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장관 발언 180도 변한 까닭은…주식?
이상한 일 아닌가. 지난 연말부터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총선 앞두고 큰판을 벌인다”며 연일 군사적 위기를 강조해왔다. 그 선두에 서 있던 신 장관이 돌연 “전쟁위기는 없다”는 걸 강조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세상읽기] 김종대 |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새해 벽두부터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는 1월3일 영국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북한이 오는 4월 우리의 총선에 개입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겨냥해 지대공 미사일 발사 등의 직접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어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 때처럼 한국을 겨냥한 국지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거듭 분쟁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미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펴던 그가 외신을 통해 한반도 분쟁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여파는 컸다. 신 장관은 평소 북한의 도발에는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한다”며 결전을 강조해왔기에 사소한 우발적 충돌도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신 장관 인터뷰는 세계 여론에 동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는 대만해협이 아니라 한반도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효과를 초래했다. 인터뷰가 보도된 4일부터 북한은 서해 연평도와 백령도 일대에 포 사격을 감행했다.
그런데 지난 16일 신 장관의 말은 사뭇 달랐다. 한국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 장관은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미국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 “지나친 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북한이 전쟁에 반드시 필요한 포탄 수백만발 등을 러시아에 수출했다는 점을 근거로 지금 북한은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라고 말하고 있다.
이상한 일 아닌가. 지난 연말부터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총선 앞두고 큰판을 벌인다”며 연일 군사적 위기를 강조해왔다. 그 선두에 서 있던 신 장관이 돌연 “전쟁위기는 없다”는 걸 강조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북한은 16일 신 장관 발언 이후 일주일 동안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수중 핵 어뢰 시험, 서해에 전략 순항미사일 발사 등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는데, 정작 신 장관은 어떤 대북 강경 발언도 자제하고 있다. 더군다나 한반도 안보위기는 국내 정치에서 수렁에 빠진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는 정국 반전을 꾀할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왜 회피하는 걸까? 최근 한 보수 신문이 1월22일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일 공군의 3국 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되었다고 특종 보도하자 신 장관이 크게 화내며 내부의 정보 누설자를 색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한에 억제력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는 걸 최고의 안보전략이라고 믿는 신 장관이 이 보도에 화를 냈다는 건 더 이상하다.
이 수수께끼를 풀려면 국내 주식시장을 보아야 한다. 1월4일부터 18일까지 국내 코스닥, 코스피 주식 총액의 7.6%가 증발했다.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은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한국만 폭락한 거다. ‘검은 1월’로 불리는 이 기간의 폭락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그것도 정부가 주식 공매도 금지 연장, 금융투자세 폐지, 주식거래세 완화,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 등 주가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별의별 정책을 쏟아낸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 떨어진 주가는 전쟁위기에 불안을 느낀 외국 투자자들이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했다는 점을 빼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2차전지 관련 주식 거래 문자를 확인하다 논란이 됐던 신 장관이 보유한 주식도 폭락했을 터다. 결국 주식과 부동산을 부양하여 총선을 치르려던 윤석열 정부의 구상이 1월에 박살이 났고, 그 여파로 신 장관이 대북 강경 발언 자제에 나선 게 아닐까.
분명 지금의 안보 불안은 과거 전쟁위기와 달리 경제에 매우 민감하고 치명적인 변수다. 1994년 북핵위기 이후 전쟁위기 때마다 한국 주식시장이 출렁거렸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저강도 위기에도 주식시장이 폭락을 했다는 건 낯설기만 하다. 과거 전쟁위기 때와 지금은 세가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 미국의 전쟁 위기관리 능력이 크게 약화했다. 둘째,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 편을 들지 않는다. 셋째, 지금은 우크라이나, 중동, 남아시아 등지에서 세계가 전쟁 중이다.
이런 구조적 요인에다가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다 같이 전쟁을 결심하려는 듯한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변화한 한반도 상황에 놀란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나가면서 한국은 외톨이가 되었다. 그게 바로 신 장관 발언이 180도 변화한 배경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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