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이지스함으로 부활한 ‘충남함’···다기능 레이더로 적 미사일 8발 동시 타격[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대함·대공·대잠전 동시 수행도 가능
최신 호위함 충남함 배수량 3600t급
200㎞ 이상 떨어진 북 지상목표 타격
적 레이더에 작게 잡히는 스텔스 성능
대한민국 해군의 호위함 역사는 1980년 12월 30일에 그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형 호위함(FF·Frigate) ‘1번함’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당시로 보면 최신의 사격통제장치와 자동화 함포, 함대함 미사일, 어뢰 등을 탑재한 울산급 호위함은 우리나라 방위산업기술이 집약된 전투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기술, 자신감이 더해져 다양한 최신형 수상함이 등장하는 디딤돌이 됐다.
1975년 7월 9일 박정희 대통령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 고조와 함께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대응하고, 자주국방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한국형 전투함의 건조를 지시했다. 해군은 곧바로 한국형 호위함 개발에 돌입했다. 1000톤이 넘는 대형 전투함을 국내에서 건조하기 위한 첫 시도다.
사실 당시로는 이제 막 소형 함정을 만들기 시작한 해군에게는 쉽지 않은 대통령의 지시였다. 고속정 설계 기술을 보유했지만 대형 전투함의 설계 경험은 전무한 상태다. 중무장한 채 빠른 속력을 내며 장기간 항해가 가능한 최신예 플랫폼(전투함)을 설계한다는 것은 도전 그 자체였다.
해군은 1976년 12월 31일 현대중공업과 ‘1800톤급 구축함 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처음에는 한국형 구축함으로 명명했지만 함정 크기를 고려해 호위함으로 사업명을 변경했다. 개념설계를 거쳐 1978년 3월 31일 기본설계를 완료했고 같은 해 10월 28일 현대중공업과 ‘상세설계 및 함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1980년 4월 8일에 역사적인 진수식을 개최했다. 시운전을 거쳐 1980년 12월 30일 정식으로 해군에 인도됐고, 1981년 1월 1일 취역했다. 함명은 ‘울산함’으로 명명해 4년 만에 ‘울산급 호위함’이 탄생했다. 900번대 선체번호를 받았고, 함장은 대령 계급이 맡았다.
울산급 호위함은 대간첩작전을 위해 많은 함포를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선체에 76㎜ 주포 2문, 30㎜ 부포 4문(또는 40㎜ 부포 3문)을 장착했다. 전장 102m, 전폭 12m로에 달한다. 무엇보다 대잠어뢰와 폭뢰 등을 장착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하푼(Harpoon) 함대함 미사일을 추가로 탑재했고, 최신의 사격통제장치와 음향탐지기 등도 갖춰지면서 대함·대공·대잠전을 동시 수행이 가능해졌다.
북한의 고속함정을 상대하기 위해 고속 기동도 강화했다. 선체 상부는 중량이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제작하고 2대의 가스터빈 및 2대의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최고 속력을 36노트(시속 63㎞)까지 끌어올렸다.
이 같은 성능 개량과 미비점을 보완해 4년 뒤 서울함·충남함·마산함·경북함을 순차적으로 취역시키는 기반이 됐다. 1989년부터는 전투시스템이 향상된 전남함·제주함·부산함·청주함을 인수했다. 이에 울산급 호위함은 총 9척이 건조됐다.
오랜 기간 대양에서 벌어지는 훈련에 투입되고 각종 작전에 참여했지만 울산급 호위함은 2014년 12월 30일에 초도함 울산함을 시작으로 퇴역하기 시작했다. 울산함과 서울함은 지방자치단체에 무상 대여돼 안보전시관으로 운영 중이다.
해군 수상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울산급 호위함은 동해와 서해, 남해에서 초계함과 고속정을 지휘·통제하는 기함(지휘함)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양한 합동·연합훈련에서 뛰어난 임무 수행 능력으로 우리 해군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예컨대, 울산함은 1983년 12월 3일 다대포 해안에 침투한 간첩선 대응작전에서 전투단대 지휘함 임무를 수행하면서 무장 간첩선을 격침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해군의 첫 해외훈련 참가도 울산급 호위함이었다.
서울함과 마산함은 1990년 제12회 환태평양훈련(RIMPAC·RIM of the PACific·림팩)에 투입됐다. 림팩은 태평양 연안국들이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고 테러 발생 때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해상 종합훈련이다. 2년 주기로 하와이 인근에서 열린다. 당시 서울함은 우수한 포술 능력으로 ‘탑건’(Top Gun)의 영예를 차지했다. 마산함도 우리 해군 최초로 하푼 함대함 미사일의 실제 사격을 완수하기도 했다.
서울함과 충남함은 1987년 국산 함정 최초로 순항훈련에 투입됐다. 1991년에는 충남함과 제주함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했고 1992년에 충남함과 마산함이 세계일주 항해를 펼쳤다. 특히 울산함은 1993년 9월 22일 우리 해군 최초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입항해 양국 해군의 군사외교 활동을 넓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형 구축함(DDH·destroyer helicopter)이 등장하기 전까지 울산급 호위함은 우리 해군의 상징적 존재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 같은 까닭이다.
지난해 4월 국산 1세대 전투함인 충남함이 ‘미니 이지스함’으로 부활했다. 해군의 울산급 호위함 배치(Batch·유형)-Ⅲ 1번함인 충남함이 진수돼 시험평가 기간을 거쳐 올해 12월 해군에 인도되면 전력화 과정을 거친 후 작전배치 된다. 해군이 운용 중인 구형 호위함(FF)과 초계함(PCC)을 대체한다. 함정번호는 FFG-828이다.
충남함은 배수량 3600t급 호위함으로 종전 신형 호위함들에 비해 크기가 훨씬 커졌다. 기존 인천급(울산급 배치-Ⅰ)은 2500t, 대구급(울산급 배치-Ⅱ)은 3100t급 정도다. 같은 울산급 안에서 ‘배치’ 숫자가 커질수록 성능이 개선되고 배수량도 커졌는데, 초도함 충남함은 인천급에 비해선 배수량이 1000t 이상이나 커졌다. 길이 129m, 폭 14.8m, 높이 38.9m에 달한다.
16기의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에는 대함미사일 요격미사일 ‘해궁’, 장거리 대잠미사일(어뢰) ‘홍상어’, 전술 함대지미사일 등이 탑재된다. 해궁은 첫 국산 대함미사일 요격미사일로 사거리는 20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별개로 8기의 ‘해성’ 함대함 미사일이 함체 외부에 장착됐다. 해성 대함 미사일은 최대 150㎞ 가량 떨어진 적 함정을 격침할 수 있다. 특히 전술 함대지 미사일은 함정에서 200㎞ 이상 떨어진 북 지상목표물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함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 국산 장비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함정의 두뇌이자 심장부인 전투체계와 ‘눈’에 해당하는 레이더 등 주요 탐지 장비, 무장 등이 이에 해당된다. 첫 국산 디지털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MFR)와 ‘고깔모자’처럼 생긴 복합센서마스트(ISM·Integrated Sensor Mast )를 최초로 장착했다.
충남함은 날아오는 적 대함미사일 8발 이상을 동시에 요격이 가능한 최신예 호위함이다. 이지스함과 비슷하게 첫 국산 디지털 위상배열 레이더 등도 장착해 대공·대함·대잠수함 미사일은 물론 함대지(艦對地) 미사일 등 다양한 육해공 타격 능력도 갖췄다.
직사각형 형태인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는 회전하는 형태로 이지스함처럼 마스트(mast) 4개면에 고정돼 장착돼 있다. 복합센서마스트에는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 4대와 적외선탐지추적장비(IRST) 4대가 마스트 4개면에 각각 설치돼 대공·대함 표적에 대한 탐지·추적 및 다수의 대공 표적에 대해 동시 대응을 할 수 있다.
이는 기전 인천급이나 대구급 호위함과 외형상으로도 확연하게 다른 점이다. 인천급이나 대구급 호위함은 탐지 레이더와 추적레이더를 마스트에 각각 따로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또 여러 센서가 마스트 안에 들어가 있어 적 레이더에 아주 작게 잡히는 스텔스 성능이 뛰어나다는 건 장점이다.
함정의 두뇌인 전투체계는 레이더, 전자광학추적장치 등 각종 센서들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신속히 종합해 판단하고 적절한 무기들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전투체계는 적이 공중 또는 해상에서 여러 발의 대함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해 공격할 경우 ‘해궁’ 요격미사일로 막을 수 있게 된다.
실제 국방과학연구소(ADD) 공개한 영상을 보면 충남함이 동시에 8발의 대함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충남함 KVLS에 8발의 해궁 미사일이 장착된 덕분이다. 군의 한 소식통은 “충남함에는 해궁 외에도 기관포로 적 대함미사일을 요격하는 근접방공시스템이 장착돼 동시 요격 가능한 적 대함미사일은 10발 이상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충남함은 향후 국내 개발 한국형 이지스 체계를 탑재하게 될 차기 구축함 확보를 위한 발판”이라며 “국내 함정 건조 능력을 입증해 방산 수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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