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권역별 병립형'으로 협상할까…민주당도 '현실론' 득세
총선 앞두고 '제3지대' 의식하며 준연동형 논의하다 다시 병립형 무게
다만, 민주당내 반대 목소리도 '여전'…결국 이재명 대표의 결단 관건
선거제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당 지도부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기반으로 협상안을 구상하는 기류가 읽힌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표의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 발언으로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시사했던 민주당이 당내외 반발에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로 기울었다가 다시 병립형으로 돌아온 것이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의석 수 확보를 위한 현실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인데, 서둘러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는 이달 말까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협상 가능성을 따져보고, 2월중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일찌감치 병립형 비례제를 주장해온 국민의힘은 지역주의 타파 효과가 있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까지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에 더해 '이중등록제'까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중등록제'란 지역구 후보자 중 일부를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에 입후보시키는 제도다. 이 같은 지점에서 여야가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가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가 병립형 비례제를 두고 협상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것은 '제3지대'를 의식한 처사로 풀이된다. 거대 양당 입장에선 현행 준연동형이 유지될 경우, 일정 부분의 비례 의석을 이준석, 이낙연 신당 등 '제3지대' 빅텐트에 내주게 된다. 여기에 민주당 내에선 준연동형제가 유지됐을 때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범야권과의 비례연합정당을 구성하겠다는 계획도 하고 있는데, 정작 해당 정당과의 의석수 배분을 놓고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까지 확정된 안을 내놓지 않고 확보 가능한 의석수와 여론의 비난 등을 고려하며 선거제 안을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지난 2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선거제를 둘러싼 논의는 불발되고 김영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준연동형 비례제나 위성정당방지법과 관련해 여당과의 협상에 진척이 없다"는 사실만 보고하는 선에서 회의가 마무리됐다.
결국 이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의 결단만 남은 가운데, 당 지도부가 시일만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최고위원은 CBS노컷뉴스에 "병립형이든 준연동형이든 빨리 결정을 해줘야 한다. 의원들이나 외부 시민사회단체도 할 만큼 다해서 이 대표의 결정만 남은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다른 최고위원은 "지도부는 총선 결과의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 병립형과 준연동형 양극단 중간의 안을 가지고 고심 중"이라고 말하는 등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은 분위기다. 정개특위의 한 위원은 "이 대표가 피습 이후 병립형으로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싣는 듯했다가 지난해 말부터 시민사회 및 정세균,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당의 원로들이 "병립형 비례제 회귀는 정치 개혁 후퇴"라고 압박하자 '준연동형 유지' 요구에 따르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다시 현실론이 고개를 들었고, 당 지도부는 병립형을 기반으로 여당과 협상 가능한 카드를 검토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당내에서 병립형 회귀에 대해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는 반대 여론도 적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타협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추진하는 대신 소수정당의 의석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병립형으로 회귀하되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보장해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의도다. 다만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국민의힘이 받겠나"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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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허지원 기자 w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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