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당신은 대표팀 감독 자격이 없습니다 [MK초점]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4. 1. 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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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확실해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당신은 대표팀 감독 자격이 없다.

충격적인 결과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AFC 아시안컵 조별예선 말레이시아와 최종전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이기지 못한 것은 지난 1985년 3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멕시코 월드컵 1차 예선 이후 처음이다.

그가 감독에 선임됐을 때 들었던 불안한 예감들은 모두 현실이 됐다. 사진 제공= 대한축구협회
당시 한국은 어쨌든 결과적으로 1954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결과만 놓고 보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어찌됐든 16강에 진출했고, 부담스러운 상대 일본을 피했다. 여기에 상대 김판곤 감독의 체면을 세워줬다.

이대로 만족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 반대다. 이번 대회 전체만 놓고 보면 그 과정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이번 아시안컵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 대회는 한국에게 이미 실패한 대회다.

이강인, 손흥민 등 주축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해 승리를 거둔 바레인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기에서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개인 기량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 수준인 대표팀이 만든 처참한 결과다. 바레인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지적됐던 전술 부재 등 불안 요소가 대회가 거듭되면 될수록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짙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실한 전방 압박부터 이어지는 엉성한 수비 조직력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유럽 무대 최고의 센터백을 데려와놓고 최악의 수비 조직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고급 스테이크를 분식집에서 파는 꼴이다.

최소한 말레이시아는 대회가 거듭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은 그 반대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퇴보하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이라면 16강, 운좋아 8강까지 간다 하더라도 누구를 상대하든 벌레처럼 짓뭉개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을 짓뭉갤 상대가 일본이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것일까?

한국이 A매치에서 말레이시아에게 이기지 못한 것은 1985년 이후 처음이다. 사진 제공= 대한축구협회
모든 비난의 손가락은 한곳을 향하고 있다. 감독이다. 전술도, 철학도, 색깔도 없는 그의 리더십은 재앙을 향해가고 있다.

그는 앞서 요르단과 경기, 그리고 이번 말레이시아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배웠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동물인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은 배움의 시간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대회 준비를 제대로 할 시간이 없었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에게는 대한민국 축구를 이해할 시간이 충분했다. 대표팀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측면 수비에서도 K리그와 연령대 대표팀을 돌며 ‘젊은 뉴페이스’를 발굴할 기회가 충분했다. 대표팀에 선의의 경쟁과 건강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킬 인재들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아시안컵, 그리고 월드컵 예선에서 마주칠 아시아 팀들에 대해 공부할 시간도 충분했다.

그 시간에 그가 한 일은 미국으로 돌아가 방송 패널로 ‘투잡’을 뛴 것이었다. 코치진들이 꾸준히 관찰했다고 하지만, 코치진들이 관찰한 내용을 제대로 듣지 않았거나 코치진들도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모습이다. 그렇게 시간을 낭비한 대가는 지금 이자까지 붙여서 톡톡 치르고 있다.

그는 한국에 오기전까지 ‘실패한 지도자’였다. 지난 2020년 헤르타 베를린 감독을 맡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밝힌 뒤 3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3년간 야인으로 지냈다.

‘실패한 지도자’라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거스 히딩크도 한국 감독이 되기전까지는 커리어가 하락세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클린스만도 같은 꿈을 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꿈만 꾼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실패할 위험이 높은 지도자를 그 자리에 올려놓은 축구협회다. 심지어 이들은 논란이 된 지도자를 데려다놓고 어떤 설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감독 선임 배경을 설명해야했던 대표팀 전력강화위원장이라는 사람은 기자회견을 열어놓고 동문서답만 반복했다.

토마스 뮐러 대표팀 전력강화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해 제대로된 설명을 내놓지 않아 불안감을 키웠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1년 뒤 현실이 됐다. 사진 제공= 대한축구협회
그때부터 ‘대표팀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애써 희망회로를 돌려가며 그 불안감을 잠재우려고 했다.

그러나 결국 그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된 모습이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이후 “본인도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다. 독일 축구의 퀄리티로 잘 하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클린스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클린스만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독일 축구의 퀄리티’라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 회장의 기대감은 허무하게 무너진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한줌의 먼지보다 못한 것이 되고 말았다.

클린스만은 아시안컵 조별예선을 통과하라고 데려온 감독이 아니다. 더 이상의 변명은 필요없다. 이 대회가 어떤 결과로 끝나든, 이 대표팀은 실패한 대표팀이다.

그리고 클린스만, 당신은 대표팀 감독을 맡을 자격이 없다.

[김재호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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