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 '콘유' 세계에 침투한 마석도가 궁금하다면 [시네마 프리뷰]

정유진 기자 2024. 1.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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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넷플릭스 공개 영화 '황야' 리뷰
'황야'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황야'(감독 허명행)를 '좀비물'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조금 애매한 지점이 있어 보인다. 다수의 좀비 대 인간의 추격전과 대결을 중점적으로 그린 전형적인 K-좀비물들에 비해 '황야'는 독보적인 안타고니스트의 오라가 좀비들을 압도한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좀비들(로 추정되는 동체들)의 존재감이 크지 않으며, 이들은 오로지 프로타고니스트의 막강한 전투력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배경으로서 활용될 뿐이다. '좀비물'이 아니라서 재미가 떨어지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좀비물'의 매력을 살짝 가미한 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액션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는 과연 다른 마동석 액션 영화들이 그렇듯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 있었다.

24일 온라인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황야'는 종말 이후의 세계를 다룬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액션 영화다. 액션 스타 마동석의 존재감과 연기파 배우 이희준의 열연, 무술 감독 출신인 허명행 감독의 액션 연출이 돋보였다. 이야기적으로는 허술한 설정이나 전개가 종종 보였던 게 사실이지만, 대중적으로는 좋은 반응을 기대해봄직하다.

영화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비슷한 배경을 그리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재해로 지구의 모든 것은 멸망해 버리고,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황야 속에서 그저 생존만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삶은 비참하다. 사냥을 해 거기서 나온 식량을 물물교환해 살아가는 남산(마동석 분)과 그의 사냥 파트너 최지완(이준영 분)은 10대 소녀 한수나(노정의 분)와 그의 할머니(성병숙 분)를 각별히 돌봐준다. 남산은 과거 수나와 비슷한 또래인 딸을 지켜주지 못한 상처가 있고, 지완은 수나를 짝사랑 중이다.

'황야'

황폐한 세상의 유일한 희망은 어딘가에 있다는 '아파트'다. 선택받은 사람들 만이 사는 이 아파트에는 물도 있고 먹을 것도 있어 걱정할 것 없이 살 수 있을 거라는 소문이 돈다.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사람들이 수나와 할머니를 찾아온다. 이들은 수나 같은 10대 학생들이 세상의 희망이라며 보호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온다. 근근히 살아가던 수나와 할머니는 그들을 따라나서고, 남산과 지완 역시 "어딜 가도 여기보다는 낫다"며 두 사람을 배웅한다.

우여곡절 끝에 아파트에 도착한 수나는 나눠주는 깨끗한 물을 받아들고 희망찬 표정을 지어보인다. 배정 받은 집의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행복한 기분도 잠시. 수나는 이내 아파트 안을 감도는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10대 청소년들은 부모와 떨어져 8층에서 따로 생활해야 하며 선생님(장영남 분)은 이곳의 지도자인 의사 양기수(이희준 분)의 연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교육한다. 게다가 아파트로 오는 길, 의료시설에 모시고 갔다 데려오겠다던 할머니는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수나는 늦은 밤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아파트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이미 관람한 관객들은 '황야'의 세계관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황야'는 애초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드라마 '유쾌한 왕따' '콘크리트 마켓' 등과 함께 '콘크리트 유니버스'를 이룬 작품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다 조금 뒤 시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황야' 스틸 컷

영화에서 대척점에 서서 도드라진 존재감을 발휘하는 캐릭터는 둘이다. 마동석이 연기한 남산과 이희준이 연기한 양기수 박사. 남산은 '범죄도시' 마석도를 비롯한 기존 마동석의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막강한 공격력을 갖추었으며 과묵하게 있다가 잽을 날리듯 종종 웃음 터지는 유머를 구사하는 인물이다. 주로 맨몸 액션을 선보였던 마동석은 이번 작품에서는 총기나 흉기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다채로운 액션을 보여준다. 허명행 감독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 감독이었던 만큼, 마동석이 보여주는 액션 특유의 쾌감을 잘 살려낸다.

마동석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이희준은 죽을 딸을 되살리기 위해 연구를 하다 겉잡을 수 없이 미쳐버린 의사 양기수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다소 만화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던 이 캐릭터를 그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현실감 있게 창조해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이병헌을 떠올리게 만드는 오라와 연기다. 양기수의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남산과 대조를 이루는데, 존재감이 큰 액션 스타 마동석에 밀리지 않는 기세를 뿜어내는 이희준의 활약이 특별했다.

이준영, 노정의도 제몫을 다했으나 다소 급한 전개로 인해 캐릭터들을 둘러싼 드라마에 깊이감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여전사로 등장하는 안지혜의 액션은 확실히 보는 이들의 눈길을 붙잡을만하고, 이희준 못지 않게 특이한 캐릭터를 연기한 장영남의 활약도 돋보였다. 종종 등장하는 마동석 스타일의 유머는 취향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리겠으나 대중적으로는 '호'에 가까울 것이다. MCU의 확장이라면 확장이며 '현실 액션'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방향성이 나쁘지 않다. 러닝타임 107분. 26일 넷플릭스 공개.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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