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깃털의 초기 용도는…사냥 때 먹잇감 놀라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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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비슷한 깃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날지 못했던 공룡의 화석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소형 공룡이 깃털 달린 앞발을 곤충 같은 작은 동물을 놀라게 한 뒤 튀어 오르면 잡아먹는 '탈출 유도 후 추적'(flush-pursuit) 사냥에 활용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로봇 공룡으로 이를 검증한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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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과 가장 가까운 동물은 조류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와 비슷한 깃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날지 못했던 공룡의 화석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공룡의 깃털은 처음에 왜, 어떤 용도로 생겨났을까?
국내 연구진이 소형 공룡이 깃털 달린 앞발을 곤충 같은 작은 동물을 놀라게 한 뒤 튀어 오르면 잡아먹는 '탈출 유도 후 추적'(flush-pursuit) 사냥에 활용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로봇 공룡으로 이를 검증한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피오트르 야브원스키 교수와 박진석 연구원(박사과정), 지구환경과학부 이융남 교수,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문형필 교수, 대구·경북과기원(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이상임 교수 연구팀은 26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연구팀은 앞발에 깃털이 있는 공룡을 모방한 로봇 공룡 로봅테릭스(Robopteryx)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깃털이 메뚜기가 튀어 오르게 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며 이 결과가 날 수 없는 공룡에서 깃털 날개가 진화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날지 못하는 공룡에서 왜 깃털이 발달했는지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입니다.
또 깃털은 있지만 날 수 없었던 공룡이 어떻게 날게 됐는지도 밝혀내야 할 과제입니다.
많은 깃털 공룡 화석이 발견됐지만 현대 조류처럼 깃축이 있고 빳빳한 깃털을 가진 공룡은 페나랍토르(Pennaraptor)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페나랍토르도 깃털이 충분히 강하지 않고 깃축을 중심으로 대칭형이어서 날 수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공룡의 깃털이 '탈출 유도 후 추적' 사냥에 사용됐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페나랍토르 공룡의 일종으로 1억 2천400만 년 전에 살았던 공작 크기의 잡식성 공룡인 카우딥테릭스(Caudipteryx)를 모방한 로봅테릭스(Robopteryx)를 만들어 검증실험을 했습니다.
동물행동·진화를 연구해온 야브원스키 교수가 큰로드러너(Geococcyx californianus)와 북부흉내지빠귀(Mimus polyglottos) 같은 현대 식충·잡식 조류의 '탈출 유도 후 추적' 방식 사냥에 공룡 원시 날개가 사용됐을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탈출 유도 후 추적은 새들이 날갯짓 등으로 풀숲에 숨어 있는 곤충을 놀라게 한 다음 튀어 오를 때 쫓아가 잡아먹는 사냥 방식입니다.
연구팀은 로봅테릭스를 앞발·꼬리에 깃털이 없는 형태와 앞발·꼬리에 깃털이 달린 형태, 깃털이 흰색과 검은색으로 된 형태 등으로 만든 다음, 로봅테릭스가 접근할 때 메뚜기의 반응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메뚜기는 로봅테릭스에 원시 날개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탈출 반응에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원시 날개를 펼치며 접근할 경우 93%가 튀어 올랐지만 원시 날개가 없을 때는 47%만 도망쳤습니다.
박진석 연구원은 "원시 날개 유무에 따라 메뚜기의 탈출 반응이 크게 달랐다"며 "원시 날개가 없는 로봅테릭스가 35㎝까지 접근했을 때는 30마리 중 1마리만 튀어 올랐으나 원시 날개가 있을 때는 30마리 중 27마리가 튀어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로봅테릭스 연구 결과는 '탈출 유도 후 추적'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깃털이 달린 원시 날개와 꼬리가 비행하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공룡에서 처음 진화하게 된 이유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Scientific Reports/Jinseok Park·Piotr Jablonski et al.제공, Matt Martyniuk 제공, Manjith Kainickara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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