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점주들은 정말 치킨값 인상을 원했을까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올랐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주문 중개 및 배달대행 수수료,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원부자재 가격의 인상 등으로 악화된 가맹점의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가격 조정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번 가격인상의 주인공은 bhc 치킨이다. 지난해 12월29일 치킨 등 제품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뿌링클’ ‘맛초킹’ 등 대표 메뉴의 가격이 2만원을 넘었다. bhc는 2021년 12월 이후 2년 만의 가격인상이며, 교촌치킨 등 타 브랜드에 비하면 가장 늦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원부자재 가격 인상분 352억원을 자체 부담하고 상생지원금 100억원을 출연하는 등 노력해왔으나 한계점에 달했다는 것이 bhc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국내 ‘치킨 3사’ 가운데 bhc는 가장 늦게 가격을 올렸다. BBQ는 2022년 5월 치킨 제품 가격을 2000원씩 올렸고, 교촌치킨도 2023년 4월 최대 3000원까지 인상했다. 이로써 국내 치킨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치킨 3사의 가격은 모두 비슷해졌다. 치킨 3사의 매출 합계는 약 1조4000억원(2022년 기준)에 이른다.
■ 원가 부담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그런데 bhc의 가격인상 닷새 뒤인 1월3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이런 자료를 발표했다. bhc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영업이익률이 매우 높은 데 비해 매출원가율(총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즉 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원가 부담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원부자재 가격상승 등을 이유로 치킨 가격을 올린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bhc의 매출액은 연평균 16.9%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연평균 30.1%로 타 브랜드에 비해 매우 높았다. 2022년 기준 BBQ,의 영업이익률은 15.31%, 교촌치킨은 0.58%였다. 반면 bhc의 매출원가율은 2021년 58.3%에서 2022년 62.3%로 소폭 상승했다(〈그림〉 참조).
bhc 관계자는 “광고선전비·판매촉진비 등 판매관리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경영효율성을 높인 까닭에 영업이익률이 타사에 비해 높다. 영업이익률 또한 2021년(32.2%)에 비하면 2022년(27.9%)에 떨어진 수치다”라고 설명했다.
bhc의 판매관리비가 타사에 비해 낮은 건 사실이다. 2020년 기준 bhc의 판매관리비는 389억원으로, 교촌치킨(614억원)이나 BBQ(716억원)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낮은 판매관리비만으로는 bhc의 영업이익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영업이익률이 이처럼 높은데 ‘한계점’에 달했다는 bhc의 주장은 다소 과장된 것이 아닐까.
bhc 측은 이번 가격인상의 배경에 가맹점주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차례 진행된 ‘가맹점 협의회’ 등과의 상생 간담회에서 수익 개선을 위한 가격인상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왔으나 bhc 본사는 소비자물가 안정 차원에서 협의회를 설득해왔다는 것이다. 가맹점주들이 가격인상을 요구한 이유는 배달 및 중개수수료, 임차료 등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bhc의 설명이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가 외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지난해 가격을 올린 교촌치킨의 매출이 줄면서 가격인상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가맹점주들이 가격인상을 요구하고 본사가 이를 수용했다면 사업자와 사업자 간의 정당한 ‘계약’이다. bhc 홍보팀 관계자의 말마따나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고, 가맹점주들은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bhc를 외면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 “나는 가격인상에 반대한다”
그런데 bhc 가맹점주 모두가 가격인상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2015년부터 울산광역시에서 bhc 매장을 운영하는 진정호씨는 〈시사IN〉과 인터뷰에서 “가격인상에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본사의 이익률이 높은 상황에서 가맹점주를 위한다면 원가 즉 공급가를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급가’는 생닭, 기름, 치킨무, 포장용 박스 등 원부자재를 본사가 납품하고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돈을 말한다. 이 공급가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마진도 포함된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공급가에서 발생하는 마진이 프랜차이즈 본사 수익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진정호씨는 사실 bhc와 오랜 악연이 있다. 그는 bhc ‘가맹점주 협의회’ 회장이다. 앞서 상생 간담회를 가졌던 가맹점 협의회와는 다른 단체다. 지금은 규모가 많이 축소됐지만 한때 수백 명이 활동했던 단체다. 그는 2018년 협의회장으로 선출된 뒤 본사가 가맹점에 냉동육과 저품질 해바라기유를 공급한다고 주장했다. 또 해바라기유의 공급가에서 차액을 편취했다며 bhc 임직원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러자 본사는 진씨가 허위사실로 본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가맹계약을 해지했다. 결국 지난해 5월 법원은 진정호씨가 가맹계약 해지로 손해를 입었다며 낸 소송에서, bhc가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본사가 가맹사업법상 정해진 해지 통보 절차를 충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가맹점주 협의회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bhc는 항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26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bhc는 가맹계약 해지 사유가 없는데도 한 점주(진정호씨)에게 일방적으로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물품 공급을 중단했다”라며 bhc에 과징금 3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법원의 1심 판결에 이은 진씨의 승리였다. 공정위는 특히 2019년 12월 이후 가맹점주가 배달료 등을 고려해 최종 판매가격을 직접 조정할 수 없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도 경고 조치했다.
bhc는 즉각 “공정위 의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과거 회사의 잘못된 의사결정이나 관행에 일부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향후 가맹점주분들과 진정한 상생을 위해 보다 낮은 자세로 경청하겠다”라고 밝혔다. 사흘 뒤 bhc는 가격인상을 단행하면서 원부자재 공급가를 평균 8.8% 인상했다. 그러면서 마케팅 지원을 위해 초기 2개월간 지원금을 책정해놓았다고 밝혔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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