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보내고 가장 먼저 데려왔다, 36세 최주환 "키움이 선택한 이유 있을 것, 2018년처럼 해볼게요" [인터뷰]
어느덧 프로 19년 차가 된 최주환(36·키움 히어로즈)에게는 늘 행운이 뒤따랐다. 정확히는 최주환의 발이 새로이 닿을 때마다 그 팀에 좋은 일이 찾아왔다. 2021년 두산 베어스에서 4년 총액 42억 원 규모의 FA 계약을 체결하고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향했을 때가 시작이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합류하고 새로운 주인이 된 정용진 SSG 구단주의 적극적인 투자 덕분에 메이저리그식 라커룸을 경험했다. 이번에 키움으로 이적해서는 역대 최초 메이저리그(ML) 정규시즌 경기가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에 열리면서 ML식 그라운드를 경험하게 됐다.
최근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최주환은 "내야수다 보니 아무래도 그라운드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된다. 생각해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딜 갈 때마다 환경이 좋아졌다. 내가 SSG에 갔을 때는 라커룸이 바뀌었고 이번에는 그라운드가 메이저리그 식으로 교체됐다. 그런 면에서 나도 복이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올해 나와 키움에도 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해 11월 최주환은 SSG와 4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앞두고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키움으로 이적했다. 지난해 20홈런 63타점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으나, 세대교체를 천명한 SSG의 방침과 아쉽게 맞지 않았다. 이정후, 안우진 등 주축 선수들이 떠나 리빌딩이 예고됐던 키움도 세대교체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선수단에 무게감이 필요했다. 어린 선수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울 베테랑이 필요했던 키움은 2차 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1순위로 가장 먼저 최주환을 데려갔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여러 언론을 통해 최주환의 지명을 행운이라 표현했고, 이는 선수의 마음에도 깊게 와닿았다. 최주환은 "고 단장님이 쓴 행운이라는 표현이 난 정말 좋았다. 직접 전화를 드릴 때도 감사하다는 말을 했는데 그때도 똑같이 이야기해 주셨다. 내 가치를 인정받은 느낌"이라며 "밖에서 본 키움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젊은 팀이었다.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긴 했으나, 오히려 리셋이 되고 새롭게 선수를 키워야 하는 타이밍에 나를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키움에 처음 인사하러 왔을 때 정장에 버건디색 넥타이를 맨 최주환의 모습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버건디색은 키움의 오랜 팀컬러다. 그는 "아내가 연애 시절 선물해 준 넥타이인데 2018년 내가 제일 잘했을 때도 연말 시상식에 하고 갔다.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넥타이라 첫인사 때 하고 갔는데 팬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이 넥타이를 맸던 2018년처럼 올해 뛰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138경기 타율 0.333, 26홈런 108타점 87득점, 출루율 0.397 장타율 0.582의 성적을 남긴 2018년은 최주환의 명백한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어린 선수들이 즐비한 키움과 프로 19년 차 베테랑 사이에 접점은 크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인연이 그를 반겼다. 최주환은 "상무 때 룸메이트였던 (이)지영이 형과 두산 시절 팀메이트였던 (이)원석이 형이 연락이 왔다. (이)용규 형의 경우 KIA 시절에 무등경기장에서 내게 배트를 주신 적이 있다. 그래서 연락드렸더니 '이렇게 같이 야구하는 날이 온다'고 반겨주셨다"고 말했다.
조상우, 김혜성과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 동료로 인연을 맺었다. 이형종은 한 번도 같은 팀이 된 적은 없으나, 인연이 있었다. 최주환은 "(이)형종이도 내가 온 걸 좋아해 줬다. 안 그래도 내가 형종이 희귀 영상을 CD로 가지고 있는데 조만간 주려고 한다. 내가 상무에서 뛰던 시절(2009~2011년)에 형종이가 그때까진 투수였는데 타자로 홈런을 친 적이 있다"고 웃었다.
이어 "다른 선수들과는 스프링캠프에 가서 많이 부대껴 보려 한다. 밖에서 봤을 때 키움은 어린 선수들이 많아 활발한 팀이었다. 나도 그렇게 재미있게 야구를 해보려 한다. 홍 감독님도 처음 뵀을 때 야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테니 열심히 해달라고 했다. 그런 부분에서 잘 적응한다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겨울 최주환은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육상 전문 트레이너에게 일대일 PT를 받으면서 주력과 몸의 반응 속도가 크게 향상하는 효과를 거뒀다. 당시 코치들로부터 "수비에서나 뛸 때나 움직임 자체가 달라졌다"고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부상에 정규시즌에서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3월부터 아킬레스건에 통증이 왔고 시즌 내내 풀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주환은 "다행히 지금은 아킬레스건 부상에서 회복했다. 지난해 크게 아픈 건 없었는데 그 부분이 아쉬웠다. 지난해와 훈련은 크게 다르지 않다. 러닝과 점프 쪽 훈련을 일단 멈춰두고 대신 파워와 몸의 스피드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훈련을 병행했는데 나름대로 얻는 것이 있었다"고 근황을 전했다.
수비 시프트 폐지는 최주환에게 찾아온 또 다른 행운이다. 수비 시프트 자체는 늘 있었지만, 2021년 카를로스 수베로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적극적으로 시도하면서 KBO리그에는 좌타자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이는 당겨치는 비율이 높던 최주환에게 최악의 결과로 다가왔다. SSG에서 3년간 부진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최주환은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우측 타구 비율 53.9%로 KBO리그에서 가장 많이 당겨치는 좌타자였다.
이에 최주환은 "공교롭게도 SSG로 이적한 뒤부터 수비 시프트가 본격적으로 쓰여 힘든 건 사실이다. 수비 시프트가 적극적으로 쓰이는 동안 왼손 타자들의 타율이 크게 떨어졌는데 나만 해도 지난해 (분석을 통해 알아보니) 25~30개의 안타가 잡혔다. 그런 면에서 수비 시프트 폐지가 내게도 분명 득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최주환이 세 번째 팀을 맞이한 올해는 용의 해다. 더욱이 1988년 2월 29일생인 그는 모처럼 윤년을 맞아 생일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것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최주환은 "올해는 용띠해인 데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내 진짜 생일이 있는 해다. 그런 만큼 좋은 기운을 가지고 의미 있는 1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구단도 키움 팬분들도 내게 분명히 기대치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잘 준비해 왔고 스프링캠프에서도 잘 준비할 테니 열심히 응원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응원하고 기대한 만큼 보답할 수 있는 선수가 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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