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줄여야 하는데...있으나 마나 한 '노인보호구역'
[앵커]
YTN은 어르신들의 복지 사각지대를 집중 조명하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교통 약자인 노인들을 위한 보호 장치를 점검합니다.
일부 노인 시설 앞 도로는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차량 속도를 제한하고 주정차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속 카메라도 의무화되어 있지 않고 홍보도 덜 돼 있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나옵니다.
윤태인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경로당 앞입니다.
통행하는 차량 사이로 어르신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갑니다.
노인보호구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도로 옆은 주차된 차들로 빼곡합니다.
[인근 거주 노인 : 말 그대로 노인들 보호구역이라는 게 그 말 그대로겠지요. 그런데 차는 오고 가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아요. 사고가 무서우니까 자기들도 골목으로 피하는 건 피하지….]
이 도로를 다니는 운전자들도 노인보호구역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도로에 적힌 큼지막한 문구와 표지판도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말합니다.
[택시 운전자 : 멘트가 나오니까 조심해서 갈 수밖에 없지요. 길이 좁으니까 조심하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서 안 알려주는 경우에는 우리가 잘 인식을 못 하지요. 간판 붙은 걸 볼 여력이 별로 없어요.]
지난해 6월 기준, 서울에 있는 노인보호구역은 2백 곳으로, 어린이보호구역의 10분의 1수준입니다.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어린이보호구역처럼 속도가 시속 30km로 제한되고 주정차도 금지됩니다.
또,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2배 내야 하는 등 어린이보호구역처럼 일반도로에 비해 처벌도 가중됩니다.
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에 교통 단속 카메라 설치가 의무인 것과 달리 노인보호구역은 그렇지 않아 단속과 계도 효과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순둘 /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카메라가 없다 보니까 그 단속이 잘 안 된대요. 그래서 설치해달라고 요청을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런 게 설치되어 있으면 아무래도 더 조심하게 되잖아요.]
운전자도 잘 모르고 단속 카메라도 대부분 없다 보니 사고 예방 효과도 의문입니다.
서울 청량리 청과물 시장 앞 도로는 지난 2021년 4월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1년여 만에 노인 6명이 보행 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정작 바로 인근에 경동시장 앞 사거리는 서울에서 노인 보행자 사고가 제일 잦은 곳이지만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화물트럭 운전자 : (노인들) 다닐 적에 신호만 좀 길게 해주면 돼요. 아무래도 저기는 속도를 줄여야죠.]
교통사고로 숨지는 노인 비율이 늘고 노인 인구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보다 실효성 있는 보호 구역으로 재정비해야 한단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YTN 윤태인입니다.
촬영기자 : 진형욱, 이강휘
그래픽 : 지경윤
YTN 윤태인 (ytaei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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