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기부왕’이 세운 회사 결국 무너졌다···160억 자본잠식

김태원 기자 2024. 1.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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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기부왕'으로 이름을 알린 고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의 삼영산업이 경영악화로 결국 무너졌다.

24일 삼영산업과 김해시에 따르면 김해시 진영읍 하계로에 본사와 공장을 둔 삼영산업이 지난 15일 전 직원 130명에 대해 해고 통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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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 전 삼영화학그룹 회장. 연합뉴스
[서울경제]

‘1조원 기부왕’으로 이름을 알린 고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의 삼영산업이 경영악화로 결국 무너졌다. 이 회사는 타일 제조 업체로 40년 가까이 운영돼 왔다.

24일 삼영산업과 김해시에 따르면 김해시 진영읍 하계로에 본사와 공장을 둔 삼영산업이 지난 15일 전 직원 130명에 대해 해고 통보를 했다. 삼영산업은 현재 누적 부채가 160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로 파악됐다.

이 회사는 경영 악화로 지난달부터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삼영산업은 전반적인 건설경기 악화로 건축용 자재인 타일 판매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원자재, 가스비 인상 등이 덮치면서 경영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회장이 2002년 설립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 기부를 계속해 삼영산업이 자본잠식 상태가 더 악화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회장은 이 재단에 1조7000억원을 기부해 세간에 화제가 됐다. 자산 규모로 아시아 최대의 장학재단이다. 고인은 장학재단을 만든 이유를 “돈을 움켜쥐고 있자니 걱정만 커졌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는 일도 많았다”며 “그러다가 기부를 결정하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2014년에는 600억원을 기부해 서울대 관정도서관을 헌정하면서 서울대 사상 최대 기부액을 기록했다. 고인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고 2021년에는 제22회 4·19문화상을 수상했다.

‘1조원 기부왕’ 고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설립한 타일 제조업체인 경남 김해 삼영산업. 이 회사는 경영악화로 인한 자본잠식으로 지난달부터 전면 휴업에 이어 지난 15일자로 종업원 130명 모두에게 해고를 통보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이 회사 직원들은 한 달 넘게 휴업을 함께 하면서 견뎌왔는데 해고 통보를 받아 애를 태우고 있다. 한 직원은 “회사만 믿고 오직 한길로 일해왔는데 엄동설한에 거리로 나서야 할 상황”이라며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삼영산업은 1972년 9월 이 회장이 삼영요업으로 설립해 운영해 왔으나 최근 4년간 영업손실이 커졌다. 특히 지난해 9월 이 회장이 별세하고 그의 자녀들조차 회사가 경영 위기에 몰리자 지분 상속을 포기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18일부터 집회신고를 해놓고 있으나 회사 문은 굳게 닫힌 상태다. 서무현 삼영산업 노조위원장은 “그나마 임금 체불은 없지만 당장에 심각한 것은 직원들의 퇴직금 32억원은 사측에서 지급 여력이 없다고 한다”며 “대부분 평생직장으로 일해온 노동자들이 많은데 재취업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창업주 아들인 이석준 회장도 삼영산업 대표로 있었고 선대의 피땀이 서린 사업장에 대한 책임 의지를 갖추고 사태를 챙겨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한기문 삼영산업 대표는 “이달 말까지 외상매출금 등을 최대한 회수해 퇴직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에서는 총무팀 등 필수 근무 인력만 출근한 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과 김해시는 이 회사 직원들의 체불임금 상황과 퇴직금 관련 대책 등을 확인하고 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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