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악재 이겨낸 미국 GDP...인플레 잡고 노랜딩 [뉴욕마감]
뉴욕증시가 테슬라의 주가급락 속에서도 전일 혼조세를 이겨내고 3대 지수 모두 상승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경제가 지난 4분기에 예상을 깨고 3.3%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노랜딩' 혹은 최소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가 힘을 얻은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242.74(0.64%) 오른 38,049.13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25.61포인트(0.53%) 상승한 4,894.16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28.58포인트(0.18%) 올라 지수는 15,510.5에 마감했다.
증시는 사실 개장 전까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기술주인 테슬라가 전일 실망스러운 4분기 실적과 저조한 올해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 급락을 예고한 때문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이날 12% 이상 급락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저치인 주당 182달러대까지 빠졌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지난 4분기 경제가 2% 상승에 그칠 거라던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3.3% 성장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는 3분기 4.9% 깜짝 성장세를 더해 2023년 연간으로는 2.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지난해 경제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전년부터 1년 3개월간 기준금리를 525bp나 올리면서 하반기부터는 침체가 확실하다고 여겨져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를 두고 설전이 벌어질만큼 긴축정책으로 인한 경기부진이 예상된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AI(인공지능) 기술개발 등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고용을 줄이지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인력 재고용에 따른 교육비 증가 등을 우려해 대량해고를 지양하면서 노동수요는 꽉 조여진 상태로 유지됐다. 오히려 서비스 분야의 고용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수급이 타이트하게 이뤄졌다.
소비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강력한 소비자 지출 속도가 성장을 촉진했다. 4분기 개인소비지출은 2.8% 증가해 전분기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견조한 상태를 유지했다. 주정부와 지방정부 지출도 3.7% 증가했고, 연방정부 지출도 2.5% 올랐다. 민간 부문의 국내 투자도 2.1% 증가해 성장에 힘을 보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는 기업들에 세제와 보조금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기술 제조업의 리쇼어링을 독려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지난 4분기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연평균 2.7% 상승해 전년 동기 5.9% 대비 하락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3.2% 상승해 전년 5.1%보다 낮아졌다.
연말에도 지속된 성장으로 인해 미국 경제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연착륙 시나리오마저 비켜가게 됐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지방은행 연쇄부도가 발생하자 이 스트레스로 인해 연말께 다소간의 경기 위축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런 시스템적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탄력적인 소비자와 강력한 노동 시장이 올해 내내 경제를 밀고 가는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올해 세 차례 금리인하를 예고했다. 시장은 1분기 말 금리인하를 기대하지만 경제가 워낙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과열이나 인플레이션 재발을 우려해 연준은 3분기에나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부진은 이 회사만의 주가하락에 그치지 않고 다른 전기차 회사들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리비안이 2.2%, 루시드그룹이 5.67%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테슬라의 급락으로 일부 전기차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도 문제를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온세미컨덕터와 올프스피드 등이 각각 3~4%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전기차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여겨지면서 핵심 광물 원자재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중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로 리튬 선물 가격은 LME(런던비철금속거래소)에서 미터톤당 8만 5000달러에서 이날 현재 1만 4627.73달러로 80% 이상 하락했다. 이는 2021년 7월 선물계약이 생성된 이후 최저치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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