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외국 기자들도 "이제 안 무섭다"…'티슈 호랑이' 전락한 한국
(도하=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클린스만호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거듭하면서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이미지는 '종이 호랑이'도 아닌 '티슈 호랑이'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말레이시아와 '접전'을 펼친 끝에 3-3으로 비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107계단 아래인 130위 말레이시아와 엎치락뒤치락,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대등한 승부'를 펼쳐 보였다.
클린스만호의 문제점은 어느 하나를 꼽아 지적하기 힘들 정도로 산적하다. 수비는 허술하고, 공격의 결정력은 낮다.
공격 전개 과정에서는 약속된 플레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 '해줘 축구'라는 비아냥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뮌헨) 등 공수에 포진한 '월드클래스 자원'들에게 그저 모든 것을 맡기기만 하는 축구를 한다는 얘기다.
대회 현장에서 만난 외국 기자들도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본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일본과 16강에서 만나는 것을 피하려고 말레이시아에 일부러 비겨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이겨 조 1위를 했다면 D조 2위인 일본과 16강 대결을 펼치는 대진이었다.
그러나 이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을 펼치게 됐다.
이란 매체 '풋볼 아이넷'의 모함마드 자마니 기자는 "한국이 일본을 피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특히 3번째 실점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6실점 했다.
준우승한 2015년 호주 대회(2실점)와 8강까지 오른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2실점)의 전체 실점을 합친 것보다 2골이나 더 내줬다.
이들 두 대회에서 조별리그는 무실점으로 마쳤던 한국이다.
6실점은 이번 대회 16강 진출 팀 중 인도네시아와 더불어 최다 실점 공동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자마니 기자는 "클린스만의 한국은 인상적이지 않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때 한국은 무서운 팀이었다"라고도 말했다.
선수단 운용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우승을 노린다는 한국이 공격에서 자타공인 '최고의 무기'인 손흥민과 이강인을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풀타임을 뛰게 했다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는 기자들이 많았다.
주전 선수들이 체력 안배를 전혀 안 한 것이 토너먼트에서 문제로 작용할 수 있는데도, 클린스만 감독이 이들에게 270분을 뛰게 한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본 '스포츠호치'의 호시노 고지 기자는 클린스만 감독의 이런 선택에 대해 "우승을 목표로 삼은 팀의 감독이 한 선택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만약 16강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대결하면 누가 이길 것 같으냐는 질문에 호시노 기자는 5초 정도 고민하더니 "일본"이라고 답했다.
'경기 스타일이 너무 개인플레이에만 의존한다'는 지적은 외국 기자들의 입에서 공통으로 나왔다. 이는 '감독의 전술'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의 완곡한 표현으로 읽혔다.
다만,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부상에서 복귀한 만큼, 16강전부터는 클린스만호 공격이 본래의 파괴력을 되찾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분석을 내놓은 기자도 있었다.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쳐 1, 2차전에서 아예 명단 제외됐던 황희찬은 말레이시아전에서 후반 17분 교체 투입됐다.
말레이시아 스포츠 전문 매체 '하리마우 말라야'의 베테랑 기자 탄분퍄우(48)는 상대가 내려서는 경우가 많은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우는 '손톱' 전술은 비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복귀한 황희찬이 더 공격적인 역할을 맡고 손흥민은 페널티지역 바깥 공간을 중심으로 프리롤을 소화하게 된다면 클린스만호의 공격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클린스만호는 26일 훈련을 진행하지 않고 휴식을 취한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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