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풀어헤친 ‘여초 직업’ 이야기[책과 삶]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이슬기·서현주 지음
동아시아 | 268쪽 | 1만7000원
14년차 초등교사였던 공동저자 서현주가 ‘철밥통’ 직장을 때려친 것이 시작이었다. 정년·연금, 육아휴직, 방학이 보장되기에 ‘(여자에게) 좋은 직장’으로 꼽히는 초등교사직을 스스로 내려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오래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초등학교 교실 뒤편 장래희망을 적어놓은 ‘포도송이’에 유독 여학생의 꿈엔 간호사, 선생님이 많았던 이유, “여자는 선생님이 최고”라고 권하던 부모님, 이 말이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의미하는 것 등….
기자 이슬기와 성교육 활동가 서현주는 ‘선때녀(선생을 때려치운 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해 간호사·보육교사·승무원·방송작가 등 대표적인 ‘여초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광범위한 이야기를 추적한다.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는 대입부터 취업까지 진로선택 과정에서 여성에게 기대되는 바와 가정과 사회 안팎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생생하게 전한다. 아들과 달리 딸에게는 학비가 적게 들고 취업이 보장되는 전공과 직업으로 교사·간호사 등이 적극 권장되고, 결혼 후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기 좋은 직업으로 여겨지는 ‘가성비 서사’는 현실에서 강력히 시행되고 있었다. 저자들은 지방에 사는 여학생일수록 다양한 직업에 대한 정보 부족, 부모의 통제 때문에 성적과 관계없이 지역 사범대 등에 진학하는 ‘지역격차’도 섬세하게 지적한다.
노동시장의 성별 임금격차, 경력단절 등 성차별적 노동시장 구조부터 ‘여초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기대되는 직장 내 돌봄노동, 성폭력 등의 문제도 꼼꼼하게 짚어낸다. ‘여초 직업’에 관한 훌륭한 사회경제학적 분석서이자 르포르타주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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