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동·아프리카…'세계속 한국인' 만나는 유튜버 김승호[인터뷰]

전선정 인턴 2024. 1. 26.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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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탈리아·체코부터 오만·에티오피아·탄자니아까지
약 17개국 누비며 한식당 주인·간호사·변호사·교수·기업가 취재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을 취재하는 유튜브 채널 '세계 속 한국인'을 운영 중인 김승호. (사진=김승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선정 리포터 = 한국인의 해외 이주 역사는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다. 기근과 빈곤, 불안한 사회 정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조선인들은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해 간도, 연해주, 미주 등지로 떠났다. 공식 이민은 1902년 하와이로 떠난 120명의 노동자들이 시작이었다. 한국인들은 고된 노동과 인종 차별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지 사회에 적응했다. 학교와 교회를 세우고 자치 단체를 만들어 한인 사회를 발전시키는 한편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인들은 세계 각지에 자리잡았다. 외교부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재외동포 규모는 180여개국, 732만명에 달한다. 남과 북을 합한 인구의 약 10%는 해외에 살고 있는 셈이다.

유튜브 채널 '세계속한국인'은 이렇게 타국에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는 한인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한식당이나 한인 마켓을 운영하며 현지에 정착한 사람들과 변호사·간호사·교수·기업가 등 다양한 직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뉴시스는 지난 15일 화상통화를 통해 이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김승호(32)씨를 만났다.

지난해 4월부터 세계 여행을 하고 있는 김씨는 인터뷰 당일에도 체코 프라하에 있었다. 그는 지난해 7월 유튜브를 시작해 26일 오전 기준 66개의 영상을 올렸다. 스위스에서 미슐랭급 한식당을 운영하는 80대 사업가, 사우디 국립병원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간호사, 스페인 지역리그 구단주가 된 전 K리그 선수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으며 큰 주목을 받았고 6개월 만에 통합 조회수 650만회를 기록했다.

방송국·유튜브 등에서 작가·PD·스텝 등으로 일하던 김씨는 27세에 떠난 첫 해외여행 '유럽 배낭여행'이 계기가 돼 30대에 접어들면 꼭 세계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그동안 쌓아둔 것을 뒤로한 채 떠나는 것이 두렵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태연한 표정과 담담한 말투로 "딱히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른 살이 되면 세계 여행을 떠나자고 늘 생각해 와서 그냥 하자는 생각이 어렵지 않게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떠난 세계 여행의 첫 행선지는 남미 대륙이었다. 페루의 고대 문명 도시 마추픽추를 방문하고자 인터넷 검색을 했지만, 정확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페루에서 우연히 방문한 한식당에서 오히려 정확한 정보를 얻었다고.

이후 "와, 페루에도 한국인이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든 김씨는 이를 계기로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직업에 종사 중인 한인들을 삶의 방식을 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처음 영상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한인에 관한 것이었다.

왜 스페인이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익숙함'을 꼽았다. 또 "유럽은 한인도 많고 기존에 방문해 익숙했던 곳"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후 김씨는 이탈리아·체코와 같이 익숙한 곳부터 오만·에티오피아·탄자니아와 같은 낯선 여행지까지 약 17개가 넘는 국가를 방문해 한인들의 삶을 취재했다.

김씨의 영상은 인터뷰 형식이다. 한인의 일터에 직접 찾아가 그 일터를 카메라에 담고 한인의 직업과 삶에 관해 구체적으로 묻는다. 예컨대 먼 타국에 오게 된 계기, 일을 하면서 힘든 점·좋은 점 등을 묻는 것이다. 처음 스페인 바르셀로나 한식당 편을 취재하러 갔을 때는 200여 개가 넘는 질문지를 준비했다고.

익숙해진 이후에는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것들을 물어본다고 밝혔다. 김씨는 "아무리 인터뷰라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편한 상대와 대화하는 것처럼 진행해야 이야기감이 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정해놓지 않는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을 취재하는 유튜브 채널 '세계 속 한국인'을 운영 중인 김승호. (사진=김승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씨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재외 동포의 이야기로 유럽 스위스에서 한인마켓을 운영 중인 노부부와 중동 오만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를 꼽았다.

스위스 취리히에 거주 중인 노부부는 1971년 30대에 접어든 젊은 나이에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스위스 아동촌에 한국 교사로 파견을 나갔다. 교사일을 하다가 스위스 취리히에 고급화된 한식당 '최사다 서울'을 차렸고, 당시 故 현대 정주영 회장, 비디오 아트 창시자 백남준 등이 방문할 정도로 아주 유명했다고 한다. 그 후에는 한인마켓 '유미하나'를 차리시고 현재까지 자녀들과 함께 경영 중이라고.

김씨는 "아직까지도 단정하게 입고 다니시고, 건강하게 사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 자녀분들도 어린 나이에 스위스에 오셨지만 유창하게 한국어를 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씨는 우연한 계기로 만 31세의 나이로 중동 오만에 한식당 직원으로 일하다 직접 한식당을 창업한 자영업자도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장님의 누나가 중동에서 일하시는 14년 차 승무원이셨다. 그런데 누나의 지인이 한국인 직원을 찾는다고 해서 31세에 중동으로 가게 된 것"이라며 "그러다 한식당을 직접 차렸고, (가게가 잘돼서) 사장님의 어머님까지 둥동에 오게 되셔서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했다.

출연자 섭외 방식에 관해 묻자, 김씨는 메일로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어려움을 밝혔다. 보통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검색을 한 뒤 연락을 취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그는 "한인분들을 못 찾게 되더라도 좋으니까, 여행만 가자는 마음가짐으로 갔다. 그런데 구글 검색을 통해 에티오피아 등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카페 등을 찾았고 전화를 드려 취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외국과 한국의 다른 점으로 "사는 건 다 똑같다"면서도 "(외국이) 더 여유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선 본인들의 삶과 가족을 중요시한다"며 "우리나라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산다면 외국, 특히 유럽은 가족을 위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유럽이 아닌 아프리카와 중동은 어떻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경험이라고 강조하며 "아프리카도 대체로 그런데 중동은 폐쇄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경우는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추석을 제외하고 지난해 4월부터 약 8개월간 해외서 거주 중이다. 장기적으로 해외에 거주한다는 것에 대해 어려움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물론 외로울 때도 있지만 한인분들을 만나면 너무 잘 챙겨주셔서 좋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점이 좋다"며 "그분들의 일상을 특별한 하루로 기록해 드릴 수 있고 나도 채널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해당 콘텐츠를 제작하며 새로 생긴 꿈은 '유럽 관광지서 한식당 창업'이다. 김씨는 그 이유로 유럽의 여유로움과 한식의 인기를 꼽았다. 그는 "잘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먹고 살 만은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유럽에선 중국인분들도 한식집을 할 정도로 사람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물론 유튜버로 활동하며 힘든 점도 있지만 김씨는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다. 그는 "돈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계속 유튜브를 하고 싶다"며 "적어도 싫증이 나서 그만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어 "섭외가 쉽지 않다. 재외동포분들께서 많이 신청해 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지난 24일 김씨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한인회장을 맡고 있는 사업가를 취재한 영상을 게재했다. 앞으로 김씨는 독일에서 푸드트럭을 운영 중인 한인분을 취재하는 등 꾸준히 세계 여행을 하며 해외 각지에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을 취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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