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의 경기력이 팬들을 흔들고 있다
비판을 비난으로 치부해선 안 돼
사우디전 통해 다시 신뢰 쌓아야
[도하(카타르)=뉴시스] 김진엽 기자 = 클린스만호가 기대 이하의 경기력과 결과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 올랐다. 더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시기다.
26일(한국시간)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아시안컵 16강 상대가 사우디아라비아로 정해졌다.
한국은 지난 25일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3-3 무승부를 거두며 조별리그 최종 순위 조 2위를 기록했다.
클린스만호는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황인범(즈베즈다) 등 수준급 해외파는 물론, 김영권, 조현우(이상 울산 HD), 김진수, 김태환(이상 전북현대) 등 아시아 최고 리그인 프로축구 K리그 대표 선수들로 꾸려진 강력한 선수단 덕분이었다.
동기부여도 확실했다. 한국은 지난 1960년 제2회 대회 이후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64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카타르행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조별리그 3경기 동안 우승 후보다운 내용, 결과 다 보여주지 못했다.
15일 첫 경기였던 바레인전은 3-1로 승리했으나 경기력이 기대 이하였다. 승점 3을 얻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의 한국은 86위인 바레인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20일 요르단(87위)전과 말레이시아(130위)전에서는 겨우 승점 1을 획득했다. 두 팀 모두 약체임에도 끌려다니는 상황이 많았다.
조별리그 마지막 목표였던 조 1위마저 실패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말레이시아전을 앞두고 "좋은 결과로 조별리그를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상대에게 실점하는 등 불안한 경기력을 보였다.
3경기 내내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팬들은 물론, 국내외 언론들까지 한국의 우승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하지만 '주장' 손흥민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말레이시아전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들을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고, 보호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팬이 온라인,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조금 선 넘는 발언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타깝다"며 "축구선수이기 전에 인간이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선수들을 향한 인격 모독 수준의 비난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이 안 된다. 그런 발언들은 큰 대회를 치르는 클린스만호를 흔들 수 있다.
다만 부진한 경기력을 향한 비판마저 비난으로 치부하며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통해 퇴근한다. 선수들은 이 공간에서 취재진과 해당 경기를 복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팬들에게 선수들의 생각과 마음가짐 등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소통 창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이 있어야 존재의 가치가 있는 프로선수들이 모인 국가대표인 만큼, 의무는 아니지만 패배에도 불구하고 성실히 믹스트존에 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 대표팀이 믹스트존에서 모범을 보였다. 일본은 지난 19일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약체' 이라크에 1-2 충격패를 당했다. 조 1위를 뺏기는 순간이었다.
한국보다 더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던 터라 충격이 컸겠지만, 일본 선수단은 일본 취재진은 물론 외국 기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이라크 선수단은 '강호' 일본을 꺾은 터라 흥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동형 스피커로 음악을 크게 틀고 인터뷰 중인 일본 선수단 뒤로 믹스트존을 통과했다. 춤까지 추며 믹스트존을 흔들었다. 불쾌한 상황 때문에 중간에 인터뷰를 끊고 퇴장할 수도 있었으나 일본 선수단은 끝까지 남았다.
말레이시아전 3-3 무승부 이후 도망치듯 빠르게 믹스트존을 떠났던 몇몇 한국 주요 선수들과는 아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기대 이하의 경기력에 실망한 팬들의 마음을 달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팀의 수장인 클린스만 감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를 펼친 감독은 무거운 표정으로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경기장을 찾고, 팀을 응원한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이길 뻔한 경기에 비긴 상황에서도 "흥미진진한 경기였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64년 만의 우승을 기대했던 팬들의 마음을 흔드는 태도들의 연속이었다.
결국 선수단, 팬 모두가 행복할 방법은 결과를 내는 것뿐이다. 토너먼트부터는 내용이 좋지 않아도 승리라는 결실을 맺으며 다음 단계로 오르면 다시 여론은 클린스만호를 향한 지지로 바뀔 것이다.
아쉬웠던 조별리그를 잊고, 오는 31일 오전 1시에 펼쳐지는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를 위해 다시 경기에만 온전하게 집중해야 한다.
마침 경기장도 한국 대표팀에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사우디아라비아전이 펼쳐지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지난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유럽 강팀'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극적으로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을 확정했던 장소다.
대표팀의 여정은 이번 아시안컵으로 끝나지 않는다. 곧장 오는 3월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치른다. 월드컵이라는 더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한국 축구를 향한 신뢰가 계속 흔들린다면 이 여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태극전사들이 사우디아라비아전을 통해 다시 한번 믿음을 줘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wlsduq1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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