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이웃 나라에서 안전을 배우자
새해 첫날 일본 이시키와 현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건물들이 무너지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일본은 여러 지각 판이 만나는 소위 '불의 고리'라 부르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자리 잡고 있어서 지진과 화산 분화가 잦아 지구상에서 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 중 하나다. 이러한 지리적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많은 재난재해의 경험으로부터 만들어진 안전문화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하겠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해일을 비롯해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다양한 재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화재일 것이다. 화재를 대비하는 일본에게서 배워야 할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과거 일본을 방문했을 때 호텔에 머물면서 우리나라의 소화전함과 일본의 소화전함은 어떻게 다를까 호기심이 발동하여 호텔 복도에 있는 소화전함을 열어본 적이 있었다. 역시 일본은 안전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보다 한참을 앞서고 있었다. 이것을 보고서 우리나라의 옥내소화전설비 교체가 필요함을 느꼈다.
우리나라의 옥내소화전설비는 대부분 겹겹이 쌓아놓는 아코디언형 적재방식이나 도너츠 형태로 둘둘 말아놓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아코디언 적재방식은 호스가 꺾여 있는 상태로 오랜 시간 비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용 시 완전하게 펼쳐지지 않으면 호스의 꺾임이나 구부러짐에 의해서 방수가 안 되거나 수압이 감소되어 화재 진압을 어렵게 만든다. 도너츠 형태로 둘둘 말아놓은 방식은 호스를 펼칠 때 꼬임현상이 많이 발생하여 자칫 방사가 안 될 수도 있으며, 꼬임현상을 풀기위해서 많은 시간이 소비되어 또한 화재진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또한 화재 진압 시 혼자의 힘으로 조작이 곤란하여 2-3명이 한 조가 되어야 사용이 가능하기에 진화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호스릴 방식은 호스가 원통형으로 되어 있어서 꺾임이나 구부러짐, 꼬임이 없으며, 혼자의 힘으로 조작이 가능하여 화재 발생 시 누구나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호스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서 소화전함에 수납된 상태로 일부만 전개시켜 방수할 수 있다. 필자는 도너츠 형태로 적재된 호스와 호스릴 방식의 호스 사용에 있어서 어떤 방식이 방수시간이 빠른지 비교실험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호스릴 방식이 훨씬 빨랐으며, 사용하기도 편리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표적인 건물로 호텔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호텔 대부분은 일반(아코디언 혹은 도너츠 적재방식) 옥내소화전설비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 대부분의 호텔들은 호스릴 옥내소화전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소화전함을 설치함에 있어 경제적인 측면에서 호스릴 방식이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빠른 화재진압과 안전을 위해서는 호스릴 방식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훨씬 많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호스릴 옥내소화전설비를 사용하고 있는 곳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일본에 비하면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상태다. 더불어 주거지역인 아파트나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업무시설, 노유자시설 등의 화재취약시설에 일반 옥내소화전설비를 호스릴 옥내소화전설비로 교체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안전에 대한 일본의 국민성은 정말로 대단하다. 하지 말라고 하면 절대 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어두운 곳에서도 안전한 운전을 위한 윈도우 틴팅(일명 썬팅) 규제, 우천 시 안전한 시야확보를 위한 투명 우산 사용, 멀리서도 잘 보이는 크고 자세하게 안내해 놓은 이해하기 쉬운 피난안내도, 화재 발생 시 소방관의 안전하고 신속한 진입을 위해 진입 창에 물건을 쌓아주지 말라는 문구, 사람 통행이 잦은 인도의 경우 보도 전체를 녹색으로 처리하여 차도와 확실하게 구분시켜 놓은 것 등등.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좋은 안전문화를 적극적으로 본받을 필요성이 있다. 이재영 건양사이버대학교 산업안전소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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