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장밋빛’ GTX…수도권 홀리는 정부
A·B·C노선, 강원도·춘천 연결
D·E·F노선의 신설도 공식화
총선 앞 지역 의견 대부분 반영
사업성·재원 마련 대책은 모호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공약사항이던 ‘2기 GTX’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출퇴근 30분 시대’를 목표로 기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B·C노선은 강원도와 춘천까지 연결하고, GTX-D·E·F노선은 신설하기로 했다.
김포를 비롯해 출퇴근 혼잡이 극심한 수도권 지역에는 광역버스와 철도를 확충하고 철도 지하화 사업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와 같은 교통대책에는 총 134조원이 투입된다.
제22대 총선을 석 달 앞두고 지역에서 제기된 교통 민원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인데, 재원 마련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GTX E·F나 철도 지하화의 경우 재원 대부분을 민간에서 확보하기로 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25일 경기 의정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 교통 분야에서 GTX 사업을 확대하는 ‘속도 혁신’, 신도시 교통 혼잡을 해소하는 ‘주거환경 혁신’, 철도 지하화를 통한 ‘공간 혁신’ 등 3대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의 핵심은 현재 진행 중인 GTX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GTX 사업 규모를 수도권 외곽 지역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GTX-A노선은 수서~동탄이 3월 말 개통하고, 뒤이어 운정(파주)~서울역이 올 하반기 운행을 시작한다. 다만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공사 지연으로 전 구간 완전 개통은 2028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C노선(양주 덕정~수원)은 이날 첫 삽을 떴다. B노선(인천대입구~남양주 마석)은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용산~상봉 구간을 시작으로 연초 착공한다. B·C노선의 개통 목표 시점은 각각 2028년, 2030년이다. 두 노선이 개통되면 인천~서울역은 90분에서 30분으로, 덕정~삼성역은 75분에서 25분으로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중심으로 오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1기 GTX’ 사업 외에 기존 노선(A·B·C)을 연장하고 신규 노선(D·E·F)을 추가하는 이른바 ‘2기 GTX’ 추진도 공식 선언했다. 2기 GTX는 윤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2년 전부터 언급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노선도가 발표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A노선은 기존 ‘운정~동탄’에서 ‘운정~평택’까지 20.9㎞, B노선은 경춘선을 활용해 ‘송도~마석’ 노선을 춘천까지 55.7㎞ 연장한다. ‘덕정~수원’을 연결하는 C노선은 위로는 동두천, 아래로는 아산까지 각각 9.6㎞, 59.9㎞가 늘어난다. 이날 발표에서는 그동안 공약 수준에 그친 GTX-D~F 신설도 공식화됐다. 이 중 가장 사업성이 높은 것은 D노선이다. D노선은 김포·인천을 팔당·원주까지 잇는 것으로, 수도권을 동서로 가로지르다 삼성역에서 양 끝이 ‘Y자’로 갈라지는 형태다.
E노선은 인천~대장~덕소로 이어지며 중간쯤 서울 연신내와 광운대를 경유한다. 수도권을 순환하는 형태로 사업성이 가장 낮은 F노선은 그나마 수요가 많은 3기 신도시 구간(하남 교산~남양주 왕숙2)부터 사업을 시작해 D노선과 직결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서울 접근성만 높이면 ‘빨대효과’로 지방소멸 심화 불 보듯
GTX 노선 강원·춘천 확장…지방 경쟁력 제고 방안은 없어
수도권 외곽, 출퇴근 시간만 붐비고 한낮·밤엔 생기 잃을 듯
국토부 관계자는 “1단계 구간은 2035년 개통, 예비타당성조사(예타)는 윤 대통령 임기 내 추진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철도망 계획이 실제로 실현될 경우 수도권 주민들의 ‘직주 분리’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은 서울에서 하고, 거주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수도권 외곽에서 하면서 수도권 외연은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수도권과 수도권 외곽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라면서도 “수도권 외곽은 교통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만 붐비고 나머지 시간은 한가한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기 GTX 노선 대부분이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에서 연장 노선을 발표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일단 A~C 노선을 운영해보고 수요자들이 시간편익이나 환승구간을 감당할 만한지 살핀 뒤 추가 노선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GTX를 중심으로 한 교통망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지방에서는 ‘수도권 집중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GTX-A 노선을 강원도, B노선을 춘천까지 확대했다. 지방에도 GTX급 광역급행철도(x-TX)를 도입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하지만 지방의 경쟁력이 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 접근성만 높아지면 ‘빨대효과’가 발생해 지방소멸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정부는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가칭 CTX)를 GTX급 광역급행철도 노선으로 확대해 선도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TK신공항 철도(대구~구미~신공항~의성)에도 GTX 급행철도 차량을 투입해 다음달 중 예타를 신청하고 민간투자 유치를 검토한다. 부·울·경, 호남권 등에서 추진 가능한 신규 노선은 지자체 및 민간 제안을 받아 5차 철도망 계획 반영을 검토한다.
정부는 GTX 사업 재원(38조6000억원)을 포함해 이번 교통망 대책에 약 134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비 30조원, 지방비 13조6000억원, 민간 재원 75조2000억원으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GTX A·B·C 연장사업은 지자체 비용 부담을 원칙으로, GTX E·F 신설 사업과 지방 광역고속철도 사업은 민간 사업자 투자유치를 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사업성이다. 지방 광역고속철도 사업은 물론 수도권 외곽을 지나는 E·F노선조차 철도 이용 인구가 충분치 않아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민간 재원 확보가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사업자를 찾지 못하게 되면 결국 국가 재정 투입 사업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러한 정부 재정 투입을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GTX는 민자 사업으로 추진해 재정을 아끼고, 이를 지방 철도망 구축에 사용하면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윤지·윤지원·김경민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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