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동남아로 간다] ③'베트남의 하와이’ 푸꾸옥을 ‘코라다이스’로… 영토 넓히는 대우건설
대우건설, 푸꾸옥 최고급 샵하우스 조성
테마파크 ‘아이스정글’선 ‘미디어쇼’ 열려
베트남 정부, 푸꾸옥 1000만 관광객 목표
동남아에서 ‘K건설’ 열풍이 불고 있다. ‘맨 땅에 헤딩’ 하듯 진출해 기술력을 입증해 온 시간이 축적되면서다. 싼 값으로 밀어붙이던 중국이 주춤하는 사이에 우리나라 건설사에 기회가 왔다. ‘기회의 땅’을 개척하는 우리나라 건설인들을 필리핀, 베트남에서 직접 만나봤다. [편집자주]
베트남 최남단 휴양지 푸꾸옥에는 최근 ‘샵하우스 투자열풍’이 불고 있다. 샵하우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총 4~5층 규모의 빌라다. 1~2층에는 주로 상점이 들어오고 3층 이상은 소규모 호텔로 활용된다. ‘베트남의 하와이’ 푸꾸옥은 코로나19 발생 전까지 연간 관광객이 500만명에 이르렀다. 관광지로 가치를 높게 본 베트남 자산가들의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푸꾸옥 국제공항에서 내려 20분을 남쪽으로 차로 달려 이동하자 거대한 ‘샵하우스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메이홈즈 캐피탈 푸꾸옥 프로젝트(Meyhomes Capital Phu Quoc PJ)’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최고급 샵하우스를 짓는 사업으로 총 258헥타르(ha)(약 78만평)의 거대한 부지에 4단계로 공급된다. 1단계 사업 규모만 1435가구다.
대우건설은 이 곳 단지 입구 메인상권이 될 만한 곳에 94가구를 지었다. 입구 분수대를 끼고 삼거리에 면한 핵심 입지를 우리나라 건설사가 차지했다. 그 배경은 일명 한국문화거리, ‘코라다이스(Koradise=코리아+파라다이스)’에 있다. 베트남의 유명기업 TADT(Tan A Dai Thanh)의 자회사가 발주한 ‘메이홈즈 프로젝트’에서는 ‘한류’가 핵심이다. 현지 대우건설 관계자는 “동남아에서 한류가 유행인 만큼 한국 기업과 협업해 이 곳에 ‘코라다이스’를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푸꾸옥 전체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도 중요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고 했다.
대우건설이 푸꾸옥 ‘메이홈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은 사업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대우건설은 한국과 베트남이 정식 수교를 체결하기 이전인 1990년부터 진출해 ‘하노이의 강남’이라 불리는 신도시 ‘스타레이크시티’를 탄생시켰다. 대우건설이 100% 지분을 소유한 베트남THT법인이 개발사업을 주도했다. 총 사업비는 31억 달러(약 4조원) 수준이었다. 이런 대우건설이 하노이를 벗어나 첫 사업을 수행한 게 바로 푸꾸옥 ‘메이홈즈 프로젝트’다. 베트남에서 ‘디벨로퍼’를 꿈꾸는 대우건설에게는 하노이라는 경계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조남일 현장소장은 “푸꾸옥은 2011년부터 베트남 정부 차원의 개발이 시작됐다”면서 “앞으로 10년 이상 더 발전할 것으로 보고 민간의 투자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우건설이 지은 ‘샵하우스’는 핵심 입지에 들어선 만큼 외관도 남달랐다. 유일하게 석재로 외관을 마감해, 겉으로만 봐도 대우건설이 지은 샵하우스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더해졌다. 1단계에 공급한 94가구 중 90%가량 분양이 마감됐다. 대우건설이 만든 최고급 샵하우스는 162㎡ 기준 120만달러, 한화 약 16억원에 분양됐다. 샵하우스 내부는 우리나라와 달리 아무런 인테리어가 되어 있지 않았다. 수분양자가 마음대로 내장 마감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프로젝트는 현재 2단계 부지 확보가 마무리 단계로, 대우건설은 추가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우건설은 이곳에 디지털 테마파크 ‘아이스정글(Ice Jungle)’을 만들었다. 메인도로를 끼고 1만3000㎡(3930평) 규모로 조성됐다. 기존 조경과 어우러져 야간에 ‘실감미디어’ 기술로 꾸며진 ‘나이트워크’를 걸어 들어가면 ‘아이스큐브’를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베트남에서 보기 힘든 눈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이어 30분간의 미디어 아트쇼가 진행된다. 북극곰 ‘무어동(Mua Dong)’을 주인공으로 한 미디어 쇼는 현재 단체관람객들을 중심으로 열리고 있다.
대우건설 현지 직원들은 하노이와 다른 푸꾸옥의 공사환경에 적잖은 어려움도 겪었다. 섬으로 본토와 동떨어져 있어 자재, 인력 등을 들여오기가 쉽지 않았다. 각종 비용도 육지에 비해 30% 이상 비쌌다. 하지만 이 곳의 조 소장은 베트남에서만 10년, 리비아·카타르 등에서 7년 총 17년을 해외 현장에서 보낸 베테랑이었다. 16개월 만에 샵하우스 94가구를 지어냈다. 그는 이 곳 베트남 건설현장의 특징으로 ‘우수한 인력’을 첫 손에 꼽았다.
조 소장은 “베트남 인력들은 위계질서에 익숙하고 힘들 때도 ‘함께 하자’ 하는 가족적인 정서를 갖고 있다”면서 “일은 잘 하지만 ‘미국식 마인드’를 가진 여타 동남아 인력들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베트남 정부는 2025년까지 푸꾸옥을 1급 도시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푸꾸옥 북부에서는 빈(Vin) 그룹, 중부는 CEO, BIM 그룹, 남부는 썬(Sun)그룹이 주거단지와 관광테마파크 등의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푸꾸옥에는 5성급 호텔이 35개나 있지만 앞으로 추가적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베트남 정부가 세운 2025년 관광객 목표치는 1000만명이다. 푸꾸옥을 ‘베트남의 하와이’로 만들기 위해 자체 인구도 현재 18만에서 70만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조 소장은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건설사는 우리나라 건설사 밖에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자국 건설사들이 장악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푸꾸옥에서 진행되는 개발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더욱 활동영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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