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 상장한 ‘곰표 밀맥주’ 제조사... 상장 직후 5연속 하한가, 무슨 일?

오귀환 기자 2024. 1. 26.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거래일간 주가 59% 떨어져
기준가 잘못 잡은 증권사 책임 커
수제맥주 업계 상황은 악화일로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이 함께 상장시킨 세븐브로이맥주가 코넥스 상장 직후 5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증권사가 기업의 공정 가치를 평가하는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븐브로이맥주는 17일 상장 첫날 시초가가 6420원이었는데, 증권사들이 기업가치 대비 기준가를 너무 높게 잡아 처음 접한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손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키움증권의 경우 세븐브로이맥주 상장에 앞서 투자를 단행해 ‘셀프 상장’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셀프상장은 증권사가 자사가 투자한 비상장사의 상장 주관 업무를 맡는 것을 말한다. 보유 지분이 5% 이하라면 법적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일부 주관사가 투자 차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공모가를 높게 제시하는 사례가 있어 투자자들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곤 한다.

그래픽=정서희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수제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맥주는 전날 2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7일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세븐브로이맥주는 5거래일 연속 하한가에 이어 이틀 연속 추가 하락했다. 7거래일 동안 낙폭이 59.5%에 달한다.

2011년 설립된 세븐브로이맥주는 ‘곰표 밀맥주’로 이름을 알렸다. 제주맥주에 이어 업계 2위지만 실적은 악화일로다. 2021년 119억원, 2022년 7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지난해는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39억원으로 연간 실적이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대한제분과의 상표권 분쟁으로 대표 제품이던 곰표 밀맥주 생산이 중단된 영향이 크다.

세븐브로이맥주 주가가 맥을 못 추자 업계에선 증권사가 상장할 기업의 적정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증권사가 846억원으로 평가한 세븐브로이맥주의 시총은 현재 308억원까지 하락했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공동 주관사는 키움증권이 맡았다.

특히 키움증권은 상장에 앞서 세븐브로이맥주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져 ‘셀프 상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븐브로이맥주는 지난 2021년 140억원의 기관 투자자 자금을 유치했다. 벤처캐피탈(VC)인 얼머스인베스트먼트가 100억원을 대고, 키움증권이 20억원을 부담했다. 투자 당시 세븐브로이 기업가치는 65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가 기준으로는 키움증권과 얼머스인베는 모두 평가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세븐브로이맥주 코넥스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환식 코넥스협회 회장,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김강삼 세븐브로이맥주 대표이사, 구성민 키움증권 전무, 유도석 한국IR협의회 상무. /연합뉴스

세븐브로이맥주 추락은 투매가 원인일 수 있다. 코넥스 시장은 거래량이 많지 않은데, 이를 잘 모르고 초기 투자자가 장내에서 지분을 대거 매도한 상황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라 해도 주관사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코넥스 투자자들은 정보가 부족해 상장 당일 주가를 보고 ‘싸다’, ‘비싸다’ 판단을 내리고 거래하기 때문이다.

코넥스 시장의 경우 투자자 공모 절차가 없어 상대적으로 투자자 보호가 부족한 실정이다. 간단한 유의사항만 읽고 동의하면 거래가 가능하다. 또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상장 기업과 달리 상장 전에 증권신고서 등 주요 내용이 공시되지 않는다. 가격제한폭은 상하 15%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벤처 기업들이 코스닥 이전 상장을 노리고 코넥스 시장에 진입하지만, 공모 기능이 없어 기존 투자자 퇴로 확보 외에 어떠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상장 기업들의 가치가 적정하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정보가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수제맥주 기업에 대해서도 부정 평가를 내리고 있다. 수제맥주 업계 1위 기업인 제주맥주 주가도 동전주로 전락한 상황이다. 전날 기준 제주맥주 주가는 900원이다. 공모가는 3200원, 상장 첫날 6040원까지 오르기도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시가총액이 525억원에 불과해, 세븐브로이 상장 당일 시가총액보다도 훨씬 적다. 제주맥주는 2021년 82억원, 2022년 2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도 94억원에 달한다.

홍준의 한국주류수입협회 고문은 “전체 주류 시장 규모는 유지되는 가운데 최근 하이볼을 마시는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맥주 대비 위스키 매출이 늘었다”며 “수제맥주가 출시 초반에는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콜라보 제품이 쏟아지면서 피로감을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