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눈 내린 아침

박진용 동화작가 2024. 1.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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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마당이 눈으로 덮여 있다, 마당뿐이 아니다.

대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쓴다.

광에 들어가서 쌀 한줌을 내다가 '구우구우'하며 마당에 뿌려준다.

작년에 저장해 놓은 옥수수 알도 마당에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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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용 동화작가.

이른 아침, 마당이 눈으로 덮여 있다, 마당뿐이 아니다. 담장 너머 세상이 온통 하얀 겨울왕국이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냉동고 날씨와 폭설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옷을 두툼하게 껴입고 밖으로 나오니 길고양이 세 마리가 달려온다. 이 추운 날 어디서 잠을 자고 온 것이냐. 냉장고에 준비해 두었던 돼지고기 한 점씩 던져 주었다. 번개처럼 먹이를 물고 빛의 속도로 달아난다. 다 먹고 나서 금방 달려와 더 달라고 바짓가랑이를 앞발로 툭툭 치며 따라다닌다.

대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쓴다. 밀대와 눈삽으로 쌓인 눈을 치운다. 문 밖으로 나가서 우리 집 입구를 쓸고 동네 안길을 쓴다. 자동차가 지나가기 전에 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차 바퀴가 지나간 자리를 쓸어낼 수 없고 빙판이 되어 동네 어르신들이 위험해진다. 그리고 우측으로 꺾어지는 비탈진 길은 눈을 반드시 쓸어야 한다. 지나가는 자동차가 미끄러져 사고 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길을 쓸고 나니 온몸이 후끈하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집에서는 참새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임 그리워 운다.' 어려서 아버지가 막걸리 한 잔 하시면서 흥얼거리시던 민요 가락을 나도 중얼거리고 있었다. 광에 들어가서 쌀 한줌을 내다가 '구우구우'하며 마당에 뿌려준다. 나뭇가지에서 노래하던 참새들이 떼 지어 내려온다. 한줌 더 뿌려준다. 참새들은 미끄러지듯 걸으면서 도리도리를 하며 땅을 콕콕 찍는다. 볼수록 사랑스럽고 귀엽다.

작년에 저장해 놓은 옥수수 알도 마당에 뿌려준다. 우리 마당으로 종종 놀러오는 산비둘기를 위해서다. 하얀 눈으로 덮인 세상, 참 아름답다. 내가 보살펴 줄 수 있는 생명이 있다는 것이 더욱 아름다운 아침이다. 박진용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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