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앞 ‘아픈 역사’ 지워지나…옛 성병진료소 이전 논란
[앵커]
전국에서 미군부대가 가장 집중된 경기도에는 기지촌 여성들이 인권을 유린당한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아픈 역사의 현장들이 지자체들의 개발 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구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캠프 스탠리 옆 단층 건물, 반세기 전 기지촌 여성들이 강제로 검사를 받던 성병진료소입니다.
[박OO/'기지촌' 피해 여성 : "국가에서 '너희들이 검진 열심히 해가지고 미군들한테 성매매 열심히 해서 달러 많이 벌어라.' 이렇게 만든 장소예요. 이 장소가."]
여성공동체 '두레방'은 37년 전 이곳에서 기지촌 여성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제빵 기술을 나눠 자립할 힘을 기르고 아이를 함께 키우며 치유와 회복을 도왔습니다.
2022년에는 기지촌 여성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박OO/'기지촌' 피해 여성 : "저희 집 같은 장소예요. 마음의 고향 같은 곳. 여기는 살아있는 역사예요. 이 건물은 없어져서도 안 되고 남한테 넘어가서도 안 돼요."]
그런데 건물주인 의정부시가 두레방에 마을을 떠나라고 요구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들이 사업할 공간이 필요하니 지금 사용하는 건물을 비우고 다른 장소로 이전해 달라는 겁니다.
[허남준/의정부시 도시재생과장 : "활성화를 위해서 양보를 했으면 하는 거고요,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에는 여성보육과에서 거기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미군 위안부였던 기지촌 여성들.
두레방은 생존자 25명이 여전히 마을에 있다며, 이전할 수 없단 입장입니다.
[김은진/두레방 원장 : "두레방은 두레방 여성들이 이곳 빼벌마을에 단 한 분이라도 살아계시는 한, 곁에서 지속적인 지원과 지지를 담당해야 하는 설립목적이 분명한 단체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동두천에 있던 성병관리소도 시가 소요산 개발을 추진하면서 철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안태윤/박사/전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 : "우리가 지나간 역사에 대해서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를 다시 돌아보고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면 좋겠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지자체가 미군 위안부 기념사업을 하도록 한 지원법이 나왔지만 국회에선 3년째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구경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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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 기자 (isegor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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