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선임' 김판곤의 따끔한 충고 아닐까…클린스만호 향한 '묵직한 한 방'

박지원 기자 2024. 1. 2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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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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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박지원 기자= 과거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선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 졸속 행정과 감독 선임에 무능함의 극치를 보였던 대한축구협회에 한 방을 날렸다. 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게도 무승부를 통해 따끔한 충고를 한 것이 아닐까.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피파랭킹 23위)은 2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에 위치한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E조 최종전에서 말레이시아(피파랭킹 130위)와 3-3으로 비겼다.

한국은 '최약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고전했다. 선제골을 넣은 뒤 연속 실점을 허용하면서 역전을 당했다. 이후 다시 두 골을 만들어 리드를 잡더니, 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에 실점하면서 무승부에 머물렀다. 단순 스코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기력이 '엉망'이었다.

결과적으로 E조 2위를 차지하면서 16강 상대가 일본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로 결정됐다. 어쩌면 '다행이다'라고 봐야 할 상황. 일본도 이번 대회에서 못지않게 절망적인 경기력이긴 하나, 한국의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또 한 번의 '대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당장 16강에서는 한일전을 피했고, 토너먼트 대진표 역시 반대쪽 그룹보다 수월해졌다.

문제는 월드컵도 아닌, 아시안컵에서 이러한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2022년 12월만 해도 월드컵 16강 신화를 작성했던 한국이, 1년이 흐른 현재 너무나도 가파르게 추락했다. 그 중심에는 대한축구협회와 클린스만 감독이 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판곤 감독이 이날 무승부로 똑똑히 인식시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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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김판곤 감독이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선임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던 시절에 선택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었다. 물론 선임 초반에는 우려와 비난이 있던 것이 사실이나, 명확한 선임 배경을 통해 이해시켰다.

당시 김판곤 위원장은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우리가 면접한 감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감독이었다. 모든 코칭스태프를 데려오라고 요구했는데 모든 코칭스태프를 대동했다", "벤투 감독은 우리와의 미팅 과정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과 준비 과정에 대한 분석을 준비해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축구 철학을 가미해 어떤 부분을 고쳐나갈지 이야기했다", "벤투 감독은 우리에게 훈련 준비 등 많은 것을 질문했고, 우리도 그에 대해 답변했다. 우리는 역량이 있는 감독이라 평가했다",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한국에 오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물었고, 벤투 감독은 한국이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등등 상세히 알렸다.

그러면서 끝내는 말로 "저희 위원회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기준을 높이 잡았다. 그래서 더 힘든 작업이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높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높은 기준을 잡았다"라고 말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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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위원장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벤투 감독은 확실한 색채, 즉 빌드업 축구를 통해 4년을 밀고 나갔다. 그리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의 죽음의 조에서 조 2위를 차지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무려 12년 만이었다.

그렇게 한국 축구의 부흥기가 오나 했지만, 김판곤 위원장이 떠난 뒤의 대한축구협회는 원래대로 회귀했다. 벤투 감독의 뒤를 이을 지도자로 클린스만 감독을 선택했는데,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선임이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주도한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5가지 기준(전문성, 감독으로서의 경험, 감독으로서의 동기부여, 팀과의 협응성, 환경적인 요인)을 두고 "특별하게 대답할 수 없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 뒤로는 무능한 대한축구협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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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의구심과 함께 시작된 클린스만호의 출항. 클린스만 감독은 체계적인 축구보다 '자율성'을 중시했고, 잦은 외유 등 논란 속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다. 첫 승도 매우 늦게 신고했으며, 아시안컵을 앞두고도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른바 '해줘 축구'가 클린스만 감독을 대표하는 축구 색깔이었다.

"우승이 목표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클린스만 감독이나, 전혀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연속 실점을 허용했으며, 요르단과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무승부에 머물렀다.

김판곤 감독 덕에 한국 대표팀,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의 민낯이 더욱 잘 드러날 수 있었다. 김판곤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한국은 최고의 퀄리티를 갖고 있다고 본다. 모든 것을 통제하며 지배했다. 우리는 아시아 최고의 팀을 맞아 배웠고,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면서 "한국은 매우 어려운 상대였다. 완전히 경기를 지배했다. 선수들은 놀라웠다. 한국은 약팀과 맞대결에서 콤팩트한 수비에 고전하고는 한다. 하지만 챔피언이 될 거라 믿는다"라고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무승부'라는 강력한 충고로 무언의 압박도 동시에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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