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비 철거·유네스코…윤 정부, 한·일 역사문제 ‘나 몰라라’

김소연 기자 2024. 1. 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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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마현이 이르면 29일부터 설치한 지 20년이나 된 '강제동원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를 철거할 예정이지만, 정부는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하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한-일 간 최대 현안이었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방적인 양보안을 내놓은 뒤 역사 문제에 대해선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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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추도비’ 철거 위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5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빈티지 야구 물품 액자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일본 군마현이 이르면 29일부터 설치한 지 20년이나 된 ‘강제동원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를 철거할 예정이지만, 정부는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하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한-일 간 최대 현안이었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방적인 양보안을 내놓은 뒤 역사 문제에 대해선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사안이 양국 간 우호 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길 기대한다”며 “한-일 간에도 계속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거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인 대응책을 갖고 대화에 나서기보다 이 사안이 한-일 관계 전반으로 불똥이 튀지 않도록 관리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을 근거로 지방자치단체인 군마현이 시행하는 문제라 한국 정부가 직접 대응하긴 쉽지 않다고 판단을 내린 듯 보인다.

추도비를 지키기 위해 분투 중인 일본 시민사회는 실망스럽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추도비를 세우고 관리를 해온 일본 시민단체 ‘기억·반성 그리고 우호의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 관계자는 “추도비 철거는 현이 강제동원의 역사를 부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강제연행’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입 밖으로 꺼내지도 말라는 것이 말이 되냐”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도 일본을 향해 역사를 마주하라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모습은 일본 기업들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두고 일본 정부가 “극히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집요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은 추도비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올해 들어 대법원이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추가 판결을 잇따라 내놓으며 지난해 3월 정부가 마련한 일방적 양보안이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다간 한-일 관계가 다시 파국에 이르를 수 있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사도광산·하시마(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와 등재 이후 후속 조처 문제에 대해서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100년을 맞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지만, 정부는 똑 부러진 항의 한번 하지 못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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