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갈팡질팡 민주당…지도부는 ‘병립형’, 이재명은 ‘장고’
정청래 “총선, 자선사업 아냐” 일각 “이러다 큰코다쳐” 연대론
더불어민주당은 4·10 총선을 76일 앞둔 25일에도 비례대표 선거제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민주당 지도부 다수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로 기운 상황이다. 최종 결단을 해야 할 이재명 대표는 여전히 권역별 병립형과 연동형 비례제 유지 사이에서 숙고 중이다. 이 대표는 총선을 단독 전선으로 치를 것인지, 야권 연합 노선으로 치를 것인지 갈림길에 섰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이 국민의힘과의 선거제 협상 상황을 보고했고 선거제와 관련된 자유토론은 없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부터 세 차례 의원총회를 열어 백가쟁명식 선거제 토론을 벌였지만 당론 결정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난해 12월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선거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도 했다.
당내에서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도입과 연동형 비례제 유지 입장이 팽팽하게 나뉜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는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싹쓸이하는 동시에 지역주의 타파라는 일부 개혁의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제 확대라는 대선 공약을 파기한 것이 된다. 이 때문에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해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어도 민주당은 범야권 비례연합정당과 연대해 반윤석열 전선의 크기를 키우자는 주장도 나온다.
당 지도부 다수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로 기울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고위원 다수 의견이 권역별 병립형이고 연동형이 소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3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총선은 의석을 나눠주는 자선사업이 아니다”라며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부터 “이러다가 큰코다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이렇게나 높은데 정당 지지율이 박빙인 걸 보면 민주당이 질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최대한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선거제에 대한 입장을 바꿔온 이 대표는 권역별 병립형과 연동형 비례제 사이에서 여전히 숙고 중이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2년 3월 “제3·4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구조를 만들려는 건 이재명이 평생 가진 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시사했다. 이후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원로들이 “병립형 비례제 회귀는 개혁 후퇴”라고 비판하면서 기류가 또 바뀌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명분과 실리가 일치하지 않는데 가능한 한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며 연동형 비례제 유지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은 2월 설 연휴 전에는 선거제 관련 입장을 정리하는 게 목표지만, 실제 정리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탁지영·신주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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