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빠진 日 열도, 얼마나 ML 가고싶으면…'퍼펙트 괴물' 사사키 알고보니 '선수회'도 탈퇴했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퍼펙트 괴물' 사사키 로키(치바롯데 마린스)가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하다. 사사키가 일본프로야구 선수들이 속해 있는 '선수회'를 떠났다. 어떻게든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들길 모양새다.
일본 잡지사 '주간문춘'은 25일(이하 한국시각) "치바롯데 사사키 로키가 프로야구 선수회를 탈퇴한 것이 취재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는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프로 무대를 밟기 전부터 150km 중·후반의 빠른 볼을 뿌리며 주목을 받았던 사사키가 전세계에 이름을 떨친 것은 2022시즌이었다. 당시 사사키는 그해 퍼시픽리그는 물론 일본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오릭스 버팔로스를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사사키는 프로 커리어에서 '완투' 경험이 없는 선수들 중에서는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였다.
특히 사사키는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13타자 연속 삼진이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는데, 이는 비공인 세계 신기록으로도 연결됐다. 사사키는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퍼펙트게임을 만든 이후였다. 당시 사사키는 다음 등판에서도 8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는 저력을 선보인 까닭이다. 비록 2경기 연속 퍼펙트게임이라는 기록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울 뻔했다.
사사키는 퍼펙트게임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이후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했는데, 당시 일본 대표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큰 힘을 보태면서 주가는 더욱 상승했다. 특히 일본을 대표하는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었고, 오타니 쇼헤이(다저스) 또한 대표에 참가했던 만큼 사사키는 빅리그 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일본의 경우 프로 입단 1년차 때부터 구단의 허락만 떨어진다면, 언제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데, 사사키는 지난해 손가락 물집과 내복사근 파열이라는 부상으로 인해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023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드러냈다. 그런데 여기서 '갈등'이 시작됐다. 치바롯데가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5세 미만의 선수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을 때는 규정상 큰 규모의 계약을 맺을 수가 없다. 이유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사용할 수 있는 금액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25세 이상의 선수들은 '한도'가 없는 큰 계약을 맺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한 것은 물론 포스팅 수수료 또한 많지 않은 사사키의 도전을 허락할 리가 만무했다.
이구치 타다히토 전 감독은 사사키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심경은 이해하면서도 "풀타임 시즌도, 구단을 납득시킬 성적도 남기지 못했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로 인해 치바롯데와 사사키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사사키는 지금까지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후 단 한 번도 연봉협상에서 해를 넘기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사사키는 아직까지도 2024시즌 연봉협상을 매듭짓지 않았다. 제대로 삐친 셈이다.
치바롯데의 경우 이달 말부터 2024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스프링캠프 일정을 시작하는데, 선수단이 캠프로 떠나기 전까지 연봉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사사키는 '사비'로 2024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일본 현지 언론은 연일 사사키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는 중. 그런데 25일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사사키가 일본프로야구 선수회에서 탈퇴했다는 것이었다.
KBO리그의 경우 프로 구단에 소속된 선수들은 모두 '프로야구선수협회'에 소속이 돼 있다. 선수협에 소속되지 않은 선수가 있다면, 모두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에 불과하다. 가입률은 100%. 일본 또한 마찬가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제외한 프로 구단에 소속된 대부분의 '선수회'에 가입이 돼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사키가 선수회를 떠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가 강력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간문춘'에 따르면 선수회 관계자는 "선수회에 가입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 베테랑 등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가입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사키는 2023년부터 선수회에서 탈퇴했다. 어린 선수들 중에서 선수회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사사키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치바롯데 관계자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미 이번 스토브리그의 경우 포스팅 신청이 마감됐다. 따라서 올 시즌 사사키의 빅리그 도약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주간문춘'에 따르면 사사키는 2024시즌이 끝난 뒤 치바롯데가 자신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치바롯데는 사사키의 거취를 두고 여전히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까닭에 연봉협상이 매듭지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사키가 선수회를 탈퇴한 것이 보도된 이후 일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사키의 재능은 인정하지만, 생떼를 쓰고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한 팬은 "메이저리그 진출은 꿈이니까 좋다. 그러나 신세를 진 구단에 최소한 의리는 있어야 한다. 선발 로테이션도 지키지 못하는 투수가 하소연만 해도 주위 분위기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고, 이 댓글의 공감수는 무려 3만개를 넘어섰다.
또 다른 팬은 "오타니 또한 5년차가 끝난 뒤 메이저리그로 이적했기 때문에 이를 목표로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오타니도, 7시즌을 뛴 후 미국으로 간 다르빗슈, 야마모토도 복수의 타이틀을 따내고, 팀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이 댓글의 공감수는 1.7만개 이상을 기록했다. 사사키의 충격적인 행보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론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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