의 공격이든 불안해지면 사람의 행동이 정상적이기 어렵잖아요. 그렇게 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사람들은 납작 엎드립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시도를 잘 안 하려고 하죠. 내가 안 잘리기 위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기는 할 거예요. 근데 그 이상의 것들 '여기서 저쪽에 먼 길을 한번 건너뛰어야지' 이런 생각을 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지는 거죠.

황준철|응용심리학자
생존자 증후군 증상 중의 하나가 죄책감이에요. 우리나라 조직 문화는 정으로 끈끈하게 메어 있잖아요. 외국 기업과 다르게 우리나라 기업은 형님 동생 하면서 직원들끼리 끈끈한 관계를 맺었는데,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내가 존경하는 형님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서 힘들고 어려운 과정들을 겪고 있다는 것들을 보면서 '그럼 나는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죄송해요, 저 때문에 그럴 수도 있어요'라는 얘기를 하면서 생존 증후군으로 너무 힘들어하는 것들을 많이 봤습니다.
황성현|인사 분야 전문가
그런 면에서도 40대는 낀 세대인 거 같아요. 50대 때는 어차피 우리가 정말 완전히 정으로 끈끈해진 사람들이고 20~30대는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세대죠. 40대는 그 중간에서 50대들의 끈끈한 관계를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그걸 극복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양가적인 감정인 것 같아요. 미안한데 저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참 복잡한 감정인 거죠.

서구의 외국계 회사들은 아무래도 산업화가 일찍 돼서 프로세스가 정형화돼 있는데, 나가는 사람한테 만약에 1년 치 보너스를 준다고 하게 되면 남아있는 사람을 위한 보너스가 별도로 책정돼 있습니다. 물론 미안하긴 하지만 이 사람들이 남아서 계속 죄책감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힘들면 그 피해는 회사한테도 오는 거거든요.
황준철|응용심리학자
생산성에 영향을 주죠. 40대 직장인 대부분 일은 일대로 해야 하고 관리는 관리대로 해야 하는, 일이 되게 많은 시기일 텐데 일은 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안과 두려움이 생기다 보면 또 일은 또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요.

40대를 향한 구조조정이 불러올 위기

황준철|응용심리학자
가장 임팩트가 클 수 있는 게 가족, 가정 그리고 재정적인 이슈들이 힘들고요. 어려운 시기인데 가장 재정적으로 많이 돈이 나가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30대나 50대보다는 40대가 임팩트가 가장 큰 시기일 텐데, 위험한 건 가장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중에 한 부분을 회사에서 도려내야 되는 상황들이 된다면 이거는 정말 회사에서도 문제가 되고요. 개인에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정말 깊게 할 수밖에 없네요.

IMF 때 경험했잖아요. IMF 때 대한민국이 OECD 자살률 1위였고요. 20년이 넘게 지금 대한민국이 OECD 자살률 1위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나 많은 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요. 사업을 하는 사람들, 직장에서 퇴사하는 사람들 중에 자살을 하신 분들이 왜 돌아가실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은 외로웠던 거죠. 그리고 억울했던 거고요.

황성현|인사 분야 전문가
IMF가 굉장히 큰 하나의 전환점이 됐던 것 같아요. 그전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평생 고용이 당연한 생각이었죠. 한 번 그 회사 들어가면 30년, 35년 그냥 뼈를 묻는다, 이런 생각이었는데 IMF를 겪으면서 그 패러다임이 다 무너진 거죠. 물론 아직까지 완벽하게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회사가 나를 보호해 주기는 어렵다 이런 생각들이 자리 잡게 된 것 같습니다.

쌍용차 구조조정 같은 사례에서 많은 개인과 가정들이 임팩트를 받았고 굉장히 극단적인 대치 상황까지도 가는 상황을 우리는 겪었기 때문에 사회적인 트라우마가 분명히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고요. 직장에 대한 기대가 있었어요. 우리 직장이 우리를 보호해 주고 우리 아들 대학 보내는 비용까지 다 책임져줬던 그런 존재였는데 어느 순간에 이제 나 몰라라 하는 존재가 돼버렸던 거죠.
황성현|인사 분야 전문가
기업이 사람을 30% 줄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30%를 사람을 줄였을 때 비용이 절감되고 팻(fat)이, 지방이 좀 더 줄어들어서 좀 더 가벼운 몸체가 돼서 이 이후에 상황이 호전돼서 좋아지는 게 목적이지 사람들을 집에 보내는 게 목적이 아니거든요. 남은 사람들이 또는 사회적으로 건강해지는 게 목적인데 이 사람들이 건강하지 못하면 안 되는 거죠. 40대라 그러면 더 힘들어지는 거죠. 저도 40대를 겪어봤지만, 40대의 특징을 보면, 기업에서는 허리 같은 입장이 되는 거고, 집에서는 가장인데, 여러 가지 심리적 압박이 굉장히 큰 상황에서 회사가 어려워지고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예고된다면 그 압박은 엄청 날 것 같습니다.

현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의 재무적인 입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직원 수가 가장 많은 40대를 가장 쉬운 타깃으로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거기서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그래서 남아 있어야 될 사람이 없어지게 되거나 또는 과도하게 이 팻을 걷어내면서 이제 근육까지 좀 심하게 건드리게 되면 결국은 우리가 3년 내지 5년 후에 성장할 때 동력을 뺏어가게 되는 아마 이런 위기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잣대를 놓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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