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국가’ 표기된 지도 지녔다고 중국공항 억류된 한국인

한국 총영사관 “재발 방지 요구할 것”

선양공항서 억류됐던 한국인이 소지한 다이어리와 같은 종류 다이어리 속 지도. 연합뉴스

소지한 다이어리 한쪽에 붙은 지도에 마치 ‘대만이 별도 국가처럼 표기돼 있다’며 중국 공항이 한국인을 억류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24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편으로 중국 랴오닝성 선양 타오셴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정모(72) 씨는 이 같은 일을 겪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지도 때문에 세관원들의 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세관원들은 정 씨의 트렁크를 열라고 요구한 뒤 다이어리를 꺼내보더니 한쪽에 부착돼 있던 지도를 문제 삼았다. 이 다이어리에 부착된 ‘세계전도’에 대만이 별도의 국가처럼 표시돼 있다는 것이었다.

가로 30㎝, 세로 20㎝의 작은 크기라 육안으로는 잘 구별도 안 되는 이 지도에는 대만을 굵은 글씨체로 ‘타이완’으로 표기했고, 제1 도시 타이베이는 붉은색 글씨로 표기돼 있었다. 세관원들은 "타이완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별개의 국가인 것처럼, 타이베이는 다른 국가들의 수도와 동일하게 표기했다"며 "중국의 한 개 성(省)인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오인할 수 있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사해봐야겠다"며 사무실로 데려가더니 정 씨를 억류했다.

정 씨가 "다이어리에 부착된 지도를 어쩌란 말이냐"며 "지도가 부착된 줄도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세관원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화가 난 정 씨가 거세게 항의하고 선양 교민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화로 연락하자 세관원들은 한 시간 가까이 지난 뒤 정 씨를 풀어줬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여기는 중국은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식할 수 있게 제작된 지도의 유통이나 통관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지도를 문제 삼아 입국 외국인을 억류한 건 이례적이고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경위를 파악 중이며, 정 씨에 대한 세관 당국의 조치가 과도한 것으로 확인되면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