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 끝에 韓 입성→이탈리아 명장&배구여제와 한솥밥…MLB 303승 전설의 딸, 몬타뇨 아닌 캣벨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2024. 1. 26.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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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도전 끝에 한국 땅을 밟았다. 흥국생명 우승 여정에 힘이 될 수 있을까.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지휘하는 흥국생명은 지난 22일 두 시즌 동안 동행한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와 계약을 마무리하고, 미국 국적의 아포짓 스파이커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 영입을 발표했다.

순위 싸움이 치열했던 4라운드, 옐레나가 보여준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6경기 98점 공격 성공률 34.84%에 머물렀다. 옐레나의 올 시즌 라운드별 성적을 봤을 때 100점을 넘기지 못한 건 4라운드가 유일했다.

사진=윌로우 존슨 SNS 캡처
사진=윌로우 존슨 SNS 캡처
그러나 경기력보다 더 아쉬웠던 건 경기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였다. 옐레나의 흥국생명 고별전이 된 GS칼텍스와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은 “옐레나의 경기력이 좋지 못하다. 그러나 경기력이 안 좋아도 팀원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그런 태도가 아쉽다. 더 열심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쉬운 경기력, 그리고 1위와 격차는 점점 벌어지자 흥국생명 팬들은 본사로 트럭을 보냈다.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경기 태도, 감정 조절 불가, 팀 분위기 침체, 형편없는 경기력 등의 문구가 트럭 시위의 주된 내용이었다. 결국 흥국생명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옐레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흥국생명이 새롭게 영입한 윌로우는 2020년 오레곤대학교를 졸업한 후, 튀르키예 니루페르 벨레디에스포를 거쳐 미국 프로리그 애슬레틱 언리미티드에서 활약했다. 직전 소속팀에서 뛸 당시 동료로 한국 배구 팬들에게도 유명한 2020 도쿄올림픽 MVP 미국 출신 아웃사이드 히터 조던 라슨, 태국 배구의 전성기를 열었던 세터 눗사라 톰콤이 있었다.

사진=흥국생명 배구단 제공
윌로우가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이유는 바로, 메이저리그(MLB) 전설의 투수 랜디 존슨의 딸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존슨은 1988년부터 2009년까지 22년 동안 MLB에서 뛰며 303승 166패 평균자책점 3.29의 기록을 남겼다. 사이영상만 5번 받았고, 올스타로도 10번 선정됐다. 2006년 은퇴한 후 2015년에는 MLB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윌로우는 지난 5월 진행된 트라이아웃에서 191cm의 큰 신장을 이용한 타점 높은 공격과 블로킹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에 흥국생명과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리그 도전 3회 만에 V-리그에 입성할 기회를 얻었다.

윌로우의 어깨는 무겁다. 오자마자 팀 공격력에 힘을 더해야 한다. 오직 우승만 바라보는 흥국생명은 승점 50점(18승 6패)을 기록 중. 어느덧 1위 현대건설(승점 58점 19승 5패)과 승점 차가 8점으로 벌어졌으며, 3위 GS칼텍스(승점 43점 15승 9패)와 승점 차는 7점으로 좁혀졌다. 체력 부담이 컸던 김연경의 어깨를 가볍게 해줘야 한다.

지난 시즌 도로공사 대체 외국인 선수로 와 맹활약을 펼쳤던 캣벨. 사진=김영구 기자
흥국생명 팬들 입장에서는 지난 시즌을 떠올리면 한국도로공사 대체 외국인 선수로 와 역대급 명승부를 완성하고, 챔프전 MVP까지 거머쥐었던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 만큼의 활약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캣벨은 지난 시즌 3라운드 종료 후 카타리나 요비치(등록명 카타리나)의 대체 외인으로 와 4라운드부터 도로공사 공격을 책임졌다. 18경기 376점 공격 성공률 37%를 기록한 캣벨은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까지 총 7경기에 나서며 160점 공격 성공률 39.47%를 기록하며 도로공사의 V2에 앞장섰다.

캣벨과 반대로, 현대건설 대체 외인으로 합류했던 이보네 몬타뇨(등록명 몬타뇨)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원할 것이다. 부상으로 경기를 뛸 수 없었던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을 대신해 현대건설에 합류한 몬타뇨는 10경기 180점 공격 성공률 38%로 아쉬운 성적을 보였다. 도로공사와 플레이오프에서도 2경기 24점 공격 성공률 32%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와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이보네 몬타뇨. 사진=천정환 기자
또한 2020-21시즌 루시아 프레스코(등록명 루시아)를 대신해 흥국생명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브라질 출신 브루나 모라이스(등록명 브루나) 역시 흥국생명 팬들로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름이다. 11경기 133점 공격 성공률 31.28%의 낙제점의 가까운 성적표로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도 6경기 90점에 그쳤다.
2020-21시즌 흥국생명 대체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브루나. 사진=천정환 기자
흥국생명은 최근 정상 문턱에서 웃지 못하고 있다. 2020-21시즌에는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했지만,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논란 속에 웃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갑작스러운 감독 경질 논란과 더불어 챔프전에서 도로공사의 V-리그 최초 챔프전 리버스 스윕 챔피언 희생양이 되면서 고개를 숙였다.

삼수 끝에 한국 무대를 밟게 된 윌로우, 몬타뇨가 아닌 캣벨의 길을 걸으며 흥국생명의 V5에 큰 힘이 될 수 있을까.

윌로우는 “평소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V-리그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명문구단인 흥국생명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게 돼 영광”이라며 “V-리그의 수준이 기대되고, 흥국생명을 우승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진=흥국생명 배구단 제공
아본단자 감독은 “윌로우는 오른쪽에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갈 잠재력을 갖춘 선수”라며 “시원한 공격력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선수라 믿는다”라고 믿음을 보였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윌로우가 팀에 빨리 녹아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라며 “지난 시즌부터 함께 한 엘레나 선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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