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 논란 딛고 역수출···'국민 잇몸약'의 반전 스토리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스위스 의약품청서 품목 허가
효능 논란에 임상 재평가 거쳐
치주질환 보조치료로 효능 변경
“붓고 시리고 피나는 잇몸병엔!”
이 문구를 듣고 특정 제약사의 제품이 떠올랐다면 이미 연식이 꽤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동국제약(086450)이 1978년에 국내 첫 잇몸약으로 선보인 ‘인사돌’은 올해로 발매 46년을 맞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잇몸 건강을 위해 약을 챙겨 먹는다는 개념이 생소했던 터라 동국제약은 1985년 국민 MC로 통하던 송해를 앞세워 TV광고를 시작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국민 아버지 최불암은 2008년 바통을 넘겨받아 지금까지도 광고모델 자리를 지키면서 ‘국민 잇몸약’ 이미지를 굳히는 데 기여했죠. 한 때는 약국에서 ‘최불암약’을 찾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였다고 해요. ‘인사돌’은 1991년 출시된 명인제약의 ‘이가탄’과 함께 국내 잇몸약 시장을 키운 주역으로 평가 받습니다.
동국제약은 최근 반가운 소식을 알려 왔는데요. ‘인사돌’이 지난 18일 스위스 의약품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입니다. 동국제약은 향후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인사돌의 시판허가를 추진하는 등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흥미로운 건 인사돌이 동국제약의 자체 개발 의약품이 아니라는 겁니다. 1977년 프랑스 제약사 소팜으로부터 국내 판권을 확보해 판매에 나선 게 시작이었죠. 동국제약은 원개발사로부터 제조기술 등을 모두 이전받고 원료 생산부터 제조·판매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면서도 ‘인사돌’ 상표권을 넘겨받지 못해 해외 진출에 제약이 있었습니다. 수입을 시작한지 42년 만인 2020년 4월에야 상표권을 완전히 이전 받았죠. 인사돌의 수출명이 ‘하이돌정·펠이돌정’으로 등록되어 있던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이번에 스위스 규제기관의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인사돌’의 해외진출을 향한 숙원이 마침내 이뤄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쯤에서 잇몸약이란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여러분은 언제 잇몸약을 찾으시나요? 주의해야 할 점은 과거 사랑 받았던 광고 문구처럼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고 이가 시릴 때 잇몸약만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인사돌’의 효능효과는 ‘치주치료 후 치은염, 경·중등도 치주염의 보조치료’입니다. 표현이 어렵나요? 쉽게 말해 치과에서 치은염 혹은 치주염 치료를 받은 후 보조적인 용도로 복용하라는 건데요. 엄밀히 잇몸치료제는 아니라는 얘기죠.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해당 광고가 쓰이던 시절과 제품의 효능·효과가 달라졌거든요. ‘인사돌’은 국내 첫 허가될 당시 ‘치은염·치주증 등 치주질환’ 사용하는 일반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원개발사가 프랑스에서 허가받은 효능·효과를 그대로 인정 받은 건데요. 2011년 프랑스에서 ‘인사돌’ 판매가 중단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인사돌의 주성분은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 즉 옥수수를 활용한 원료로 만들어진 생약 성분 의약품입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2004년 개정된 식물기반 의약품의 허가 규정에 따라 개발사에 ‘인사돌’의 효능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는데 제출 기한인 2011년 4월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당장 다음달부터 현지 판매가 중단됐죠. 우여곡절 끝에 ‘인사돌’은 프랑스에서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 중입니다.
국내에서는 3년이 지나서야 이 같은 사실과 함께 효능 의혹이 제기됐고 식약처는 부랴부랴 효능 입증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동국제약이 ‘인사돌’의 임상재평가를 완료하면서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한 적응증이 현재와 같이 변경된 겁니다. 잇몸치료제라기 보다는 일종의 잇몸영양제인 셈이죠. 동국제약은 2014년 ‘인사돌’ 성분에 후박나무 첨가물을 더한 ‘인사돌플러스’를 출시하면서 신제품 특허권까지 확보했습니다. 큰 위기를 맞았음에도 여전히 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간판 제품으로서 역수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회사의 끊임없는 투자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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