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두울 때 만난…마음 털어놓을 친구 한명의 소중함이란[그림책]
힘내, 두더지야
이소영 글·그림
글로연 | 50쪽 | 1만8000원
그림책 <힘내, 두더지야>의 두 주인공 두더지와 사슴벌레는 일이 가장 안 풀릴 때 서로를 만난다.
두더지는 성실한 농부다. 당근을 키운다. 땅을 열심히 일구고, 물도 열심히 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두더지가 키우는 당근은 다른 농부들의 당근에 비해 너무 작다. 당근 시장에서 ‘달달한 두더지네 당근’은 별로 인기가 없다. 다들 두더지네 당근보다 열 배는 큰, 아니 두더지보다도 큰 대형 당근만 찾는다. 시장에 나간 날이면 두더지는 애지중지 키운 자신의 당근이 보잘것없게 느껴진다. 거의 팔지 못한 당근을 다시 수레에 싣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 밤. 두더지는 처치곤란인 당근을 믹서에 갈아 당근주스를 만든다. 고운 빛깔의 당근주스가 담긴 병이 하나둘 늘어갈 때마다 두더지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결국 두더지는 당근더미를 앞에 두고 엉엉 울어버리고 만다.
사슴벌레는 숲속의 상담가다. 친구들의 이런저런 고민을 듣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만, 모두가 사슴벌레의 조언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이날 사슴벌레는 두더지만큼 안 좋은 하루를 보냈다. 상담을 받던 다람쥐가 화가 나 돌을 집어던져 사슴벌레의 뾰족한 턱이 깨져버렸다. 모두의 상담가지만 정작 자기 고민은 털어놓을 데 없는 사슴벌레는 멍하니 길을 걷다 울고 있는 두더지와 만난다.
<힘내, 두더지야>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연한 만남이 가져다 주는 행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쩌면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을 순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을 순간에 서로를 발견한 두더지와 사슴벌레는 억지로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말없이 걷는 편을 택한다. 둘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긴 밤산책을 나간다. 그리고 한참 걸은 뒤에야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작한다. “두더지야, 넌 왜 큰 당근을 원해? 네가 만든 당근주스는 이미 훌륭한데.” “사슴벌레야, 넌 고민 없어?” 두더지와 사슴벌레는 산책길 끝에서 각자가 처한 위기를 함께 극복하며 자신감을 회복한다. 하지만 위기는 장치일 뿐, 진짜 둘의 마음을 회복시킨 건 산책을 하면서 나눈 긴 대화인 것 같다.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소영 작가가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한 그림책이다.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그린 그림을 모노프린트한 이미지들이 부드러우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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