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카페 문 닫으면 2000마리 어떡하냐고? [Q&A]

고은경 2024. 1.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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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생물법 개정안 시행 한 달째
유예기간 뒤 남겨진 동물은 보호시설로
서울 시내의 한 야생동물카페에서 성체가 된 라쿤들이 좁은 철창에 갇혀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라쿤과 미어캣 등 야생동물은 동물원에서만 전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14일부터 야생동물카페는 원칙적으로 야생동물을 전시할 수 없게 됐지만 기존 운영자에게는 2027년 12월 말까지 유예기을 줬다.

개정된 법이 시행되면서 야생동물카페 운영자들을 중심으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이달 18일 서울 마포구 야생동물카페를 점검하고 동물전시업 종사자와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우려의 주요 골자는 야생동물카페가 문을 닫으면서 남겨진 동물들의 처우가 열악해지고 유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강력한 법 시행으로 갈 곳 없어지는 야생동물 수가 2,000여 마리에 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겨진 동물들을 위한 대안은 없는지, 또 업계 종사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유기할 가능성은 높은지 등 그 내용을 환경부와 야생생물법 개정에 힘써온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답변을 토대로 Q&A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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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42615060002354)
세균성 골수염에 감염된 왈라비. 사육되는 캥거루과 동물에게서는 죽음을 부르는 가장 흔한 질병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① 법 개정으로 4년 뒤 전시가 금지되는 야생동물 수는.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야생동물 전시·판매 시설은 전국 157곳. 이들이 보유 중인 야생동물은 2,070마리였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갈 곳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판매를 위한 전시는 계속할 수 있게 되므로 이를 제외하면 전시가 금지되는 개체 수는 1,000여 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조류나 파충류 등은 전시가 가능한 데다 노화로 인한 사망, 동물원 이송, 카페 운영자의 개인 사육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정부와 단체는 추정하고 있다. 한편 판매업의 경우 2025년 내 야생동물 영업허가 제도를 만들어 이를 통해 제도권 안으로 유입시킬 예정이다.

② 남겨진 1,000여 마리는 어디로 가게 되나.

현재 이들을 장기간 보호할 수 있는 충남 서천 외래유기동물보호소가 문을 열었다. 오는 4월에 추가로 보호소가 문을 열며 2025년 말 또 다른 보호소를 추가 준공할 예정으로 총수용규모는 800마리에 달한다. 보호소가 지어지기 전 폐업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동물은 현재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보호하게 된다.

실내 야생동물카페에서 관람객의 손길에 노출돼 있는 라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③ 야생동물카페 운영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범위에서 체험 허가를 요구했다던데.

업계에서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선에서 체험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다만 불특정다수가 포유류에게 먹이를 주고 만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아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또 개정된 야생생물법 부칙에도 체험은 금지돼 있다.

④ 갑작스럽게 강력한 법이 시행됐다는 불만이 있다.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건 2018년이다. 야생동물카페에서는 동물에게 적절한 사육환경을 제공하는 게 불가능하고, 동물이 관람객과의 접촉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등 동물복지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2019년부터 찻집(카페) 등 동물원이 아닌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고, 2022년 11월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난달에서야 시행된 것이다. 더욱이 기존 운영자들에게는 4년간의 유예기간을 줬기 때문에 그동안 대비할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4일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을 방문,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준공 예정인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서천=뉴스1

⑤ 폐업으로 동물 유기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환경부가 야생동물 전시∙판매업자로부터 신고를 받은 수가 2,070마리다. 수가 줄어든다면 그것 역시 신고해야 하므로 사업자들이 함부로 유기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유기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예컨대 라쿤의 경우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이어서 유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도 첫해이므로 당장 과태료 부과보다는 홍보와 계도 위주로 지도한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지만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점검 등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동물단체들은 정부의 사업장 점검과 관리, 감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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