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불륜 남편들, 왜 뻔뻔해진 걸까

남지은 기자 2024. 1. 26. 07: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드라마 속 '불륜 남편'들이 뻔뻔해졌다.

서재원 말마따나 이들은 "뭐가 그렇게 당당할까?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아닐까?" 그래도 과거 드라마에선 일단 불륜이 걸리면 상황을 수습하려는 시늉은 했다.

뻔뻔한 불륜 남편들은, 주부들이 많이 보는 아침·일일·주말 드라마에서 주로 다뤘던 불륜이라는 소재가 미니시리즈나 오티티(OTT) 등에서 여러 장르로 변주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 남편과’ ‘나의’ ‘선산’
과거와 달리 ‘적반하장’
뻔뻔한 남편의 끝을 보여주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 박민환(이이경·오른쪽). 티브이엔 제공

드라마 속 ‘불륜 남편’들이 뻔뻔해졌다. 다른 여자를 만나다가 들통이 나도 사과 대신 ‘당당 모드’로 응수한다. 한마디로 “어쩌라고”다.

1일 시작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tvN)의 나쁜 남편 박민환(이이경)이 대표적이다. 그는 아내 강지원(박민영)이 암으로 입원한 동안 아내의 친구 정수민(송하윤)을 만나다가 현장이 발각됐다. 백번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죽여버리겠다”는 아내한테 “네가 뭘 할 수 있냐”며 대놓고 무시한다. 지난해 12월30일 시작한 ‘나의 해피엔드’(TV조선) 허순영(손호준)도 만만찮다. 아내 서재원(장나라)이 자신의 바람을 눈치채고 “이제 그만 정리하라”고 하자 표정까지 싹 바꾸며 “왜 그래야 하는데?”라고 되받아친다. 지난 19일 공개된 ‘선산’(넷플릭스)의 양재석(박성훈)도 아내 윤서하(김현주)가 불륜의 증거인 사진을 들이밀자 “네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지난 14일 끝난 ‘마에스트라’(tvN) 김필(김영재)은 아내 차세음(이영애)한테 비밀을 누설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서재원 말마따나 이들은 “뭐가 그렇게 당당할까?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아닐까?” 그래도 과거 드라마에선 일단 불륜이 걸리면 상황을 수습하려는 시늉은 했다. “실수였다”고 사과하거나, “절대 아니라”고 발뺌하거나.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나의 해피엔드’(TV조선), ‘마에스트라’(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tvN), ‘선산’(넷플릭스) 속 불륜이 발각되고도 뻔뻔한 태도로 나온 남편들. 각 사 제공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간통죄 폐지가 최근 드라마 속 불륜 남편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불륜이 2015년 이후 형사처분에서 제외되면서 드라마에서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황 평론가는 “과거에는 불륜 행위가 들키느냐, 증거를 잡느냐가 이야기의 중심이었다. 지금은 간통이 민사의 문제가 되면서 불륜 이후의 상황을 보여주며 부부가 잘잘못을 따지고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내 남편과…’ ‘나의…’(이상 16부작) ‘선산’(6부작)도 모두 1회에서 불륜이 발각되고 이후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통적인 가족 의미의 퇴색과 1인가구 증가로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이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도 드라마 속 불륜 남편들이 변한 이유로 거론된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결혼과 가정을 동일시하지 않는 인식이 이혼 이후 삶에 대한 불안함을 희석하고, 나아가 이혼이 죄의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 만족도를 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형성했다”며 “최근 드라마에는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뻔뻔한 불륜 남편들은, 주부들이 많이 보는 아침·일일·주말 드라마에서 주로 다뤘던 불륜이라는 소재가 미니시리즈나 오티티(OTT) 등에서 여러 장르로 변주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불륜녀가 누구인지 파헤치는 심리 스릴러(‘브이아이피’, 2019)나 불륜 당사자와 지인들의 관계성(‘부부의 세계’, 2020) 등 다채로운 전개를 펼치려면 일단 불륜남들이 뻔뻔해야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가 쉽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도 뻔뻔한 남편 덕에 드라마는 아내가 결혼 전 과거로 가는 타임슬립으로 바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불륜 치정극에 오피스물과 회귀물이 더해지면서 장르가 다채롭게 변주되어 드라마가 더욱 흥미로워졌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