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최강 한파에도 일감 찾아 나선 사람들
“으...춥다. 추워!”
살을 에는 추위라는 게 이런 걸까? 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진 23일 오전 4시 30분쯤 서울 구로동 남구로역삼거리 인력시장에서 일감을 구하러 온 일용직 노동자들이 몸을 움츠리며 난로를 쬐고 있었다. 그나마 한국 사람들이 모인 2번 출구 앞은 구청에서 마련한 쉼터 비닐 천막 안에서 추위를 피하며 따뜻한 차와 난로 등으로 노동자들이 잠시 쉴 곳이라도 있었다.
중국인들과 조선족 등이 모여 있는 곳으로는 칼바람이 불며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가 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모두 두꺼운 방한복과 모자, 마스크 등으로 완전히 무장한 상황에서도 몸을 움츠리며 떨고 있었다.
5시가 되자 노동자들을 구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렸다. 중국어로 무언가 이야기를 하더니 3명, 2명의 노동자를 데리고 차량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부러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 도로 양옆으로 그들을 데려가려고 기다리는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며 300명이 넘게 인도를 가득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일감을 구해 떠난 사람들과 일감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떠나며 6시가 넘어가자 남구로역 인근에는 거의 남아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리고 있는 노동자들 대여섯이 남아 담배를 태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환경미화원들이 지나다니며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그렇게 2시간여 만에 일감을 찾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지나는 차량들의 소리만 들렸다.
쉼터에서 난로를 쬐고 있던 한 노동자는 “일감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다”며 “건설 경기가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우리같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당장 입에 풀칠이 안 된다”고 했다. 그 옆에 있던 한 노동자는 “평소의 절반도 안된다”며 “추위 때문이 아니라 일감 자체가 없다”고 했다. “평소엔 경찰이 차도 밖으로 나온 사람들 단속하는데 오늘은 그냥 (경찰)차에서 내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올해로 34년째 이곳에서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따뜻한 차를 나눠주는 자원봉사자 홍병순 씨(72)는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며 “일할 사람은 늘어나는데 당장 일감이 없으니 저들 중 태반은 그냥 허탕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하루빨리 경기가 좋아져서, 예전처럼 사람들 눈에 반짝반짝 희망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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