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끼리 못볼 꼴 안보려면 미리 유언장을"…가사전문 변호사의 조언
[편집자주] 사회에 변화가 생기면 법이 바뀝니다. 그래서 사회 변화의 최전선에는 로펌이 있습니다. 발빠르게 사회 변화를 읽고 법과 제도의 문제를 고민하는 로펌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자녀가 재산을 탐낸다고 노여워하지 말고 생전에 유언장을 작성해두는 게 나중에 가족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김현정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사진·사법연수원 30기)는 최근 부쩍 늘어난 상속분쟁의 해법에 대해 25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렇게 조언했다. 자녀와 형제자매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언제고 피할 수 없는 문제를 두고 쉬쉬하기만 할 게 아니라 미리 의논하고 협의해두는 것이 상속인들끼리 '못볼 꼴'을 보게 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2001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22년 동안 법관을 지내면서 가정법원 재판장을 맡았을 때 부모 생전에 상속문제를 미루다가 부모가 돌아가신 뒤 법원을 찾아와 얼굴을 붉히는 이들을 수없이 겪었다. 가사소송 당사자들은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재판 과정에서 서로 감정적으로 부딪히면서 분쟁이 추가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 변호사는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소송 대리인들이 가족 공동체라는 점을 이용해 대립을 조장하고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상속분쟁 같은 가사 사건은 '남'이 아니라 가족 공동체 안에서 벌어진다는 특수성이 있다. 소송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소송이 끝나더라도 당사자들이 다시 얽힐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이혼소송의 경우 이혼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자녀 문제로 당사자들이 다시 관계를 이어가게 되는 식"이라며 "문제가 해결돼도 혈연까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 민사사건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고 말했다.
가정마다 처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사건별로 구체적인 상황도 제각각이다. 이혼할 수 있느냐,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누느냐 등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사건 같지만 당사자들과 대리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쟁점을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로 갈린다. 복잡한 사건일수록 경험 많은 법률대리인이 필요한 이유다. 김 변호사가 법관 퇴임 직전 재판장을 맡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1심에서도 변호사 여러 명이 양쪽을 대리했다.
최근엔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법원의 재량으로 조정 등을 통해 처리되는 가사비송 사건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가사비송 사건은 2013년 14만3874건에서 2022년 17만7310건으로 10년새 20% 넘게 증가했다. 가정법원 감독 아래 처리되는 후견, 입양, 상속 관련 사건 등이 이렇게 처리된다. 재산분할, 친권자 지정·변경 등도 가사비송 사건으로 분류된다.
김 변호사는 "이혼과 재혼이 늘면서 재산분할을 포함해 재혼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성본 변경을 신청하는 사건이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가부장적 문화가 약해지고 상속인들의 권리의식이 신장되면서 상속재산을 다투는 사건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고령자가 가정법원에서 선임된 후견인을 통해 재산관리 등과 관련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성년후견 사건도 많다는 설명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급등기에는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재산을 둘러싼 가사소송이 늘어나는 경향도 보인다.
김 변호사는 "재산 분할의 경우 혼인했거나 사실혼 관계에 있을 때 부동산 같은 자산을 취득할 일이 생기면 한 사람 명의로 하지 말고 공유 지분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며 "법적으로는 혼인관계가 해소될 때 명의가 누구에게 있는가와 상관없이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은 기여도에 따라 분할하게 돼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증거 부족이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사랑하고 배려해야 할 사람들끼리 법의 판단을 구하는 것을 보면 김 변호사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가사소송에서만큼은 누구보다 감정적인 분쟁을 지우고 담백한 해결사로 자리잡고 싶은 게 김 변호사의 바람이다. 김 변호사는 "어떤 방법이 각자에게 최선인가에 초점을 맞춰 건강하게 이혼하고 합리적으로 재산을 분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며 "극단으로 치닫아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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