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음식' 먹어보자"…연예인도 줄 선다는 맛집의 정체 [여기잇슈]

김세린 2024. 1.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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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토핑 곁들인 '베이글' 인기
2023 줄서기 맛집 1위 '베이글 전문점'
"코로나19이후 수요 증가…MZ 취향 저격"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에도 추위를 뚫고 '베이글 오픈런'을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 /사진=김세린 기자


"이거 먹으려고 새벽부터 대구에서 서울까지 달려왔어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 내 유명 베이글 전문점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무리는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하고 맛있는 집이라고 소문났길래 멀리서 오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베이글 구매에만 총 8만원이나 썼다는 이들은 "나름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앞에 130팀이 있어 대기해야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곳은 지난 한 해 줄서기 애플리케이션(앱) 캐치테이블이 꼽은 '웨이팅이 가장 많은 맛집 1위'에 이름을 올린 '런던베이글뮤지엄'이다. 이날 오전 일찍 '오픈런'에 성공했다는 40대 이모 씨는 "20대 자녀가 '요즘 엄청나게 핫한 음식인데 집에 올 때 꼭 사다 달라'고 부탁해서 10만원어치 샀다"며 "평일이고 날씨도 너무 추워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다"고 놀라워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 줄서기 앱 기준으로 120명가량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은 줄을 서 기다리는 손님들에 "2~3시간 정도 대기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매장 내부 모습. /사진=독자 제공


국내에서 '뉴요커의 식사 대용 음식'이라고 불리던 베이글의 인기가 뜨겁다. 베이글은 크림치즈와 잘 어울리는 빵으로 알려져 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에는 플레인 베이글부터 소금빵·감자 치즈 베이글 등 총 17종류의 베이글을 비롯해 9개가 넘는 크림치즈로 입소문이 났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을 포함해 'SNS 맛집'으로 손꼽히는 국내 베이글 전문점에서도 쪽파와 감자 치즈, 양파, 무화과, 초콜릿 등 다양한 토핑을 첨가한 베이글을 내놔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온라인상에서 베이글 관련 긍정 키워드는 92%를 차지했다. 자주 언급된 긍정 키워드로는 '맛있다', '먹고 싶다', '좋아한다', '종류 다양하다', '유명하다' 등이 있었다. 베이글은 인스타그램 등 SNS의 인증샷 문화를 통해 더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날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베이글'과 관련된 게시물은 54만7000개, '베이글 맛집' 게시물은 18만개에 달한다.

방송인 박명수의 유튜브 채널 '할명수'에 올라온 블랙핑크 지수와의 '베이글 리뷰'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베이글은 여러 유튜버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오픈런하는 핫한 맛집'으로 통하고 있다. 방송인 박명수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언급하며 "이곳이 인기가 진짜 많다"며 "우리 아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한 시간 넘게 줄 서서 사 온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 방송에 함께 출연한 블랙핑크 지수도 "내가 내 눈으로 보고 사고 싶어서 한번 웨이팅 걸어놓고 베이글 폭풍 쇼핑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해당 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수 약 327만회를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베이글이 한국에 들어온 지는 30여년이 넘었으나, 갑자기 한국에서 열풍을 불러온 것과 관련, 코로나19의 영향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식빵, 베이글 등 식사 빵에 해당하는 빵 종류들의 2022년 시장 규모는 1227억원으로, 코로나19 전이었던 2018년보다 62% 성장했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베이글 관련 숏폼 인기 동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베이글의 인기는 배달 플랫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1일 배달 앱 요기요는 주요 배달 메뉴인 치킨, 피자, 중식류를 제외한 메뉴 중 2023년 1∼11월 주문 수가 많이 증가한 품목을 '루키 메뉴'로 선정했고, 루키 메뉴 3위에 주문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76% 폭증한 베이글이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에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다 보니 식빵이 식사 대체재로 급부상했고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담백한 식사용 빵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며 "여기서 베이글은 식빵보다 더 쫄깃하고 꾸덕꾸덕한 식감을 갖고 있는데, 이런 식감이 또 요즘 젊은 층 사람들에게 잘 먹히다 보니 인기가 많은 간식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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