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율 뚝 떨어진 ROTC…청년 관심 시들해진 이유 [박수찬의 軍]
육군 기준으로 초급장교 임관 인원의 70%를 차지하는 학군장교(ROTC) 위상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과거에는 금전적 혜택과 취업시장에서의 이익 등으로 지원자가 많았지만, 이젠 정원을 채우는 것조차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지상전에서 병사들을 지휘하고 부사관을 감독할 최일선 간부이자 군 조직의 뿌리인 초급간부 충원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군대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반영해 군을 발전시킨다는 국방혁신 4.0을 추진할 인력 확보 문제로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ROTC 경쟁률은 2017년 3.9대 1을 기록한 직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육군은 지난해 전반기 ROTC 후보생 지원 경쟁률이 역대 최저인 1.6대 1에 그치자 같은해 9월 창군 이래 처음으로 추가 모집을 했다.
ROTC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에선 후보생 정원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육군 학군단을 운영하는 대학 108곳 중 후보생 정원 미달 학교가 54곳이다.
비서울지역보다 수도권에서 이같은 문제가 두드러진다. ROTC가 있는 서울·인천·경기 지역 대학 42곳 중 절반 이상인 27곳이 정원에 미달했다. 부산·울산·경남은 12곳 가운데 6곳, 대전·충청은 24곳 중 10곳이 미달한 것과 비교하면 수도권에서의 정원 미달이 더 심각하다.
ROTC는 문재인정부 시절 창군 이래 첫 육군참모총장을 배출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전유물이었던 육군 최고 직위를 차지한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청년들은 ROTC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후보생은 체력단련과 군사학 교육 등의 학과 외 활동으로 자유로운 대학생활에 지장을 받으며, 방학 입영훈련으로 해외 연수를 병행하기가 어렵다.
휴학이 자유롭지 않고, 후배 모집에 개인시간을 사용해야 하며, 대학생활보다 학군단 생활을 우선하도록 강제하는 문화가 남아있는 것도 후보생이 느끼는 어려움으로 꼽혔다.
현역 복무자는 병사와의 봉급 격차 축소와 금전적 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 전역 후 사회진출에 대한 혜택 약화, 장기복무나 진급에 대한 불안, 자기계발여건 미흡 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병사와 그 부모의 민원 응대도 포함됐다.
이는 병사로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것과 비교할 때, 장교 복무가 기존에 가졌던 금전적·사회적 장점이 약화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사 월급 200만원’ 시대가 열리면서 이같은 부분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보고서에서는 ROTC 후보생 2766명과 현역 학군 출신 장교 3230명을 대상으로 34개 항목에 걸쳐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후보생들의 경우 ‘최근 병사 봉급 상승으로 장교 복무의 금전적 메리트가 크게 없다’는 항목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단기복무와 장기복무 희망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장교보다 병사의 처우 개선이 더 우선적으로 많이 이뤄질 것’ ‘장교 업무는 강도가 높은 반면에 보상은 충분치 않다’가 그 뒤를 이었다.
현역 ROTC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최근 병사 봉급 상승으로 장교 복무의 금전적 메리트가 크게 없다’가 가장 높은 수치를 차지했다.
‘장교 업무는 강도가 높은 반면에 보상은 충분치 않다’ ‘장교 복무하면 개인적 희생을 요구한다’가 뒤를 이었다. ‘사회적 평판과 인식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책임은 많고 재량권이 부족하다’는 항목도 부정적 인식이 눈에 띄었다.
다만 임관 6년차 이상인 중견장교는 ‘사관학교 출신보다 불합리한 대우나 차별이 있다’ ‘사관학교 출신에 비해 양성비용이 적은데 야전에서 똑같은 능력을 요구받는다’는 항목에 대한 인식이 임관 5년차 이하보다 높게 나타났다.
진급, 보직 등 군 인사에 대한 임관 6년차 이상 현역 ROTC의 인식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반면 임관 5년차 이하의 경우에는 후보생 시절 악조건에 부정적 인식이 있었고, 전역 후 취업준비와 자기계발 여건 등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복무 초급장교는 병사처럼 사회에 갓 진출하는 청년들이다. 전역 후 재취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김 선임연구원은 “장교 복무를 통해 얻는 실질적 효율이 낮다는 인식 하에 명예나 애국심, 희생정신이 특별히 투철하지 않은 이상 장교 복무를 꺼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장교 복무 경험을 갖추면 사회에서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이 쉬웠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민간 경제와 기술, 문화가 빠르게 발달하면서 청년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다양한 옵션을 갖게 됐다. 군대 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 것이다.
현재 군에 유입되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에 출생한 젊은 세대)는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랐다. 인터넷과 IT(정보기술)에 친숙하다.
관심사를 공유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익숙하다. 미래의 불확실성보다 현재의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을 중시하고 워라밸을 추구한다.
단기복무장려금 등 임관 전에 지급되는 보상과 더불어 임관 후에 주어지는 급여와 수당을 합리적 수준으로 인상하면, 민간 분야로 발길을 돌리는 Z세대를 붙잡을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금전적 보상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국방혁신 4.0에 의해 추진되는 전력증강은 무인기와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전면적인 적용이 핵심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 확대는 군의 무기체계가 단순한 기계가 아닌 복잡하고 정교한 전자제품에 가까운 형태로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민간 IT 업계도 이같은 인력을 원한다는 것이다. 한국군이 청년들의 장교 복무를 촉진하기 위해 금전적 보상을 강화해도, 막강한 재력을 갖춘 민간 IT업계와의 인력 유치 경쟁에서 군이 우위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미래 국방인력 운영 패러다임을 ‘소수획득-장기활용’으로 전환해도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군에서 IT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개발·운용한 경험을 쌓은 장교는 민간에서도 수요가 크다. 재정적으로 넉넉한 민간 업계를 상대로 예산 제약이 뚜렷한 군이 경쟁 우위를 갖출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금전적 보상 외에도 유·무형의 제도적 보완과 조직문화 변화 등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떤 형태로든 초급장교로 임관하면 경험을 쌓고 자기계발을 지속해 자신의 경력을 높이고, 이를 활용해서 현역과 예비역으로서 안정적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비전을 군이 제시해야 한다.
민간 IT업계와 연봉 경쟁을 할 수 없다면, Z세대 특징인 안정 지향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성취욕을 자극해 우수인재를 군대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Z세대 등장에 맞는 한국군의 조직구조와 정체성 등이 무엇인가와 연결되는 문제다.
인사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Z세대는 자유로운 직무 이동의 기회를 중시하고, 공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보직 인사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한편 ROTC 등 비(非)사관학교 출신들이 사관학교 출신에 비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는 인식이 지속되지 않도록 인사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장기복무를 염두에 두고 ROTC를 선택하는 청년들을 군대에 계속 남게 할 수 있다.
이는 ROTC에 지원하는 청년들이 우려하는 직업 안정성, 숙련된 기술인력의 장기간 확보와도 직결된 문제다.
ROTC는 초급장교의 근간을 이루는 존재이면서 청년들이 군에 대해 갖는 대표적 이미지 중 하나다. 또한 군에 인재를 끌어들이는 관문 역할도 맡는다.
그런 ROTC의 경쟁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군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우선순위도 하락한다는 의미다. Z세대의 눈높이를 충족해서 우수 인재를 군에 유치해야 첨단 과학기술강군 육성도 가능하다. 인재 유치를 위한 군 조직문화의 근본적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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