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준다고·잔소리 한다고’ 때리는 자식들…‘패륜’에 멍드는 천륜

도내 최근 5년간 존속범죄자 검거
4천573건…폭행 ‘최다’ 상해 뒤이어
전문가 “지자체 내 사회안전망 시급”

#1. 지난해 12월20일 수원특례시 영통구 60대 여성의 집에서 다급한 폭행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신고 대상은 다름 아닌 그의 딸 A씨(30대)였다. A씨는 돈을 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노모의 어깨와 팔, 다리 등을 때리고 밀쳐 넘어뜨렸다. 그는 쓰러져 있던 노모를 발로 차기도 했다. 이 여성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어머니를 폭행한 신고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 지난해 12월10일 안양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60대 여성이 숨져있는 채로 발견됐다. 전날 밤 30대 아들 B씨와 어머니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졌고, 화를 참지 못한 B씨가 어머니의 얼굴과 머리를 마구잡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B씨는 범행 직후 아버지에게 연락해 “엄마랑 싸웠다”고 말한 후 도주했다. 그는 하루 만에 오산의 한 숙박업소에서 검거됐다.

최근 부모를 대상으로 한 패륜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강력한 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존속 범죄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인 부모 등에게 저지르는 폭행, 살해 등의 범죄 행위를 말한다.

최근 5년간 경기도내 존속범죄 검거 인원은 4천573건이다. 연도별로는 2018년 764명, 2019년 848명, 2020년 876명, 2021년 1천62명, 2022년 1천23명으로 5년 전 대비 33%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같은 기간 존속폭행으로 검거된 피의자가 3천38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존속상해가 365명, 존속협박이 339명 등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존속범죄의 경우 자녀가 처벌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고를 하지 않은 부모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집계되지 않은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붕괴된 가족 공동체와 경제적 어려움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존속 범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족 간의 유대감이 약해진 상황에서 경제 불황으로 부모와 같이 사는 자녀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는 빈도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면서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에 경찰이나 사법기관이 미리 인지하기 힘든 만큼 지자체 내에서 범죄 발생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